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불패> KBS2 금 오후 11시 10분
걸그룹 전성시대를 살아가는 여자 아이돌은 무대 밖에서도 보여줘야 할 것이 많다. 어차피 신비주의 아이돌 콘셉트는 폐기된 현실, 좀 더 친근하고 리얼한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민낯, 숙소 공개는 통과의례가 됐으며 시대적 흐름은 결국 몸빼를 입고 아궁이에 불 때는 여자 아이돌을 탄생시켰다. <청춘불패>는 추석 특집에서 볼 법한 여자 아이돌 스타들이 단체로 몸빼를 입고 출연하는 리얼 버라이어티다. <1박 2일>이 전국을 유람하는 ‘야생’을 보여준다면 이쪽은 아예 어느 시골 마을에 자리 잡고 ‘자급자족’을 추구한다. 시골이란 배경에 ‘스스로 하기’가 부족한 여자 아이돌을 몰아넣은 것 자체가 재미다. 게임이나 밥하기에 열 올리지 않아도 가녀린 여자 아이돌들이 시골의 여러 모습을 신기해하고, 밥을 짓고, 밭에서 낫도 들고, 야외 화장실에서 쭈그려 앉아 배변 시뮬레이션을 하는 모습만으로도 웃기다. 그런데 한 회짜리 특집 프로가 아니라 이야기가 필요한 리얼 버라이어티다. 앞으로 G7 내의 관계 형성, MC들과 G7과의 관계를 통해 각자의 캐릭터를 만들어가야 한다. 화장실을 뒷간이라 부르니 집 뒤에 만들어야 한다는 구하라나 닭이든 벌레든 척척 잡는 써니처럼 캐릭터를 하나둘씩 잡아가고는 있지만 이 많은 출연진들을 어떻게 배치해야 하는지에 대해선 아직 답이 없어 보인다. 매번 몸빼와 장기자랑에 기댈 수는 없는 법이고 눈물의 캠프파이어는 한 회면 족하다. 김신영이 만드는 상황극을 아이돌들이 어떤 리액션과 예능감으로 받쳐줄 수 있을지, 시골 생활 자체만으로 지속 가능한 웃음과 이야기를 만들 수 있을지 이 농활 프로젝트의 앞날이 궁금해진다.
글 김교석

SBS 토 오후 2시
만약 누군가 한국시리즈 사상 가장 극적인 순간에 대해 묻는다면 의 끝내기 홈런은 반드시 언급될 장면 중 하나가 될 것이다. 100년이 넘는 전통을 지닌 메이저리그에서도 단 한번 있었다는 7차전 끝내기 홈런의 역사적인 기록은 최희섭도 김상현도 아닌, 1할 대 타율의 3번 타자로 분노와 조롱의 대상이었던 기아 나지완의 손에서 터져 나왔다. 극적인 경기를 흔히 각본 없는 드라마라 하지만 올해의 한국시리즈 최종전은 그 이상의 게임이었다. 차라리 야구의 신이 집필한 가장 정교한 각본의 드라마였달까. 그만큼 드라마틱한 장면들이 매순간 이어졌다. 가령 모두가 파울이라 생각한 SK 박정권의 타구가 바람을 타고 좌측 폴대 바로 안으로 떨어져 2점 홈런이 된 순간, 그러니까 전날 6차전에서 2점 홈런이 될 뻔 했던 기아 김상현의 우측 폴대를 살짝 비껴간 파울과 대비되며 운명적 징조처럼 보였던 그런 순간처럼. 그로부터 5대 1로 점수 차를 벌려간 SK도, 조금씩 추격하며 기어이 동점을 만들어 낸 기아도, 마지막 순간까지 승부의 추를 일방적으로 끌어당기지 못했다. 무사 1,3루의 찬스를 무산시킨 SK에게도, 최희섭, 김상현 타순의 1사 만루 기회를 놓친 기아에게도 절호의 찬스와 위기가 번갈아 찾아온, 말 그래도 혈투였다. 그리고 가장 극적인 결정타를 위해 차곡차곡 갈등을 쌓아온 치밀한 각본은 한국시리즈 사상 최초의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완결되었다. 교양 프로그램을 연상시켰던 캐스터의 무덤덤한 중계도, 흐름을 잘 읽어주지 못한 해설도, 심지어는 공의 궤적조차 잘 따라가지 못했던 카메라도, 그 강렬한 극성을 희석시키진 못했다. 우승한 기아도, 아깝게 패한 SK도 그 드라마의 멋진 주인공으로 손색이 없었다. 이로써 올해 유난히 뜨거운 열기를 뿜어냈던 야구의 대장정도 끝이 났다. ‘야구팬들에게는 1년 중 가장 슬픈 날’이기도 하지만, 훗날 역사로 기록될 경기를 지켜봤던 이들이라면 잠시 그 여운을 음미해도 좋을 것이다.
글 김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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