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덕여왕> MBC 월-화 밤 9시 55분
덕만(이요원)의 첫 전쟁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그녀를 비롯해 전쟁에 처음으로 참가한 용화향도의 어린 낭도들 시선으로 그려진 <선덕여왕>의 전쟁신은 웅장한 스케일의 영웅적인 전쟁이 아니라 ‘꼭 살아남아라’는 말이 유일한 무기인 치열한 개싸움에 더 가까웠다. 정신없이 검과 창을 휘두르고 방패로 내리찍고 넘어지고 도망가고, 그저 살아남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같은 전투 속에서 덕만은 ‘사람을 얻기’ 전에 먼저 사람을 잃는 아픔을 배운다. 그리고 기동성을 위해 부상병들을 죽이는 효율적인 리더 알천(이승효)보다 부상당한 동료들을 부축할 체력까지 훈련시키던 유신(엄태웅)이 ‘살 희망’을 주는 리더라는 것을 깨닫는다. 11회의 마지막에서 용화향도는 다른 병사들이 퇴각할 수 있는 시간을 벌기 위해 백제군을 향해 칼을 뽑는다. 우리의 주인공들은 이 전투에서도 결국 살아남겠지만 마침내 서라벌로 돌아올 덕만은 더 이상 예전의 덕만이 아닐 것이다. 과거 죽을 고비를 넘기고 궁으로 살아 돌아온 미실(고현정)과 천명(박예진)이 그러했던 것처럼. 지난 10회에서 처음으로 사람을 베고 충격으로 얼어붙었던 덕만의 표정은 자신이 죽인 자의 피를 묻힌 채 온화하게 미소 짓던 미실의 그것과 극명하게 대조되지만, 매회 죽음의 고비를 넘기며 덕만은 조금씩 미실과의 거리를 좁혀가고 있다. 어느덧 유신 옆에 대등하게 서서 ‘꼭 살아 돌아가 죽은 자의 몫까지 살겠다’는 덕만의 모습을 보건대 “용화향도가 보종의 일월성도를 이기는 날, 나를 찾거라” 말하던 미실과의 대결이 머지않았다.
글 김선영

<놀러와> MBC 월 밤 11시 5분
<놀러와>는 매주 자신들이 만든 기획의 틀 안에서 게스트를 소화한다. 김원희, 유재석의 앙상블과 캐릭터 강한 패널들은 그 속에서 조화를 보여준다. 그러나 드라마나 영화를 홍보 차 출연한 게스트를 소화할 때 그 때의 기획은 도박이다. MBC <친구, 우리들의 전설>과 영화 <킹콩을 들다>를 붙이면서, 완스남(완전 스포츠를 좋아하는 남자) 연예인들이 대거 출연해 스포츠남 특집으로 진행됐다. 토크쇼에서 운동 잘하는 남자, 승부욕 강한 남자들의 세계라는 주제 하에 유머를 뽑아내긴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의 틀 안에 강박적으로 잡아넣으려고 한 것이 패착이었다. 곳곳에 남은 통편집의 흔적이 시청자들에게까지 보였다. 남자의 눈물, 가장 승부욕이 발동했을 때, 외모와 다르게 깬다는 소리를 들었을 때와 같은 앙케이트는 일정한 꼴을 이루지 못하고 이 기획이 얼마나 급조된 것인지를 잘 보여줬다. 어제 가장 맥이 빠질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이번 기획의 하이라이트를 배우들에게 호신술과 역도를 배우는 것으로 잡았기 때문이다. 운동을 배우면서 몸개그를 시전 하며 큰 웃음을 노렸겠지만 은지원은 정준하처럼 유치하게 달려들지도 않고 유재석과 노홍철은 이미 <무한도전>에서 역도 몸개그는 졸업한 사람들이었다. 기획의 하이라이트가 영 시원치 않게 한듯 안 한듯 끝났고 토크는 숨 오래참기, 에바에게 누가 문자 먼저 오는지와 같은 것으로 점철됐다. 우천으로 인해 경기가 취소된 것 같은 찝찝함이다. 골방에서 이들을 기다리던 길과 이하늘은 그야말로 공친 하루였다. <놀러와>를 기다리는 시청자에게도 마찬가지였다. 물론 매주 빵빵 터질 수는 없다. 다만 너무 자신들이 만드는 기획에 매몰되는 것은 아닌지, 더 편하게 풀 수 있는 것들을 짧은 시간에 생산해내려고 무리하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봐야 할 것이다.
글 김교석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