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이야기> KBS 월~화 저녁 9시 55분
<남자이야기>는 ‘서슬 퍼런 자본의 논리 속에 희생당하는 현대인’이란 소재를 들고 나왔다. ‘자본의 거대권력’이 비판의 대상에서 욕망의 대상으로 옮겨간 지 오래인 지금, 이런 문제의식은 식상해지기 쉬운 위험성을 안고 있다. <남자이야기>의 첫 회가 상상 가능한 이야기로 진행된 것도 그런 맥락 위에 있다. 김신(박용하)을 안티 히어로로 변모시키기 위해 제공된 비극적 상황들은 다른 작품들에서 수없이 반복되었던 것이었다. 그렇기에 스토리가 지닌 잠재적 스케일에 비해 <남자이야기>의 서막은 다소 수수한 인상을 남기고 말았다. 그러나 그건 그저 인상일 뿐이다. 최근 드라마들이 시청률을 위해 숨 쉴 틈 없이 빠른 호흡으로 1~2회를 그려나가는 데 비해 <남자이야기>는 빠른 스토리 전개를 점잖은 호흡으로 이끄는 뚝심을 보이고 있다. 스토리라인에 영향을 끼치지 않는 범위 내에서 불필요한 장면은 제거하고 중요한 장면만 남긴 뒤 차곡차곡 보여주는 거다. 이는 ‘거대한 역사’보다 ‘그 위에서 고뇌하는 개인’에 방점을 찍어왔던 송지나 작가에게 효과적인 방식이다. 2화에 채도우(김강우)의 비중이 높지 않았음에도 그의 존재감이 분명히 느껴졌던 건 그런 경제성에 기댄 바가 크다. 이렇듯 <남자이야기>는 1~2화만을 가지고 판단하기엔 복잡한 양상을 띠고 있다. ‘위생’, ‘청결’, ‘교화’ 등과 같은 문자를 장면 군데군데에 배치시켜 부조리한 사회에 냉소를 띄우는 작가의 방식을 촌스럽게 볼 수도, 저력으로 볼 수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남자이야기>는 이제 갓 시작되었다. 송지나의 석궁이 자본의 패악을 제대로 겨냥할 수 있을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듯하다.
글 정진아

<태희혜교지현이> MBC 월~금 저녁 7시 45분
<태희혜교지현이>는 아줌마들이 주축이 되는 ‘줌마렐라’ 시트콤이다. 그런데 시작한 지 1달 정도 된 지금 벌써 에피소드가 바닥난 것 같다. 오늘 방영분 중 가장 기억나는 것이 윤종신이 몇 년 전 예능을 시작할 때 들고 나온 자기 희화화일 정도다. 에피소드를 잇는 연결고리도 없고, 문희준, 김국진, 선우용녀 등 유휴 등장인물이 과하다. 특히 줄거리 전개나 캐릭터들의 화학작용과는 아무 상관없는 대화 신에 너무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쯤 되니 과연 애초에 콘셉트 외의 시놉시스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논스톱>의 껍데기에 중심축이었던 러브라인을 거세한 이른바 차, 포를 떼고 장기를 두는 것 같다. 그 부족함을 대사의 농으로 메우려고 하는데 그 부분이 가장 심각하다. 세트의 진부함도, 최은경 등 시트콤 특유의 익살스런 촌스러운 연기도 여기에 견줄 수는 없다. 일상적인 대화에도 웃음소리가 너무 잦게 따라오는데 작정하고 웃기려는 대사가 “칭찬은 고등어도 춤추게 한다더니…” 같으니 문제가 매우 심각하다 할 수 있다.
글 김교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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