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tvN ‘기억’ 방송캡처
사진=tvN ‘기억’ 방송캡처
tvN ‘기억’ 15회 2016년 5월 6일 금요일 오후 8시 30분

다섯줄 요약
신영진(이기우)은 이찬무(전노민)의 약점을 이용하려다 오히려 희망슈퍼사건으로 협박을 당한다. 박태석(이성민)은 찬무를 찾아가 진실을 밝히겠다고 선전포고를 하고, 강현욱(신재하)의 죽음과 아들 동우의 죽음, 희망슈퍼사건 재심 청구를 위한 조사에 힘쓴다. 태석의 알츠하이머에 대해 증권가에 소문이 나돌고, 태석은 생방송에 출연해 자신의 병을 밝히며 희망슈퍼 살인 사건에 대해 언급해 국민적인 관심을 모은다. 해외로 떠난 줄 알았던 이승호(여회현)는 자수하러 경찰을 찾는다.

리뷰
태석이 마신 세 잔의 술은 마치 판사의 판결문 같았다. 술잔, 술병이 내는 소리들은 승호의 가슴에 박히고 있었을 것. 두려워하지 않으며 절대로 포기하지 않겠다는 세 번째 잔의 약속은 앞으로 펼쳐질 태석의 반격을 기대하게 했다.

이찬무의 약점을 우연히 얻게 된 신영진은 이찬무를 손바닥 위에 올려놨다 여긴 듯했다. 태석은 물론이고 덤으로 획득한 이찬무를 향한 공격 포인트는 그 힘이 오래가지 못했다. 이찬무 또한 희망슈퍼 살인사건의 진범이 신영진임을 알고 있다 드러낸 것. 이찬무와 신영진이 서로를 향해 칼이 든 칼집을 내밀 때, 태석은 그 둘을 향해 이미 칼을 꺼내들고 있었다. 태석의 예상대로 희망슈퍼 사건의 진범이 신영진임을 확인한 순간, 대상을 향해 제대로 향하고 있는 태석의 칼에 묘한 희열을 느끼게 했다.

동우 죽음의 진실을 알아챈 박태석이 이찬무를 찾아가 복수가 아닌 진실을 밝히는 노력을 하겠다고 한다. 태석과 찬무의 대화는 그 어떤 형태의 싸움보다도 불꽃이 튀었으며 흘러나오는 웅장한 배경음악은 태석의 의지에 비장미를 더한다. ‘왜 그랬느냐, 범인은 바로 너!’ 같은 말보다도 찬무를 향한, 세상을 향한, 이전의 자신을 향한 태석의 말은 시원하기 그지없었으며, 종신 감옥에 갇힌 이찬무 부자의 죄의 무게감을 더하고 있었다.

많은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향한 칼을 거둘 수 없는 틈에도, 인물들 간의 훈훈한 마음은 돋보인다. 태석을 향한 정진(이준호)과 봉선화(윤소희)의 의리, 나은선(박진희)과 서영주(김지수)의 묘한 동질감에서 주고받은 따뜻한 위로, 태석에게 힘이 된 장모(박준금)와 정우(남다름)의 말 등은 마음이 시려오는 이 드라마에서 온기를 전해주고 있었다. 썸에서 이제 연애가 된 듯한 정진과 선화의 모습 또한 계속되는 긴장 속에 잠시 숨 쉬기를 가능하게 하는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박태석을 통한 속 뚫리는 이야기가 있으면 반대로 딱 그만큼씩 시원한 속을 다시금 막는다. 증권가 소문을 통해 알츠하이머가 공개되고, 승호는 아버지 찬무로 인해 강제로 출국하게 된 것. 하지만 태석은 생방송에서 자신의 병을 직접 공개하고, 재심을 청구하려는 권명수의 이야기를 전면에 드러낸다. 뒤이어 미국으로 떠난 줄만 알았던 승호가 자수를 위해 경찰서에 있는 모습까지. 매순간 탄성을 지르기에 충분했다. 태석의 고백은 대중의 힘을 모았고, 이제 잊지 말아야 하는 것들을 향해 힘이 모아질 차례다. 마지막 회를 앞두고도 여전히 시청자들의 속을 들었다 놨다, 막았다 뚫었다 하는 이 드라마, 그 안에서 마지막까지 실망 시키지 않을 박태석의 선택에 박수를 보낸다.

수다포인트
– 봉비서 분홍 봉투에 담은 사표가 너무 귀엽네요.
– 박 변호사님, 왓슨 정변 데리고 사설 탐정소 하나 차리셔야겠어요.
– 헌법 제11조가 이렇게 슬플 수가 있다니요.

김지연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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