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300> 월 SBS 저녁 10시 10분
제작비 절감이 중요해질수록 방송사에서는 토크쇼와 더불어 퀴즈쇼를 선호하기 마련이다. 그런 점에서 퀴즈라는 형식을 빌려 소프트한 토크쇼를 진행하는 <신동엽의 300>은 제법 영리한 프로그램이라 할 수 있겠다. 특히 어제 방송의 주제는 토크에 관한한 영원불멸의 주제인 ‘부부’로, 진행자인 신동엽은 패널들의 개인적이고 진솔한 이야기를 끌어내는 동시에 이것이 시청자들의 공감 영역 안에 안착할 수 있도록 수위를 조절하는데 있어서 능수능란한 진행 솜씨를 보였다. 또한 퀴즈를 푸는 주인공으로 출연한 소설가 이외수와 그의 아내 전영자는 문제를 푸는 데에 있어서도 집중력을 보이는 한편, 출제된 문제가 미처 포용하지 못한 부분까지도 살뜰히 짚어주는 통찰을 통해 토크에 깊이를 더했다. ‘부부관계’나 금전적인 이야기와 같이 노골적인 소재들을 등장시켰지만 전반적으로 이 방송이 그다지 자극적이거나 말초적이지 않은 분위기를 가져갈 수 있는 것은 그것을 다루는 방식이 기본적으로 상식적인 선을 지키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심심한 태도가 이 방송의 시청률을 ‘신동엽의 굴욕’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은 아닌가, 의심을 하게 된다. 더욱이 동시간의 경쟁 상대가 드라마라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오직 진실만을 내세우는 것은 어리석은 고집이 된다. 불편하지 않고, 거북하지 않은 지금의 색깔을 유지하면서도 보다 극적인 순간을 만들어낼 수 없다면, 애석하게도 <선덕여왕>에 큰 문제가 생기지 않는 한 승부처는 찾기 어려울 듯 보인다. 그렇다면 덕만이 왕좌를 원하는 만큼, 상금이 절실한 주인공을 찾는 것이 그 첫걸음이 아닐까.
글 윤희성

<살맛납니다> 월-금 1회 MBC 저녁 8시 15분
일일 드라마에서 ‘새로움’을 기대하는 게 무리였던 때도 있었지만 언제부터인가는 ‘막장’이 아니기를 기대하는 게 더 무리가 되었다. 그런 면에서 시청자를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고 갔던 <밥 줘>에 이어 MBC가 내놓은 후속작이 <살맛납니다>라는 것은 다소 의외지만 일종의 ‘병 주고 약 주고’라 해석한다면 이해가 가기도 한다. 결혼 35주년을 맞아 맏딸 민수(김유미)는 시집가고, 둘째 딸 경수(홍은희)네가 해외여행 보내주고, 막내아들 진수(오종혁)가 취직만 하면 세상에 부러울 게 없다고 생각하던 평범한 주부 강풍자(고두심)의 내레이션으로 시작된 1회는 민수가 7년 사귄 남자 친구 기욱(이민우)에게 채이며 끝을 맺었다. 작품의 내용에 반해 출연료까지 삭감하며 출연을 결정했다는 박인환, 고두심, 박정수 등 중견 배우들의 안정된 연기는 물론 김유미, 홍은희, 권오중의 적절히 코믹한 톤, 아역까지 섬세하게 배치된 캐릭터들을 보는 맛도 상당하다. 남자 주인공 유진(이태성)이 의사 아들이고 S대 의대를 나왔다는 이유로 ‘요즘 강남에서 제일 잘 나가는 신랑감’이라는 수식어가 붙는 호들갑스런 설정 등이 실소를 자아내게도 하지만 박현주 작가는 전작 <내 사랑 금지옥엽>에 비해 훨씬 편안한 가족의 상을 그려낸다. 사실 이 작품의 특별히 넘치거나 모자라지도, 잘나지도 못나지도 않은 가족과 그 구성원이 반가운 것은 그것이 가족의 이상향이라서 라기보다는 그동안 많은 가족 드라마들이 ‘결핍’을 소재로 온갖 폭력과 억지스런 봉합을 반복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앞으로 세 커플의 결혼과 이혼을 향한 가시밭길이 펼쳐지더라도 이 설정에서 ‘막장’으로 흐르기란 쉽지 않을 거라는 게 <살맛납니다>에 대한 가장 큰 기대라면 기대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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