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사진=MBC ‘무한도전’ 방송화면 캡처
MBC ‘무한도전’ 494회 2016년 8월 20일 토요일 오후 6시 20분

다섯줄 요약
조슈아 트리 국립공원에서 캠핑을 즐긴 ‘무한도전’ 멤버들은 다음날, 뒤늦게 합류한 양세형과 함께 코리아타운과 할리우드 관광을 시작하였다. 의미를 알 수 없는 관광에 짜증을 내던 멤버들은 그들이 지나온 길이 도산 안창호의 흔적이 남아있는 곳임을 깨닫고 반성하였다. 대한인국민회 총회관을 방문하여 안창호 선생의 막내아들 안필영 선생을 직접 만난 멤버들은 이후 안창호 선생의 외손자인 필립 안 커디의 초대를 받아 안창호 선생과 그의 가족의 흔적을 돌아보았다. 한국으로 돌아온 멤버들은 도산공원에 방문하면서 이번 방송을 마무리하였다.

리뷰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널리 사랑받으면서 이른바 ‘국민예능’이 된 ‘무한도전(이하 무도)’은 그에 따라 ‘국민예능’으로서의 역할과 의무를 갖게 되었다. 물론 ‘무도’의 가장 큰 의무는 예능프로그램 본연의 역할, 즉 시청자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것이다. 그러나 ‘국민예능’이라 할 만큼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도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갖게 되면서 ‘무도’는 그 위치에 걸맞은 사회적 역할을 해야만 하게 되었다. 이제 그들의 도전은 단순히 웃음을 주는 것뿐만 아니라 어떠한 ‘의미’를 가져야 하는 것이다.

‘무도’는 이러한 자신의 위치와 의무를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무도’의 해외 특집은 특히 그들의 의무감을 잘 보여준다. 그들은 웬만해서는 해외촬영을 남발하지 않고, 해외촬영을 할 경우 반드시 그곳에서만 할 수 있는 것을 보여주며, 해외촬영을 감수해야 할 만한 의미를 가지는 아이템을 선보인다. 그렇기에 알래스카에서는 ‘김상덕 씨’로 대표되는 교포들을 만나 손수 만든 음식을 대접하였고, ‘배달의 무도’에서는 각자의 사정으로 해외에 나가 있는 이들에게 가족의 정을 전달하고, 하시마 섬에 직접 방문하여 가슴 아픈 역사를 돌아보았다.

‘무도’가 보여준 이번 LA 특집 또한 마찬가지였다. ‘도산 안창호’ 특집은 아마도 이번 LA행에서 제작진이 가장 공들여 준비한 아이템이었을 것이다. 역사 특집은 ‘무도’가 이전에도 여러 차례 선보였던 것이지만, 광복절이 지난 지 얼마 안 된 시점이라는 점, ‘무도’가 의도한 것은 아니겠지만 최근 무지한 역사 지식으로 인해 여러 차례 논란이 발생했던 점 등에서 시의적절한 소재라 할 수 있다. ‘무도’의 입장에서도 최근 웃음 위주의 특집이 주로 이어져왔기 때문에 변화를 줄 수 있는 이번 특집을 적절한 시점에서 꺼내들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방송에서 ‘무도’는 도산 안창호와 관련된 장소를 하나씩 돌아보고 그의 가족을 만남으로써, 안창호라는 독립운동가의 일생뿐만 아니라, 독립운동가를 가족으로 둔 이들의 삶까지 들여다보았다. 한인을 하나로 모으고 세계 각지를 돌아다니며 독립운동을 진행한 선구자 안창호의 삶과 뒤에서 묵묵히 남편의 독립운동을 지원한 이혜련 여사, 곁에 있어주지 못하는 아버지를 이해하고 존경하였던 자녀들과 할아버지의 업적이 퇴색되지 않도록 노력하는 외손자 필립 안 커디까지, 이 모든 이들의 삶이 시청자들을 감동하게 하였고, 또 여태껏 그들을 잊고 살아왔다는 것을 부끄럽게 만들었다.

‘무도’ 멤버들로 대표되는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무지를 극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초반부 버스 투어는 이미 ‘도산 안창호’ 특집이 예고된 탓에 충분히 예상 가능한 반전이었기에 그 효과가 반감되었지만 제작진의 의도는 충분히 전달되었다. LA에서 돌아와 도산공원을 방문하며 마무리하는 장면은 더욱 극적이다. 바로 우리 곁에 있었던 역사적 자취를 알지 못하다가 먼 곳을 돌아와서야 비로소 깨닫게 된 것이다. 그리하여 멤버들은 말한다. 그동안 우리가 너무나 몰랐고, 그렇기에 부끄럽다고.

결국 ‘무도’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가 그동안 우리의 역사에 지나치게 무관심해왔다는 것, 그러나 우리의 역사는 결코 잊어서는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이다. 왜 웃음을 주는 예능에서 굳이 이러한 이야기를 해야 하느냐고 생각하는 이도 있을 수 있다. 그러나 그래도 ‘무도’는 끊임없이 자신의 목소리를 낸다. 그것이 ‘국민예능’으로서 ‘무도’ 자신이 해야 할 역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번 방송이 끝난 후, 각종 검색사이트에는 ‘도산 안창호’와 ‘도산공원’ 등이 실시간 검색어로 등장하였다. 바로 이것이 ‘국민예능 무도’가 가지고 있는 위력이며, ‘무도’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수다포인트
– 정준하가 캠핑프로그램에 출연하기 위해 꼭 준비해야 하는 것은 매니저?
– 캠핑하다 말고 싸우는 멤버들의 모습, 마치 우리 가족을 보는 듯 하네요.
– 이번 방송 최대의 반전 = 독립기념관 소장 곰방대의 비밀.
– 우리를 위해 희생하신 수많은 영웅들, 감사합니다. 영원히 잊지 않겠습니다.

김하늬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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