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와요 아저씨
돌아와요 아저씨


SBS ‘돌아와요 아저씨’ 4회 2016년 3월 3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한나(이레)·다혜(이민정) 모녀가 아빠의 죽음 때문에 운다. 해준(정지훈)은 이를 보고 결심한다. 다시는 두 여자가 울지 않게 내 죽음의 진실을 밝히겠다고. 해준은 선진백화점 회의장, 중역들이 모두 모인 자리에서 김영수(김인권) 과장이 자살이 아니라는 정황 증거들을 들이민다. 위장 자살 사건의 증거와 진실 찾기에 영수의 저승 동창생 홍난(오연서)이 도와준다. 홍난은 해준에게 볼 것 못 볼 것 다 보여주며 여성 에티켓을 교육받는다.

리뷰
환생보다 한발 더 나아간 개념 ‘역송’. 죽은 자는 돌아왔지만 살아 있을 때 모습이 아니다. 각종 성인 질환을 달고 살던 영수(김인권)는 복근에 빨래를 해도 될 것 같은 몸짱 재벌2세 해준으로, 핵주먹 파이터 기탁(김수로)는 아리따운 여인 홍난으로 역송했다. 주인공의 내면-외면이 다른 ‘역송’이란 이중 구조로 드라마는 지금껏 보지 못한 묘한 케미 커플을 탄생시켰다. 홍난·해준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선남선녀 커플로 보이지만, 실상은 영수·기탁 아재들이고 저승 동창생이다. 홍난·해준, 영수·기탁은 로맨스도 브로맨스도 아닌 그 사이 어디쯤에 있는 커플인 것이다.

역송 때문에 독특한 관계망이 생긴 건 주인공들만이 아니다. 무인도에 단 둘이 남게 된 진짜 해준과 이문식 남남커플, 역송한 남편 해준·전 부인 다혜 남녀커플, 홍난·이연(이하늬) 여여 커플 조합까지, ‘돌아와요 아저씨’는 한국 드라마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색다른 커플 매칭을 시도하고 있다.

겉과 속이 다른 인물 간 커플은 정지훈·오연서 배우들의 호연으로 빛을 발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 오연서는 시청자를 들었다 놨다 했다. 예쁜 배우가 웃기지 못할 것이란 편견을 버려라. 여자가 ‘쩍벌’을 하고, 팔(八)자로 뒤뚱뒤뚱 걷는데도 부담스럽기는커녕 귀엽고 웃기기만 하다. 오연서는 정지훈의 멱살을 이리저리 흔들며 술주정부리는 연기부터 혀가 반토막난 애교 연기, 셀카 삼매경에 빠진 허세 연기 그리고 링 귀신 연기까지 코믹 연기의 진수를 보여주며 웃음 폭탄을 빵빵 터트렸다.

오연서가 연기한 홍난이 웃음만 준 건 아니다. 생전 그가 사랑했던 이연은 홍난에게 더 이상 나타나지 말라며 상처를 준다. 이 쓰디쓴 현실에 홍난은 처음으로 역송 선택을 후회한다. 인생 40년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해 살아왔는데 아무도 자신을 반겨주지 않으니 이 얼마나 쓸쓸한 일인가? 홍난이 불쌍하고 또 불쌍하게만 보일 때 승재(이태환)의 속마음이 밝혀진다. 기탁의 복수를 위해 조용히 때를 기다리는 승재가 홍난 곁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모른다.

홍난이 방황하며 이연 스캔들 배후세력 찾기에 주춤한 사이 해준은 강력한 한방을 준비하고 있었다. 해준이 과거 직장 상사 마상식(박철민) 괴롭히며 슈퍼 갑놀이에 빠진 줄 알았는데 어느새 김영수 과장 위장 자살 사건의 정황 증거를 동영상으로 준비해왔다. 여기에 ‘그것이 알고 싶다’ 김상중 뺨치는 언변으로 백화점 회의장 중역들을 휘어잡았다.

백화점 판매 직원이 뜬금없이 중역들 회의장에 다과 심부름을 한다는 것이 작위적이긴 했지만, 다혜까지 함께한 자리에서 해준은 말한다. 우리의 김영수 과장이, 이 땅에 사는 수많은 가장들이 주 70시간이 넘게 회사에 몸 바친 인생 포기자임을, 과로·접대로 스스로 몸을 혹사시키고 있음을.

영수가 자살했느냐, 안 했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었다. 그를 죽음에 이르게 한 실체가 무엇인지 밝히는 게 중요했다. 그것은 바로 회사라는 공룡. 거대한 공룡 때문에 영수는 짧은 인생을 마감해야 했다. 이제 살아 돌아온 영수가 공룡을 상대로 싸울 차례이다.

수다포인트
-대진운만 따라줬다면….묻히기 아까운 드라마
-정지훈·이문식의 무인도 특급 브로맨스, 정지훈은 타잔, 이문식은 제인?
-라미란이 어디서든 널 지켜본다, 천상계에도 불법사찰이….
-이민정 분량이 박철민 아재보다 안 나온 듯, 이민정 ‘쩌리’될까 걱정이에요.
-과로에 술 접대에 이 땅의 김영수 과장 같은 사람이 많은 씁쓸한 현실.

이윤미 객원기자
사진. SBS ‘돌아와요 아저씨’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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