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집> vs <부엉이>
vs <부엉이>" /> SBS 월 오후 8시 50분
“IMF가 아이 앰 파더 임마!” 만호(최민수)는 무식하다. IMF의 뜻도 모른다. 예전에 다쳤던 다리는 점점 움직이기 힘들다. 하지만 그의 막막한 미래는 그의 탓만은 아니다. 만호는 아버지 수복(백일섭)이 가정을 내팽개친 사이, 아픈 어머니가 낡은 집에서 무너진 지붕에 깔려 죽는 걸 봐야 했다. 은 대물림되는 ‘가난한’ 아버지의 이야기고, 만호는 가난 때문에 갈수록 인생이 나락에 빠진다. 가난하지 않았다면 만호가 다리를 다친 뒤에도 스턴트 맨을 계속할 이유도, 아들 재일(김수현)을 친모에게 빼앗길 일도 없다. 아버지는 가난 때문에 자신의 인생을 놓지만, 인생의 ‘수호천사’인 아들을 위해 어떻게든 살아간다. 은 그 몸부림의 순간을 계속 반복하며 시청자의 눈물을 끌어낸다. 만호는 재일을 구하다 부상이 악화되고, 재일을 위해 막노동을 하다 장애를 얻는다. 아버지는 무책임한 듯 했지만 사실은 자식을 위해 몸부림치고 있었다는 사실은 많은 한국인이 마음에 품고 있는 아버지에 대한 연민의 감정을 건드린다. 그러나 은 정작 만호와 재일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관계 형성의 과정을 생략한 채 계속 재일을 위한 만호의 고통과 희생만 반복한다. 이 때문에 은 하이라이트 영상 모음처럼 편집이 끊기고, 그 여백은 시청자들이 자신의 아버지에 대한 기억으로 채워야 한다. 순간의 감동은 있지만, 그건 시청자의 기억 한구석을 건드린 결과일 뿐 드라마의 이야기가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특히 친모를 따라 미국으로 갔던 재일이 미국에서 사고를 치고 한국으로 오고, 만호가 재일을 위해 나서는 후반부는 만호의 희생을 부각시키기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다. 하지만, 이런 문제에도 불구하고 최민수의 연기는 모든 문제들을 상쇄시킨다. 건장한 체격과 강인한 얼굴로 다리를 절룩거리고, 말까지 더듬는 만호의 모습은 우리가 품고 있던 불쌍한 아버지의 모습을 현실로 보여주면서 그가 사실 얼마나 섬세한 연기자인지 보여준다. 은 아주 뛰어난 작품은 아니었다. 하지만, 최민수의 연기를 통해 우리가 좀처럼 볼 수 없었던 가난한 아버지의 이야기를 보여준 것만으로도 연말 특집극의 역할을 충분히 한 듯하다.
글 강명석
<아버지의 집> vs <부엉이>
vs <부엉이>" /> MBC 드라마넷 월 오후 2시 20분
‘부부가 엉켜 사는 이야기’라는 의미의 라는 제목은 어쩐지 ‘자랑하고 싶고 기억하고 싶은 우리 부부 이야기’라는 의미를 가진 SBS 를 연상시키지만, 는 MBC 를 더 닮은 프로그램이다. 각기 다른 상황에 있는 세 부부의 모습을 보여주고, 속마음을 인터뷰에서 털어놓는 구성은 거의 동일하다. 하지만 이 두 프로그램은 기본 전제가 다르다. 의 부부들은 실제이기 때문에 당연히 결혼 생활을 연기할 필요가 없고, 굳이 미션을 받을 이유도 없다. 그래서 는 실제 부부 사이에 일어나는 사건, 갈등을 그대로 보여준다. 문제는 이런 사건들 자체가 일상을 엿보는 재미를 주지도 않고, 그렇다고 부부들에게만 있는 갈등을 보여줌으로서 공감을 유도하지도 못한다는 데 있다. 철없는 남편과 강하고 어른스러운 아내를 보여주는 성대현 부부, 일반적인 부부의 역할을 뒤바꾼 듯한 조혜련 부부, 오래 함께한 만큼 서로를 알고 지혜롭게 문제들을 해결해가는 이외수 부부의 캐릭터는 있지만, 이들의 이야기들 속에서 결혼 5년차, 10년차, 35년차의 차이가 드러나는 것도 아니다. 주어진 상황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벌어지는 일이기 때문에 부부가 ‘엉켜 살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갈등에 이르기까지 지나치게 오랜 시간이 걸린다. 성대현이 옷을 사는 문제나, 조혜련의 충동구매는 ‘소비습관’, 즉 ‘돈’과 관련된 문제라는 점에서 부부 간의 리얼리티가 살아있는 문제지만 그 갈등에 이르기까지의 과정은 지루하다. 게다가 갈등이 밖으로 나오기 전에 스스로의 인격과 살아오면서 갖게 된 지혜로 바로 해결해 버리는 이외수 부부의 모습은 ‘오히려 너무’ 모범적으로 보여 심심하다. 애처럼 구는 남편을 능숙하게 다룰 줄 아는 성대현의 아내가 주는 재미라든가, 언제나 모자라거나 넘치는 조혜련을 바라보는 남편의 시선, 이외수 부부와 자녀가 주는 따뜻함과 같은 것들을 계속 보여주면서 극적인 재미를 함께 가져가는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숙제를 남긴 첫 회였다.
글 윤이나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