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 10회
기억 10회
tvN ‘기억’ 10회 2016년 4월 16일 토요일 오후 8시 30분

다섯줄 요약
박태석(이성민)은 CCTV 영상 속의 제보자가 로펌에 왔었단 사실을 느끼고 그의 정체를 밝히려 애쓴다. 영상 속의 거리 주변을 찾던 나은선(박진희)은 현욱(신재하)과 마주치지만 원하는 답을 들을 수 없다. 태석은 아들 정우(남다름)와 모친 김순희(반효정) 앞에서도 실수를 하는 등 증상은 점점 심해진다. 현욱은 납치를 당하고, 현욱이 이찬무(전노민)의 사무실을 갔었다는 소식을 접한 태석은 이찬무에게 향한다.

리뷰
숨이 턱턱 막힌다. 마음이 편한 하루가 없다. 아니 단 한 순간도 태석은 사건의 연속, 복잡한 생각의 연속에서 벗어날 수가 없다. 그 와중에 잃어가는 기억, 사소한 문제들을 일으키는 병의 증상은 태석을 더 힘들게 만들기만 할 뿐이다.

시작하자마자 정신없이 쫓아다니던 태석의 모습은 마치 하나라도 잊기 전에 제보자의 정보를 얻어내려는 필사적인 노력 같았다. 흥분 상태를 제어할 수 없고, 사소한 단어가 생각이 안 나는 태석은 그런 자신의 얼굴을 마구 때리기도 한다. 태석의 증상을 알고 있는 정진(이준호), 봉선화(윤소희)는 곁에서 무엇 때문인지도 모른 채 태석의 생각을 돕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바를 한다. 태석을 지키려고, 도우려고 그의 곁을 지켜주는 정진과 선화. 태석의 기억이 희미해질수록 그들의 동료애, 의리는 더 깊어지고 있는 듯하다.

제보자인지 범인일지 모를 현욱을 찾아내려는 태석의 노력, 자꾸만 떠오르는 동우의 기억, 그러는 중에 점점 심해지는 병의 증상에 더해진 약의 부작용까지. 하나만으로도 힘에 부칠 일들을 태석은 하루에도 몇 번씩 한꺼번에 겪고 있다. 심지어 정우와 어머니마저 태석을 이상하다고 여길 상황을 만든다. 어른스럽게 아빠를 걱정하며 천천히 가자는 정우의 말에 터져 나오는 눈물을 참으려 애쓰고, 모친 앞에서 ‘사법시험만 붙으면..’이라는 젊었던 시절 그가 했을 법한 말을 아무렇지 않게 뱉고 당황해 뛰쳐나오는 태석의 모습은 가만히 지켜보고만 있기 힘들다. 가장 들키고 싶지 않았을 존재 앞에서 해버린 실수, 그로 인해 흔들리는 태석의 눈빛은 혼란스러운 감정을 오롯이 전달해주고 있었다.

병으로 오는 혼란, 어디선가 자꾸 나타나는 과거 사건들의 흔적. 어느새 시청자들은 태석의 시선으로, 태석의 마음으로 태석과 함께 하루를 보내고 있었을 것이다. 병으로 당황스러워할 때 내가 들킬 것 같아서 두근거리고, 과거 사건이 등장할 때 도대체 무슨 일이었나 싶어 조마조마하고, 그러다가 신영진(이기우)이 폭행 증거로 당황할 땐 왠지 모를 쾌감을 같이 느꼈다. 하지만 예고편에 나오는 정진이 영진의 집 앞 쓰레기를 뒤졌다는 것을 영진이 알게 된 것과 김창수 형사가 얘기하는 희망슈퍼사건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얽혀있을지 감을 잡을 수 없어 일주일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려야 한다. 알츠하이머에 이어, 지금 일어나는 일들까지 자기 잘못의 결과였다고, 벌을 받는 것이라고 태석이 여기게 되진 않을까. 태석이 지나쳤던 과거는 무엇이었을지, 그로 인해 생긴 누군가의 상처는 얼마나 커져서 태석에게 다가온 것인지, 또 이제 그가 어떻게 잘못을 바로 잡아갈 지 기다려진다. 어쩌면 앞으로 태석이 보여줄 과정을 통해서 잘못된 과거를 기억하고, 상처는 올바른 방법으로 제때에 치유해야한다고, 그러니 더 잘 기억하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닐까.

수다포인트
– 정우야, 치킨을 안 좋아하다니!
– 차분하고 고요해서 더 무서운 황태선(문숙) 회장님
– ‘기억’하겠습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tvN ‘기억’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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