김수현은 김수현이다
김수현은 김수현이다
1,2회 SBS 토-일 밤 10시
좋은 가족 드라마란 불륜이나 고부갈등이 아니더라도 가족 안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갈등이 존재하는가를 보여주는 데서 성패가 갈리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런 면에서 김수현 작가의 신작 1회는 명불허전이었다. 공항에서 40분이나 기다렸다고 성내는 시어머니(김용림)와 14분 늦었다고 억울해하는 며느리 민재(김해숙)의 에피소드에 온 가족이 한 마디씩 동참하게 하면서 캐릭터를 풀어내는 방식은 노련하고, 바람둥이 남편(최정훈)이 집 나간 지 30년 만에 들어와 살겠다고 선언하자 보청기를 끼지 않는 것으로 세상과 자신을 차단하고 저항하는 시어머니의 태도에서는 인간에 대한 통찰력의 깊이가 드러난다. 무엇보다 장남 태섭(송창의)과 이혼남 경수(이상우) 커플을 등장시키면서 동성애를 우스갯거리로 다루는 대신 그들의 현실적인 고민을 가장 보수적인 장르인 주말 가족극의 시청자 앞에 정면으로 펼쳐 놓는 대범함은 통쾌할 정도다. 오래 전 이혼과 재혼을 거쳤지만 자신이 태섭의 친어머니가 아니라는 데 대한 콤플렉스를 지니고 사는 민재를 비롯해 다수의 시청자들이 자신을 투사하게 될 이성애자 가족들이 이 문제에 얼마나 첨예하게 부딪히고 반응할지 기대된다. 사실 김수현을 향한 ‘최고의 작가’라는 수식어에 동의할 수도 있고 동의하지 않을 수도 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드라마 작가는 그 밖에도 많다. 하지만 대한민국 가정의 수많은 동시대적 문제들에 가장 혁신적인 시선으로 접근한다는 면에서 올해 68세의 이 노작가를 따를 만한 이는 예전에도 지금도 없는 듯하다.

글. 최지은 five@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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