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나는도다> MBC 토-일 저녁 7시 55분
대가족이 개량한옥 또는 복층저택에서 지지고 볶는 장면이 무한 재생되던 주말 저녁에 새로운 이야기가 나타났다. 푸른 바다 넘실대는 <탐나는도다>는 드라마의 블루오션이라 할 만하다. 17세기에도 청춘들이 살았으리라는 가정은 당돌한 섬처녀 버진(서우)이 되고, ‘하멜 표류기’에서 시작된 상상은 모험가 윌리엄(황찬빈)으로, 양반의 허세에 대한 비틀기는 ‘f**k you’로 음역되는 선비 박규(임주환)으로 형상화됐다. ‘천것’이라 괄시받던 순박한 백성이 전면에 나서면서 이야기는 왕실 사극의 레드오션에서 탈피했고, 물질하는 아낙들과 이방인의 시선을 따라가는 사이 제주도는 개발잔혹사의 희생물이 아닌 자연과 사람이 평화로이 어우러지는 공간으로 거듭났다. 바다 속 잠녀들의 유영과 ‘이어도 사나’의 조합은 몽환적이고, 팝업북 모양으로 꾸민 타이틀 영상과 극중 간간이 삽입되는 카툰은 경쾌하다. 세상 탐험에 나선 세 주인공처럼 연기의 신대륙에 상륙한 신인배우들도 뚜렷한 개성으로 이목을 끈다. 이렇게 신선한 드라마를 낳은 것은 역시 ‘이야기의 힘’이리라. 원칙적으로는 참신하고 완성도 높은 순수 창작 드라마를 만드는 게 가장 좋으나, 그렇지 못할 바엔 만화의 재기발랄하고 참신한 상상력을 수혈받는 것도 바람직한 일일 터. 이쯤 되니 갑자기 궁금하다. 일본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MBC <궁>도 그렇고 만화가 대중문화 콘텐츠의 보고인 것은 틀림없는데, 앞으로도 무궁토록 시나리오의 산실이 되어주었으면 싶은 우리 만화들은 안녕하신지.
글 김은영

<일밤> ‘몸몸몸’ MBC 일 오후 5시 20분
‘몸몸몸’이 한 달 만에 폐지된다. 리얼 버라이어티 일변도의 예능시장에서 웃음과 감동과 정보를 함께 전하는 <일밤>다운 코너임에도, 식상한 기획에서부터 차출된 출연진 간의 협업까지 모두 말끔하지 않아서 문제였다. 연출을 논할 것도 없이 오프닝만 봐도 난국이다. 김용만, 조형기의 만담은 그들이 떨어져 서 있는 거리감만큼이나 발휘되지 않고, 박명수 특유 어법에 안 맞는 깨알 같은 개그를 김용만은 받아주질 못한다.
마지막 방송은 MBC스페셜에 방영돼 큰 반향을 일으킨 <목숨 걸고 편식하다>의 체험편이었다. 아이템은 좋았지만 슬프게도 짧은 시간동안 쓸데없는 게임만 늘어놓아 재미와 정보가 모두 늘어지는 연출의 묘미만 선보였다. 애초 기획 자체가 ‘1박 2일’과는 다른데 콘텐츠가 게임과 복불복이니 얼마나 치열하지 못한가. 부산까지 가서 야트막한 산 오르다가 물 마시기 복불복하고, 돌아와서 냉면 한 그릇 먹는 복불복하고 밀고기 떡갈비 한 점 먹고 내려오는데 무슨 정보와 웃음을 찾을 수 있단 말인가. 시청자는 MBC 예능국 간부보다도 인내심이 없다. 십 대처럼 방황하다가 게임이나 비키니에 빠지지 말고 건강한 웃음, <일밤>이기에 할 수 있는 웃음을 찾아야 한다. 리얼 버라이어티가 능사는 아니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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