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KBS2 수-목 밤 9시 55분
9회째를 맞이한 가 드디어 실타래를 풀기 시작했다. 지난 회까지 드러난 초반 전개양상을 살펴보면 이한위, 윤문식을 비롯한 조연과 카메오들이 농을 치며 흥을 돋우었고, 그사이 주연들은 로맨스와 국지적이었지만 수려한 액션 신을 보여주었다. 등장인물들이 한 번씩 다 만나기도 했지만 본격적인 이야기는 뒤로 조금씩 밀리며 살짝 늘어지는 감이 없잖아 있었다. 그러니 이제 9회는 진정한 ‘추노’를 시작해야 할 시점이었다. 가 특별한 것은 액션 때문만이 아니다. 단순하게 적아의 구도에 삼각관계가 등장하고 주변 인물들은 소극적으로 이를 둘러싼 것이 아니라 대길(장혁)패, 태하(오지호)와 언년(이다해), 천지호(성동일)패, 황철웅(이종혁)을 위시한 조정, 업복이(공형진) 등 각자의 괄호에 묶인 등장인물들이 자신의 뜻을 좇아 어딘가로 달려가는 색다른 구도이기 때문에 더욱 특별한 것이다. 어제는 그 괄호 사이의 연산 기호들이 드러나는 한 회였고, 시작은 스포일러로 누출된 검객 용호(데니안)의 죽음부터였다. 그 뒤 단역들이 짧은 시간 안에 하나둘 정리되면서 극의 고삐도 바짝 조여졌다. 게다가 그가 구사하는 무예의 원류만큼이나 알아보기 쉬운 정신분석학적 케이스인 대길도 10년을 품고 살아온 복수의 순간을 맞이했다. 의 재미가 살변과 등가 관계였다니, 앞으로 더욱 재밌어지리라는 기대에 비춰 볼 때 어쩌면 는 몰살의 드라마가 될지도 모르겠다.
글 김교석
<추노> vs <산부인과>
vs <산부인과>" /> 첫 회 수-목 저녁 9시 55분
출근한 첫 날, 서혜영(장서희)은 가운도 입지 않은 채 진료에 나섰다가 기존 의사들의 호통과 무시를 당한다. 그러나 끝까지 자신의 의견을 관철시켜 산모와 아이 모두를 구하는 성공적인 수술을 해낸다. 이 수술의 과정에서 신기에 가까울 정도로 대단한 실력을 보여줌은 물론이다. 여기까지 는 메디컬 드라마와 비슷한 길을 따라가는 것처럼 보인다. 의사로서의 실력과 양심을 모두 갖춘 여의사 앞에는 그녀를 층층이 가로막고 선 장애물들이 있다. 하지만 바로 이 지점부터 는 길을 조금 비틀어 돌아간다. 혜영의 불륜과 임신은 그저 불륜상대 서진(정호빈)과의 관계로서만 기능하지 않는다. 혜영의 상황은 장애아를 출산하게 되면 자신이 가진 모든 것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는 윤진(현영)이나 아이의 아빠가 바람 핀 상대일까를 염려하는 임연(이의정)에게 투영되고, 드라마 속에서 각자의 사연을 가지고 등장하는 인물들을 여성의 입장에서 다시 한 번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든다. 병원에서 일어나는 일을 에피소드 식으로 엮으면서 등장인물들의 이야기를 이어가는 대개의 메디컬 드라마들이 그렇지만, 에서는 더 특수해진 분야의 특성상 모성애와 여성의 이야기에 더욱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를 드러내는 데 있어서 장서희는 꽤 어울리는 배우다. 겉으로 보기에는 강단 있고 정의롭지만, 사실은 외로움에 흔들리고 있는 혜영의 얼굴에 더 이상 구은재나 민소희의 그림자는 보이지 않는다. “우리는 산모와 아기 두 목숨을 책임집니다”라던 혜영의 말처럼 가 앞으로 진짜 살아있는 사람들의 살아있는 이야기를 보여줄 수 있을지는 조금 더 지켜봐야 알 것 같지만, 살이 갈라지고 피가 튀는 생생한 수술 장면만은 눈을 돌리고 싶을 만큼 강한 인상을 남긴 첫 회였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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