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들의 해피엔딩> 2부작 마지막 회 목 MBC 밤 9시 55분
<히어로>의 첫방 연기 탓에 궁여지책으로 내놓은 땜방 편성이었지만, <우리들의 해피엔딩>은 쓸데없이 늘어지고 부풀려져서 밀도가 떨어지다 못해 구멍이 송송 뚫린 드라마들이 넘쳐나는 근래 간만에 깔끔한 소품의 매력을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제목은 반어법이다. 결혼 15년차로 권태기를 넘어 서로에게 ‘벽지 같고, 가구 같은’ 존재인 중기(박상면)와 자영(도지원)은 외동딸 미나(남지현)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행복을 연기하는 위기의 부부다. 고지식하고 촌스러운 고깃집 아들과 교양 넘치는 발레리나의 만남은 결혼 전부터 집안의 반대와 문화적 취향 차이로 갈등이 예고되어 있었고, 열정이 식은 뒤 둘의 관계는 그 예정된 수순을 밟아 결국 이혼까지 이르게 된다.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서로에게 진심어린 말을 건네지만 재결합의 해피엔딩은 없었다. 다만 지루하고 힘겨운 일상 속에서 늘 “그러려니 했던” 가족의 존재가, “미안하고 고마웠다”는 그 평범한 인사가 얼마나 귀한 것인지 깨닫고 조금 성숙했을 뿐이다. 불륜과 이혼을 소재로 가족의 해체를 그렸으나 노도철 감독 작품답게 이야기는 질척거리지 않고 일정량의 슬픔과 웃음을 조율하며 삶의 은근한 페이소스를 전해준다. 거기에는 일찌감치 세상의 그늘을 맞닥뜨리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을 개입시킨 것도 주효했다. 결말부에 엄마의 미완의 꿈을 이어받은 미나가 어두운 무대에서 홀로 조명을 받으며 최선을 다해 공연하는 모습은 어른들의 차가운 현실 속에서도 그것과는 별개로 아이들은 스스로 자란다는 것을 보여준다. 서로에게 사과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등을 돌려 각자 제 갈 길을 가는 세 가족의 마지막 장면과 더불어 여운을 남기는 한 장면이다. 새삼 질질 끌기도 덧붙이기도 없이 하고 싶은 말만 담백하게 전하는 밀도 높은 단막극들이 그리워진다.
글 김선영

<연예인 대학가기 시리즈 3 : 니콜편> Mnet 목 밤 11시
엠넷의 <연예인 대학가기 시리즈> 3탄 주인공은 니콜이다. 대한민국의 수재중의 수재들만 모인다는 카이스트나 의대에 들어간 지난 시즌의 서인영과 MC몽은 연예인 중에서도 개성이 넘치는 캐릭터에다가 공부와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게다가 형, 누나뻘인 관계로 이질적인 이들이 동생뻘인 학생들 틈에서 진지하게 노력하고 친해지는 과정에 초점을 맞췄다. 그러니 진짜 대학 생활을 겪는다기보다 <심플 라이프> 같은 좌충우돌 돌발 상황의 발생이 가장 큰 재미였다. 그런데 니콜은 전작에 나온 연예인들과 처지와 캐릭터가 전혀 다르다. 한국말이 서툴다는 핸디캡이 있지만 무엇보다 대학생활을 꿈꾸는 실제 고3이다. 대학 체험이 아니라 실제 ‘대학 입시’를 준비하고 있는 또래들의 이야기인 셈이다. 따라서 대학에 무혈 입성하는 것이 아니라 입시생 자격으로 출발한다. 당락의 칼날 위에 선 또래 친구들과 같이 니콜은 각양각색의 학과에 지원하고, 실제로 면접을 봤다. 언어도 서툰데 준비도 제대로 안 했으니 탈락의 고배를 연거푸 4잔 들이킨 건 그래서 공정해 보이기도 하고, 심정적인 공감을 자아낸다. 첫 방송이 이루어진 12일은 공교롭게도 수능 시험 날. 니콜은 지원한 4개 대학 모두에서 불합격 통보를 받았다. 단지 청강생 자격을 얻기 위한 것이었더라도 이 충격적인 결과로 ‘입시’의 만만치 않은 현실을 이제 느꼈을까. “떨어질 수도 있지 뭐.” 우울한 기색을 누르고 다시 잘 할 수 있을 거란 그녀의 말처럼 지긋한 입시 관문을 멋지게 통과해서 꿈꾸던 캠퍼스 낭만을 더욱 뜻 깊게 누리길 기대해본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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