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리플> MBC 마지막회 밤 9시 55분
“하여튼 좋다. 팔 한 쪽 다리 한 쪽 남기지 않고 던져 보는 거다!” 다시 피겨를 시작하기로 결심한 1회 엔딩 내레이션처럼 빙판에 자신을 던졌던 하루(민효린)의 마지막 무대가 끝나고, 무릎 수술을 받은 하루는 활(이정재)의 집을 떠난다. 그리고 찾아온 <트리플>의 ‘2년 후’에는 ‘2년 전’의 흔적이 거의 남아있지 않다. 좀 더 열정적인 생존의 장이 될 줄 알았던 ‘본드 팩토리’는 그리 신선하지도 않은 몇 가지 아이디어만으로 광고계에 자리 잡았고, 하루의 성장 공간이던 ‘빙판’도 이제 없다. 끝까지 논란이 되었던 활과 하루의 감정이 결국 하루의 치기어린 사춘기적 흔들림으로 끝맺게 되면서, 그들이 일 년 남짓했던 유예의 시간도 어디론가 사라져 버리고 말았다. 돌이켜 보면, 그 시간들은 이들을 성장시켰어야 옳았다. 일과 가정 모두에서 선택의 문제에 직면해 있던 활과 수인(이하나), 피겨에 자신을 던지기로 한 하루, 여러 가지 의미로 어려운 사랑을 시작한 현태(윤계상), 해윤(이선균), 상희(김희) 모두에게 그 시간은 좀 더 치열했어야 했다.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어떠한 당위성도 없는 감정만을 안은 채 직진하는 이기적인 시간을 오래 지난 후, 이들의 모습은 하루가 서울로 올라오기 이전으로 돌아간 것처럼 보일 뿐, 성장으로는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빙판이 사라졌다. 빙판에 쏟아 부었던 18살 내 노력과 꿈과 사랑이 어디로 간 걸까”란 하루의 마지막 내레이션은 마치 드라마 <트리플>의 운명을 이야기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등장인물이 함께 빙판 위에서 한 판 축제를 벌이는 마지막 장면은 그저 아름답고 반짝거리기만 해, 이전에 이들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는 까맣게 잊어도 될 것만 같다. 그렇게 반짝이는 순간만 남기고 그 배경의 어두움은 그리지 못한 <트리플>의 판타지는, 결국 한 여름밤의 꿈처럼 깨어나면 곧 잊혀질 것이 되어버렸다.
글 윤이나

KBS2 수-목 밤 9시 55분
는 서서히 마지막 무대를 향해 치닫고 있다. 그동안 친절하고 알아듣기 쉽게 깔아놓은 복선과 음모가 서서히 그 윤곽을 드러났다. 서너 차례 법정에서 활약한 신참 변호사 강은호(김현주)는 필연적으로, 그리고 인간이기 때문에 온몸으로 맞서야 하는 거대로펌 해윤과의 마지막 무대에 오른다. 그동안 크던 작던 모든 사건을 해윤과 계속 맞서왔다. 이건 마치 WBC룰과 같아서 여태껏 다 이겨왔지만 이번에 지면 말짱 황인 상황이다.
마지막 무대에 오르기 전, 작가진은 사려 깊게도 모든 주조연들의 상황과 콤플렉스를 정리했다. 당차고 차갑고 도도하고 능력 있어 시건방진 한정원(이하늬)은 감추고 싶은 부분들이 발가벗겨짐으로 콤플렉스를 극복한다. 그 과정에서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에 눈물을 흘리고, 그것이 냉철한 남자 이영호(최철호)의 가슴에 흘러들어 아버지에게 억눌려온 그의 삶에 자그마한 파열구를 만든다. 혜윤의 둘째아들 이태조(이동욱)는 법조계의 야인처럼 살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지막 무대에서 증명할 태세다.
의 주인공들을 둘러싼 지독한 운명과 음모는 검고 깊지만 우린 이미 휴머니즘이, 정의와 진실이 승리한다는 결말을 알고 있다. 그러니 법정에서 붙는 싸움, 그리고 어떻게 해결할지가 이 드라마의 수준을 좌우할 가늠쇠가 될 전망이다. 뻔하고 재미없는 결말 속에서 가슴을 훅 건드리는 판타지의 탄생. 이 어려운 과제는 제대로 된 법정공방으로 풀었으면 좋겠고 그래야만 한다. 제작진은 이제 얼마나 치밀한 각본으로 마음을 조이게 하는가의 어려운 숙제를 할 일만 남았고 이제 우린 그것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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