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러와> MBC 월 밤 11시 15분
“말도 못하게 부담스러웠어요.” 김숙, 송은이, 김영철로 이루어진 ‘강사모(강유미를 사랑하는 사람들)’가 자신을 칭찬하며 함께 식사라도 하자고 했을 때의 기분을 강유미는 이렇게 표현했다. 굳이 친분 관계로 엮여있지 않더라도 테마에 따라 게스트들에게서 자연스러운 토크를 끌어낼 줄 아는 <놀러와>의 장점이 기 센 개그우먼들에게는 별로 통하지 않았던 모양인지, <놀러와>의 ‘개그 여인 천하’편도 그런 부담감이 느껴졌다. 게스트로 출연할 때 마다 그 토크쇼에 ‘전설이 아니라 레전드’인 편을 만들어주는 이영자는 다소 힘이 빠진 것 같았고, 이영자, 김숙과 강 선생님 팀 간의 사이는 “우리 때와는 다르다”는 이영자의 말 만큼이나 너무 멀었다. 게스트 라인업과 예고를 통해 푸대접이라고 할 만한 일들을 겪으면서 ‘큰 웃음과 여자’ 사이를 줄타기하는 개그우먼들의 비애,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들이 지켜가는 프로 정신을 기대했을 시청자들에게는 아쉬움이 남을 만 한 한 회였다. 하지만 <놀러와>에는 사실 별 말 아닌 개그 무리수에도 “제 토크가 너무 셌나요?”라며 수위를 조절할 줄 아는 길과 같은 패널이 있고, 토크가 앞으로 나가지 못할 때는 적절하게 자신의 과거 에피소드를 덧붙여가며 게스트의 이야기에 힘을 실어주고 끊을 때와 이어갈 때를 아는 사려 깊은 진행자가 있다. 그리고 프레임 바깥에는 폭로를 부추기지 않고 대박의 욕심을 부리지 않는 제작진이 있다. 그래서 소박한 이야기를 차려놓고 친구를 부르는 <놀러와>는 늘 중박은 한다. 기대만큼 웃음이 빵빵 터지진 않았지만, ‘GOGO 예술 속으로’ 이전 강유미, 안영미가 시도했던 ‘와우, 정말 신선한데요!’같은 코너도 볼 수 있지 않았나.
글 윤이나

<미녀들의 수다> KBS2 월 밤 11시 10분
수상한 냄새가 난다는 것을 알면서도 떡밥을 무는 것이 물고기의 운명이듯 별 거 없을 거라는 걸 예상하면서도 낚이는 것 또한 시청자의 운명이다. 지난 주 ‘루저 발언’으로 모처럼 온 국민의 시선을 끄는 데 성공했던 <미녀들의 수다>(<미수다>)는 이번 주 “불쾌감을 느끼셨던 분들께 죄송한 말씀을 전한다”는 남희석의 사과문으로 방송을 시작했다. ‘여대생’ 편에서 폭탄 발언이 쏟아졌듯 ‘남대생’ 편 역시 예고만 봐서는 만만치 않은 수위의 토크가 예상되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지난 1주일 동안 김이 다 빠진 콜라 같은 내용만 담겨 있었다. 여대생과 미녀들이 적대 구도를 형성했던 것과 달리 미팅 구도를 형성한 남대생 편에서는 고작 ‘학점이 제일 낮을 것 같은 미녀는?’ 정도의 심심한 질문을 던지는 지루한 토크가 이어졌고, 미녀들에게 어필하기 위한 남대생들의 장기자랑 역시 방송보다는 대학 축제 무대에 적합한 수준이었지만 지나치게 긴 시간이 할애되었다. 그 밖에 당구장 이야기, 컨닝 비법, 미팅 등 평범한 대학 생활에 대한 ‘건전한’ 설명은 청춘 드라마가 거의 사라져 버린 요즘 나름대로 신선한 소재였지만 정작 미녀들과 남대생들의 상호 커뮤니케이션은 거의 오가지 않았고, 도대체 왜 <미수다>에서 한국 남대생들의 시시콜콜한 대학생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어야 하는지 역시 이해할 길이 없었다. 미녀들과의 대화를 이끌어내기 위한 ‘한국 남자 대학생들이 불쌍해 보일 때’라는 주제 역시 여대생들에게는 ‘화장도 학원에서 배우는지’, ‘어떻게 그렇게 명품 가방을 많이 드는지’ 같은 질문을 던졌던 것과는 판이하게 다른 제작진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결국 재미도 없고 의미도 없고 하다못해 논란거리도 없었던 어제의 <미수다>가 남긴 교훈은 하나다. 더 이상은 낚이지 말자.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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