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그에게 꽂히다’ MBC 금 밤 10시 55분
아줌마는 여전히 사회적 타자다. 하지만 최근 줌마렐라 드라마의 유행이나 강한 엄마 신드롬 등 대중문화가 중년기혼여성들의 욕망에 서서히 주목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와중에 트렌드에 민감한 시선을 보여주는 이 아줌마 팬덤의 목소리에 주목한 ‘아줌마, 그에게 꽂히다’는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연예인 팬카페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는 3,40대 주부들의 인터뷰를 통해 그녀들은 왜 스타에게 빠졌으며, 또 단순히 좋아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팬덤을 형성하는가에 대한 이야기가 펼쳐졌다. 요약하자면 스타는 그녀들에게 위안과 새로운 열정을 주는 존재이고, 또 팬덤 안으로 깊숙이 개입하면서 맺게 되는 관계와 새로운 자아의 발견은 그녀들에게 긍정적인 힘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주체성과 수동성 사이에 위치한 팬덤 문화와 타자로서의 아줌마 집단에 대한 심도 깊은 고찰은 없었지만, 외부적 논평은 제거하고 직접 그녀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접근법은 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생각해보면 지금의 3,40대 주부는 386세대, X세대로 불린 자의식이 큰 집단이다. 하지만 기혼여성의 자리는 여전히 협소하다. 어떤 식으로든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그 폐쇄공포를 어떻게 이겨낼 것인가. 프로그램 초반 소녀처럼 들떠서 ‘그에게 꽂힌’ 순간을 고백하던 그녀들의 미소와 시간이 흘러갈수록 결혼 뒤 엄마와 아내의 이름으로 축소된 그들의 자아와 억눌린 내면을 토로하며 글썽이던 눈물의 대비가 그 어떤 드라마 못지않은 극적인 울림을 준 시간이었다.
글 김선영

<세 남자> 1회 tvN 토 밤 11시
‘남성판 <막돼먹은 영애씨>’라는 수식어에서도 짐작했지만 tvN의 새 다큐드라마 <세 남자>는 중년 남자, 즉 ‘아저씨’에 대한 한없이 리얼하고도 찌질한 생태보고서다. 유부녀와의 사랑이 이루지 못한 순애보가 아니라 그냥 ‘간통죄’가 되어버리는 현실적인 시작부터 그렇다. 나이 서른아홉에 남은 것은 두 번의 이혼 경력과 6개월의 징역살이 뿐인 ‘사랑의 전과자’ 골프 코치 다훈(윤다훈), 수차례의 사업 실패 때문에 히스테리컬한 여배우 아내(우희진)에게 받는 구박을 먹을 것으로 푸는 골프웨어 숍 사장 상면(박상면), 여자 얼굴 밝히는 주제에 “김태희는 키가 작아 별로, 한가인은 코에 점이 있어 별로”라며 허세 부리면서 집에 와서는 노모(강부자)에게 반찬 투정이나 하는 ‘문화평론가’ 웅인(정웅인) 등 세 주인공은 물론 조, 단역 캐릭터들마저 개성이 살아있는 것은 정환석 감독, 한설희 작가 등 <막돼먹은 영애씨> 원년멤버인 제작진들이 대거 참여한 덕분인 듯하다. 주름에 찌들고 기름기로 번들거리는 얼굴로 불룩한 배를 그대로 드러내면서 ‘초딩’같은 싸움질을 벌이는 아저씨들의 모습은 샤방한 꽃미남들을 볼 때와는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제공하고, 남자들의 온갖 삽질은 ‘의리’ 때문이라며 적절하게 깐죽대는 배칠수의 내레이션과 돈 잃은 얘기 하는데 ‘도나도나도나’가 흐르는 절묘한 연출도 재미있다. 특히 건담 부품 때문에 민망한 오해를 받은 웅인이나 룸살롱에서 만난 여자와 모텔에 가는 다훈의 에피소드 등 성인용 코미디는 케이블 채널이기 때문에 가능한 영역이기도 해 <세 남자>의 다음을 기대하게 한다.
글 최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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