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이야기> KBS 월-화 저녁 9시 55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송지나의 드라마는 결국 ‘남자 이야기’였다. 일제 강점기와 광복, 분단을 그린 MBC <여명의 눈동자>는 그 시대를 헤쳐 나가며 새 시대의 길을 닦은 최대치와 장하림의 이야기였고, 5. 18을 다룬 SBS <모래시계> 역시 대척점에 선 박태수와 정우석의 이야기였다. 그들은 자신의 방식을 찾고, 세상의 장애물이 가로막아도 전혀 흔들림 없이 자신의 길을 걷는, 그러다 좌절하는 고대 비극의 영웅을 닮았다. 그토록 잔인한 시절을 온 몸으로 부딪히는 수컷의 이야기는 개별적인 이야기였지만 동시에 시대의 어떤 속살을 비춰주는 창이 되었기에 송지나의 드라마는 시대극이 될 수 있었다. 하지만 종종 그녀는 현실 앞에서 비루하게 헐떡이는 수컷을 그럴듯하게 포장했고, 그것은 <모래시계>의 보디가드와 조직폭력배와 같은 마초에 대한 판타지를 만들었다. 이런 모습은 4회까지 진행된 <남자이야기>에서도 그대로 발견된다. 돈이 많고 그걸 굴릴 줄 아는 채도우(김강우)와 돈이 없고 돈에 대한 복수심에 불타는 김신(박용하) 모두 자본주의의 룰 안에서 싸워야 하는 수컷이라는 점에서는 동일하다. 아마도 송지나 작가는 이 둘의 대결을 통해 그 어떤 이념보다 돈을 둘러싼 싸움이 치열한 현대의 모습을 부분적으로나마 그리고 싶은 것 같다. 그 성공여부는 아직 따질 단계가 아니지만 그녀의 나쁜 버릇, 즉 마초 판타지가 동일하게 변주되는 것은 지적할 필요가 있다. 현재 김신은 채도우와 돈이 최고인 세상에 대한 복수심으로 움직이지만 그 주위의 인물들은 의리로 움직인다. 물론 남자의 의리는 멋있다. 상업 드라마로서 크게 나무랄 선택이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의리에 대한 판타지는 피도 눈물도 없이 오직 돈의 흐름에 따라 움직이는 현 시대를 비추는데 일종의 연막이자 방해가 될 수 있다. 과연 송지나 작가는 ‘때깔’에 대한 유혹을 넘어 그럴 듯한 폼을 잡는 가짜가 아닌, 진짜 남자들의 이야기를 그려낼 수 있을까.
글 위근우

<러브 에스코트> MBC에브리원 화 오후 2시 40분
스타가 입양되기 전의 아이를 일정기간 양육하는 포맷은 SBS <사랑의 위탁모>가 이미 시도했던 것이었다. <러브 에스코트>는 그 프로그램과 많은 부분 유사하다. 가끔씩 등장하는 MC 김성주는 신동엽 그 자체이고, 아이를 키우는 기쁨을 보여주며 입양을 독려하는 방식도 동일하다. 그런데 문제는 <러브 에스코트>에서 풍겨나는 리얼리티 방송의 인공적 냄새이다. 그것은 아이의 분내가 스타의 몸에 배어 드는 과정을 지켜보며 느끼는 감동을 앗아가 버렸다. <사랑의 위탁모>는 스타들이 아이를 목욕시키며 행복을 느끼는 순간이나 육아문제로 자신의 엄마와 다투고 짜증을 내는 모습 등을 소중히 다뤘었다. 그런데 <러브 에스코트>는 그 과정을 똥 기저귀 갈고 우유 몇 번 먹이고 주사 한번 맞추는 걸로 대체해버린다. 남는 시간은 솔비의 일터에서 만난 유명 스타들의 모습이나 기념사진 촬영, 이별 파티 같은 다분히 리얼리티 방송틱한 사건들로 메운다. 배경음악으로는 솔비의 노래가 깔리고 자막은 영상의 감정 이상을 내달리며 몰입을 강요한다. 당연히 진정성은 약화되고 이별의 눈물은 그 이상의 감동으로 치환되지 못한다. ‘진짜’를 주장하는 방송은 늘어나지만 ‘진심’이라고 말 거는 방송은 사라지고 있는 현재, 어쩜 이것은 당연한 변화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흐름의 탓으로 돌리며 입양을 하나의 아이템으로 소비하기엔 그것은 너무나 중요한 문제이며 각성이 필요한 문제이다. 부디 <러브 에스코트>가 스타 품에 아이 하나 쥐어주고 꽁무니를 쫓다 신파로 끝나는 현재의 구성에서 벗어나, 서로의 살갗이 닿는 순간 느껴지는 진심들에 좀 더 몰두해주길 간절히 바랄 뿐이다.
글 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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