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일드 바니> Mnet 화 오후 6시
때로는 구태의연한 방법론을 최대한 영리하게 활용하는 것이 새롭되 어설픈 방법으로 접근하는 것보다 훨씬 나을 때가 있다. 지난주에 이어 건어물남 되기에 도전하는 2PM의 모습을 담은 이번 <와일드 바니>는 전자라고 할 수 있다. ‘TV 대 TV’에서도 지적한 바 있지만 이미 스테레오타입 아이돌에서 벗어난 2PM에게 아이돌을 벗어난 무엇을 밑도 끝도 없이 요구하면서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는 척 하는 <와일드 바니>의 접근법은 그다지 신선할 게 없었다. 물론 신선하지 못하다는 것이 문제는 아니다. 문제는 재미다. 과거 2PM의 이미지를 잘 활용한 MBC에브리원 <아이돌 군단의 떴다! 그녀 시즌 3>에 비해 특별히 신선한 모습을 보여주지도 못 하면서, 계속 뭔가 새로운 걸 시도하겠다는 강박 때문에 2PM이 가장 잘 놀 수 있는 놀이터조차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했다. 비록 건어물남이니, 더티 라이프니 하는 별 의미 없는 주제어에서 새로움에 대한 강박이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결국 이번 에피소드는 아이돌의 합숙 공개라는 가장 구태의연하면서도 효과적인 떡밥을 가상으로나마 만족시켜줄 수 있었다. 특별한 미션 없이 무지막지하게 큰 냄비에서 라면을 건져 먹고, 소형 풀장에서 물장난을 치고, 얼음땡 게임 때문에 온 집안을 휘저을 때 이들 짐승돌은 가장 활기차고 매력적인 존재들이다. 게다가 물놀이 중 젖은 옷 사이로 비치는 닉쿤의 근육질 몸매라니. 여태 본 적 없는 아이돌 리얼리티 쇼를 만들 야심을 가졌던 제작진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그 야심, 이번처럼 조금만 눌러두시라. 대신 그들이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아 방목한다면 두고두고 회자될 정도는 아니더라도 방영시간 동안만이라도 즐거운 웃음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글 위근우

<상상더하기> KBS2 화 오후 11시 5분
god와 2PM의 공통점은? 둘 다 박진영이 키운 아이돌이다. 10년 전에 god는 박진영이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것을 프로듀싱한 첫 ‘원조’ 아이돌이었고, 곧 데뷔 1주년을 맞이하는 2PM은 박진영이 10년의 노하우를 쏟아 부은 지금 이 순간 ‘대세’ 아이돌이다. 이 두 그룹은 기존의 아이돌을 배반하는 이미지로 인기를 얻은 점도 비슷하다. god는 지나치게 풀어진 모습을 보여주어야 했기 때문에 HOT가 출연을 고사했던 <육아일기>로 큰 인기를 얻었고, 2PM은 솔직하고 자유분방한 아이돌답지 않은 매력으로 사랑을 받고 있다. 이 두 그룹이 출연한 <상상더하기>에서는 god만 출연했던 MBC <놀러와>와는 다른 시너지 효과가 나타났다. 이 두 그룹은 ‘진영이 형’이라는 공통점을 공유하며 이야기를 풀어갔지만,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아이돌 그룹이 겪을 수 있는 다양한 부침들을 모두 겪어낸 10년 차 아이돌과 이상형을 말할 때도 한 박자 쉬어가야 하는 1년 차 아이돌의 차이점이 드러났다. 대상을 타던 시절에도 god 토크의 단골 소재였던 데뷔 전 고생담은 꽉 짜인 연습 스케줄은 있어도 배곯을 일은 없었던 2PM의 ‘측은지심’을 유발했고, 김태우는 “사랑과 이별은 노래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는 말을 하며 선배 아이돌로서 아이돌의 가장 민감한 문제 중 하나인 사랑에 대한 충고를 전하기도 했다. 사실 <상상더하기>의 ‘질문을 위한 질문’과 부자연스럽게 대결을 요구하는 포맷은 여전히 <상상플러스> 시절에 머물러 있었다. 토크가 길어지자 ‘전국 사투리 자랑’은 슬그머니 빠졌고 심지어 프로그램의 마무리마저 흐지부지 되어버렸지만, ‘JYP의 아이들’이라는 신선한 조합만은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입담에서도, 힘과 개그감에서도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던 god와, 선배들 앞이라 그랬는지 평소보다는 조용히, 하지만 여전히 솔직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간 2PM 중 어느 쪽도 고르기 어렵다면 이렇게 대답하면 되겠다. ‘난 둘 다.’
글 윤이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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