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한도전> MBC 토 오후 6시 30분
‘해양구조대 특집’은 <무한도전>이 그동안 했던 특집 중에서 가장 산만한 축에 든다. 꼭지들은 뚝뚝 떨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로 뭉치지도 못했고, 주제 자체도 너무 당연해서 재미가 없었다. 거기다 웃음과 갈등 제조기 박명수까지 쉬고 있으니 조금 답답했다. 그나마 물속에서 할 수 있는 각종 아쿠아 몸개그의 향연으로 대부분의 시간을 때웠다. 그러나 주목할 점이 있다. 편집점 정형돈이 웃음의 중심에 섰다는 사실이다. 오프닝과 마무리가 정형돈 중심의 수미쌍관을 이루었고, 그의 ‘족발당수’는 큰 웃음을 만들었다.
사실 족발당수는 이미 몇 년 전부터 선보이던 아이템이다. 작년 ‘<무한걸스>와의 미팅 특집’에서 저질 태양 패러디를 선보인 노홍철에게 날렸던 분노의 족발당수에 제작진은 자막을 통해 ‘분기마다 한 번씩 웃겨주는구나’라는 어색한 칭찬을 남겼다. 더 거슬러 올라가면 ‘황금돼지 특집’과 ‘가을소풍 특집’에서 귀여운 척하는 정준하에게 날린 드롭킥이 바로 오늘날의 족발당수다. 말 없는 뚱보 형돈의 아크로바틱한 드롭킥은 그 준엄함과 육중함 덕에 ‘응징’이란 의미를 획득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활화산처럼 터진 것이다. 이처럼 해묵은 아이템을 터뜨릴 수 있었던 것은 MC빡돈의 위세가 여전한 시의성과 프로그램 자체의 중심축을 후반 10분에 몰아넣고 몸개그의 기어를 서서히 조절한 데 있다. 바람 맞는 것으로 시작해 소소하고 다양한 몸개그를 펼치다가 그 끝에 하이라이트를 족발당수로 장식했다. 몸개그의 점진법이다. 재밌는 것 한 가지. 정형돈이 모처럼 웃길 때 유난히 박명수가 뒤집어진다. 다들 전자깡패의 난해함에 어찌할 줄 모를 때 유일하게 뒤집어진 박명수는 족발당수를 처음 본 3년 전에도 유난히 자지러지면서 똑같은 말을 남겼다. “야 이거 진짜 웃긴다.” 그리고 탐냈다.
글 김교석

<슈퍼스타 K> Mnet 금 오후 11시
Mnet을 틀기만 하면 예고가 나왔던 ‘대국민 오디션’ <슈퍼스타K>가 24일 첫 방송을 시작했다. 1세부터 99세까지 누구나 참가 가능하며, 어마어마한 상금과 혜택을 건 공개 오디션답게 예상보다 더욱 많은 인원이 지원을 한 <슈퍼스타K>는, 모델 격이 되는 <아메리칸 아이돌>이나 <브리튼즈 갓 탤런트>같은 프로그램과 굳이 차별화하려는 시도 없이 유사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지원자들에게는 모두 다르지만 특별한 사연이 있고, 그들을 지탱하는 것은 오디션장 문 밖에서 그들을 기다리는 사랑하는 사람들이다. 단, 많은 지원자를 대상으로 하고 짧은 시간 안에 평가를 해야 하는 대형 오디션이므로 그 형식이 달라질 수 없다고 하더라도, 심사의 기준이 명확해야 함은 물론이거니와 그 안에 담고 있는 내용만은 슈퍼스타 ‘Korean’다울 필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1회는 아직 완성된 하나의 프로그램으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는 못했다. 프로그램을 끝까지 이끌고 나가야 하는 최종 3인의 심사위원 중 한 명인 이효리가 “선배님이 합격을 주셨으니 저도 합격을 드리겠습니다”라는 식의 심사위원의 권위를 떨어뜨리는 말을 하는 부분이나, 지원자들을 지나치게 장난스럽게 대하는 부분은 심사의 공정성에 대해 한 번 더 생각하게 만들었다. <슈퍼스타K>가 시즌을 거듭하며 발전해나가는 한국의 대표 오디션 프로그램이 되기 위해서는, 지금 한 발을 내딛은 이 다음 어디로 향하느냐가 중요하다. “가수는 90%가 선천적으로 타고 나거든요?” 지원자에게 딱 잘라 말하는 이승철의 한마디에, <슈퍼스타K>가 나아가야할 방향이 담겨있다. 공정한 심사 아래, 90%의 타고난 재능에 10%의 노력까지 채워온 사람, 정말 ‘노래에 목숨 건’ 사람이 ‘슈퍼스타K’가 되어야만 이 야심찬 기획이 빛을 잃고 스러져 가는 일이 없을 것이다.
글 윤이나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