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월 밤 9시
가을 개편을 맞아 폐지가 결정된 은 마지막 방송을 특집으로 구성하여 포맷에 변화를 주고자 했다. 여성과 남성으로 편을 나눈 패널들은 두 건의 이혼소송에 관해 양 측의 입장을 대변하여 사전 토론을 벌였고, 이를 근거로 시청자 배심원들이 판결을 내리면 최종적으로 초빙된 판사가 법률적인 판단을 제시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사전토론은 예능과 정보 전달 프로그램 사이에서 갈피를 찾지 못한 설전으로 시간을 낭비 하였고, 그 와중에서도 대부분의 게스트들은 비논리적인 의견을 우격다짐 주장하여 사건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은 인상을 주었다. 다만 남성 측 패널로 출연한 이수근은 외박이 잦은 남편이 아내의 습관성 도박을 이유로 이혼을 주장한 사건을 두고 “외박을 할 수 있다면, 아내에게 화투를 가르치겠다”거나 “칠순은 잔치의 끝”이라는 발언으로 토크적인 재미를 살리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음이 엿보였다. (전신인 <솔로몬의 선택>부터 생각하자면) 판례의 결과를 통해 법률적인 상식을 알아보는 초창기의 기획 의도와 달리 재연의 분량이 많아지고, 그조차도 인기 드라마 속의 장면을 편집하여 드라마 요약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는 등 많은 곡절을 겪어 온 프로그램이 결국 종영을 맞이한 데에는 여러 가지 속사정이 있겠으나,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결과적으로 모호해 진 것은 부정하기 어렵다. 특히 어제 방송의 주요 게스트는 선우용여, 이경실, 임예진, 完稚?등이었다. 이들을 두고 <세바퀴>는 커녕 <아침마당>만큼의 재미도 만들어 내지 못한 것에는 분명 문제가 있었다.
글 윤희성

<놀러와> MBC 월 밤 11시 15분
무브먼트의 엄청난 팬이었던 적이 없다하더라도 MBC <놀러와>의 ‘무브먼트 특집’을 보며 한참 웃다 여러 번 울컥했을 사람들은 많을 것이다. ‘부다 사운드’의 이하늘이 ‘자매’ 관계라는 ‘무브먼트’의 수장 타이거 JK에게 한 말처럼, <놀러와>에 모인 그들은 그 험한 시대를 뚫고 살아남은 힙합 신의 생존자들이다. 그들은 자장면 곱빼기 하나 때문에 기획사 사장에게 혼났고, 기자에게 ‘저급한 음악 하는 놈들’ 취급받았다. 하지만 그들은 함께 음악하고, 싸우고, 1년에 한 번씩 윤미래의 생일을 축하하며 살아남았다. 어느덧 그들의 합동 공연은 공연장을 꽉 채웠고, 에픽하이-다이나믹 듀오-리쌍의 앨범은 함께 음반판매 순위 1~3위를 차지했다. 이 10년의 감격스러운 생존기를 <놀러와>는 1시간여 동안 소소하게 툭툭 던지는 에피소드를 통해 대중에게 자연스럽게 전달했다. <놀러와>는 무리해서 그들의 음악을 설명해주는 대신 무브먼트 멤버들이 각각 여러 차례 이야기할 기회를 주고, 출연자들이 서로에 대해 이야기하도록 만들었다. 그들이 악동처럼 끄집어내는 동료들의 부끄러운 에피소드는 사실 그들이 얼마나 막역한 사이인지 보여주었다. 겉으로는 즐겁게 놀고 장난치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만, 그 뒤에는 10년의 인내와 우정이 있었다. <놀러와>가 방영시간 내내 소소한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어느덧 무브먼트 멤버들의 랩으로 하이라이트를 만들 수 있었던 것은 ‘힙합’이라는 장르적 특성에 연연하지 않고 무브먼트라는 공동체의 ‘분위기’를 살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무브먼트 멤버들의 랩에 이어 마지막에 등장한 이하늘의 짧은 랩은 이 소문난데다 먹을 것도 많았던 잔치의 대미를 장식하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힙합 신을 휘젓던 ‘래퍼 스카이’가 랩실력을 자랑하지 않고 허경영 랩을 패러디 할 줄이야. 그렇게 힙합은 예능과 만나고, 모두가 <놀러와>의 놀이를 즐겼다.
글 강명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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