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릎 팍 도사’ MBC 수 밤 11시 5분
화려한 이력은 전시하기 쉽다. 성공한 이들의 이력은 그 자체로 그의 수식어가 된다. 그래서 우리는 종종 인물보다 그 앞의 수사에 더 매료당한다. 그 자체가 그의 삶의 가장 드라마틱한 부분만을 요약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어제의 게스트 안철수 카이스트 교수는 그 이력보다 인간 자체가 더 매력적인 사람이었다. 성공한 리더의 교과서에 실릴 법한 그의 도전과 경력은 이미 유명하지만 그보다 더 기억에 남는 것은 인간 안철수를 설명해주는 소소한 일화들이다. 부부싸움도 존댓말로 하고 군장교 시절에도 부하들에게 존대했다는 이야기나 백신 개발하느라 정신없이 입대해 가족에게 인사하는 것도 잊어버렸다는 일화들은 드라마틱하지도 않고 그저 모범생의 일상처럼 소소하기 그지없지만 안철수의 인간적인 매력은 주로 그런 대목에서 뿜어져 나왔다. 광합성을 하고 살 것만 같은 온화한 미소와 조곤조곤한 말투로 온 가족이 밤늦게까지 공부하는 게 일상이었다는 평범한 말로도 존경심을 품게 하는 남자라니. 일본 만화 을 읽었을 때의 느낌과도 흡사했다. 그가 전하는 잠언들도 어록이라기엔 소박하다. 그러나 ‘효율성 측면에서 보면 나는 비효율적인 사람, 하지만 인생은 효율성이 전부가 아니며 자신에게 정말 맞는 분야를 찾기 위해 쓰는 시간은 값진 것이다’와 같은 말은 그 당사자가 인간 안철수이기에 가슴으로 전해져왔다. 생각해보니 ‘무릎 팍 도사’의 묘미는 그런 것이었다. 성공한 인사들의 이력 뒤에 가려진 인간을 끌어내는 것. 일각에서 재기를 노리는 연예인들의 변명쇼라는 비아냥까지 들었던 이 토크쇼의 초심을 환기시킨 귀중한 시간이 어제의 ‘안철수 편’이었다.
글 김선영

<황금어장> ‘라디오스타’ MBC 수 밤 11시 5분
한국영화가 잘 안 돼서일까. 언젠가부터 과거의 얼굴들이 예능프로그램에서 소비되기 시작했다. 반갑기도 하고, 추억을 소비하는 것 같아 씁쓸하기도 하다. 어쨌든 ‘왕년에는 말이야’로 시작하는 영웅담들 혹은 기억들의 조명이 예능프로그램에서 다방면으로 활발히 이루어지는 가운데 예전부터 ‘라디오스타’는 브라운관 밖으로 밀려난 연예인들을 종종 언급해서 꾸준히 환기를 해왔었다. 그런데 게스트가 룰라라니. ‘라디오스타’ 사상 최고의 밥상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왕년에 최고의 인기를 구가했고, 각종 사건사고에 진정으로 연루되었다. 신정환의 고향과 같은 곳이자 이상민의 랩이나 김지현의 영화 <썸머타임>등 요즘 트렌드인 ‘싼티’도 적절하게 나니 이야말로 최고의 산해진미가 가득한 대본이 필요 없는 게스트다. 김구라로 대변되는 독설도 독설이지만 스스로 망가지고 희화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룰라 멤버들의 활약상을 기대하게 한다. 어제 그 짧은 방송분에서도 그에 대한 이야기는 많이 쏟아져 나왔다. 이런 재미를 기하고 어쩌면 레전드가 될 방송을 기다리고 기다렸을 것이다.
그런데, 고작 3분 40초 방송됐다. 그것도 예고편으로. 위에 많은 문장을 써놓고 여기서 이렇게 말하는 것조차 민망할 지경이다. 아무런 사과도 없이 당연하다는 듯 ‘우린 안 될거야’라며 중2병 흉내를 내며 은근슬쩍 넘어가려 하는데 해도 너무했다. 늦은 시각 낄낄대길 기대하고 있던 시청자들에게 공지 한 줄 안하고 고무줄 편성한 것은 분명 비판받아야 마땅하다. 게다가 그 시간을 쪼개서 언터쳐블의 뮤직비디오를 1분가량 틀어줬다는 말은 차마 못 하겠다. 이 짧은 예고편을 방영해놓고, 룰라가 출연한다고 광고를 한 것은 도저히 설명이 안 된다. 이런 경우가 벌써 서너 차례. <라디오스타>를 기다리는 시청자를 위해 제작진은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반성해야 할 것이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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