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엽의 300> 첫회 SBS 월 오후 10시 10분
“내가 생각하는 ‘바람 피운다’의 기준은?” <신동엽의 300>(이하, <300>)의 첫 문제다. 도전자로 출연한 박준규와 이승신은 육체적인 관계가 있어야 바람이라고 할 수 있는지, 그게 아니라면 이성 간에 단 둘이 만나기만 해도 바람인지 둘 중 어느 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정답은 정해져 있지 않고 현장에 출연한 300인의 결정에 따른다. 그러니까 <300>은 퀴즈쇼라기보다는 현장 앙케트 쇼에 가깝다. 사람 사이의 관계나, 생활에서 던질 수 있는 소소한 질문들을 놓고 얼마나 많은 수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하는지를 맞춰가면서 연예인 패널과 현장의 방청객들은 토크를 나눈다. 이를테면 “나는 애인(배우자)과 키스하는 중에 다른 이성을 상상해 본 적이 있다”라는 문장에 O, X로 답하면서 현장에 나온 50대 부부가 며칠 사이에 키스를 했네, 안 했네를 두고 이야기를 나누는 식이다. 그 사이로 이승신이나 김현철, 장영란 같은 연예인 패널들은 MBC <세바퀴> 정도 수위의 토크를 털어놓는다. <300>이 재미있어지는 것은 방청석에서 바람잡이 박수를 치거나 1명을 위한 배경의 100명이 되어왔던 방청객들이 자신의 생활이 담긴 이야기를 꺼낼 때다. “만약 로또 1등에 당첨된다면 친척에게는 비밀로 한다”는 말에 ‘아내에게도 비밀’로 하겠다는 돌출발언이 속출하고, 도전자의 답을 바꾸라고 설득하는 방청객들의 토크를 신동엽이 재치 있게 되받아치는 재미가 <300>에는 있다. 드라마에 질린 시청자들의 밤 10시를 오순도순 앙케트를 맞춰가는 시간으로 만들어 갈 가능성이 엿보인다. 노골적으로 자극적이거나 성적인 토크를 유도하는 질문을 줄이고 자그마치 218명이나 ‘O’라고 답한 “자신의 외모가 대한민국 평균치보다 높다고 생각한다”와 같은 신선한 질문들을 늘려간다면, 아마도 더욱 그렇게 될 수 있지 않을까.
글 윤이나

<놀러와> MBC 월 오후 11시 5분
요즘 월요일 밤에 <놀러와>를 보는 것에 슬슬 중독돼 가고 있다. 이 토크쇼는 여러 게스트를 모아 토크를 하는 가장 무난한 포맷을 가지고 있지만, 매주 게스트에 따라 토크의 내용과 분위기가 바뀌는 변화무쌍한 모습을 보여주는 통에 볼 때마다 새로운 토크에 대한 기대를 갖게 만들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주 힙합 뮤지션들을 모은 ‘무브먼트 특집’과 이번 주의 ‘웃겨야 사는 부부’ 특집은 최근 물이 오를 대로 오른 <놀러와>의 정점을 찍는 토크쇼였다. ‘무브먼트 특집’이 힙합 뮤지션들이 메이저 신에 뿌리 내리기까지의 10년을 가볍지만 경박하지만은 않은 토크 안에서 담아냈다면, ‘웃겨야 사는 부부’는 <사랑과 전쟁>의 토크쇼 버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결혼 전에는 임미숙에게 만큼은 ‘욕망을 참고 사는’ 남자였던 김학래가 결혼 뒤에는 2박 3일 동안 외박을 하고, 김지혜는 박준형과 자신이 결혼하기까지 서로에게 ‘눈길’과 ‘손길’을 줬던 과정을 털어놨다. 하지만 그럼에도 <놀러와>가 선정적으로 보이지 않았던 것은 이 모든 것을 굳이 집요하게 파고드는 대신 이제는 웃고 넘길 수 있는 한 때의 에피소드로 풀어 버리는 MC들의 유쾌한 진행과, 뻔한 포맷이긴 하지만 부부가 서로의 정보에 대해 맞추는 퀴즈쇼를 집어넣어 부부 금슬을 보여주려 했던 배려 때문일 것이다. 게스트가 몇 명 씩 나와 에피소드를 말하는 토크는 그 자체로는 이미 수명이 다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놀러와>는 그들 고유의 형식에서 나오는 편안한 분위기를 포기하는 대신, 그 안에 수많은 토크를 끌어들일 수 있는 방식으로 변화하고 있다. 힙합과 중년 부부의 권태를 모두 웃음 속에서 풀어낼 수 있다니, <놀러와> 제작진은 정말 고수들 같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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