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육룡이 나르샤’ 31회 2016년 1월 18일 월요일 오후 10시

다섯줄 요약
정도전(김명민)은 이방원(유아인)에게 무명에 관한 것을 맡아보라 지시하고, 초영(윤손하)은 방원과의 만남에서 방원이 듣지 못한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로 그를 자극하고 무명과 함께 할 것을 제안한다. 방원은 초영의 제안을 받아들인 척하며 무명을 쫓기 위한 책략을 펼친다. 한편, 끝까지 고려의 신하일 것을 다짐한 정몽주(김의성)는 공양왕(이도엽)에게 일단 토지 개혁을 행하길 청하며, 후에 이성계(천호진)와 정도전을 갈라 정도전을 칠 것이라 한다.

리뷰
정도전과 정몽주의 대화를 들은 방원은 혼란스럽다. 후에 초영에게 들은 정도전의 재상총재제, 그 안에서 ‘왕’이라는 가장 강력한 틀 안에 갇힐 자신의 아버지와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왕족이 될 자신의 모습은 방원을 절망하게 한다. 난세에서 길을 잃고 방황할 때 빛처럼 나타난 정도전의 대업, 그와 함께 만들 새 나라의 환상으로 살 힘을 얻었던 방원은 정작 그 안에 자신의 자리가 없음을, 그래서 자신의 꿈이 되어버린 정치를 할 수 없음에 또 길을 잃었다고 슬퍼한다.

길을 잃은 방원의 절망은 눈앞에서 말하는 분이의 말마저 들리지 않게 했다. 그리고 방원의 열병은, 소년의 이루지 못한 첫사랑의 그것처럼 방원에게 성장통이 된 듯하다. 자리에서 일어난 방원은 마치 이전의 어렸던 소년 방원은 이제 없음을 보여주듯 검은 옷을 입고, 상투를 틀고 정도전 앞에 나선다. ‘이제 애가 아니니까요.’라는 독백은 짜릿함과 동시에 섬뜩함마저 준다. 분가를 하고 사병을 모집하고, 정도전의 계획을 향한 과거와 현재의 마음을 초영에게 뱉은 방원의 행동은 무명을 잡기 위한 책략에서 비롯된 것들이었지만, ‘말을 하면 할수록 진심이 되어 간다.’는 속내로 드러났듯, 진심 안에 숨겨 놓은 진심이 점점 모습을 드러내게 했다.

방송 마지막, 방원은 분이와 눈싸움을 하며 어느 때보다 순수한 모습을 보여준다. 방원이 분이와 있을 때 모든 것을 잊고 웃을 수 있어 다행이라며 흐뭇한 마음을 가지려는 그 때, 방원의 눈물은 가슴을 철렁 내려앉게 한다. 눈처럼 빛나는 방원과 분이의 해맑게 웃는 장면은 어느 때보다도 예뻤기에 “이제 놀이는 끝났어.”라는 말은, 방원이 이성계의 다섯째 아들 이방원이 아니었다면, 시대도 역사도 없이 그저 서로를 아끼는 남녀였다면 얼마나 좋았을까하는 생각이 들만큼 마음을 시리게 한다. 새하얀 눈밭에 홀로 검게 있던 방원의 존재처럼 앞으로 이렇게 해사하게 웃는 얼굴을 할 수 없을 방원의 모습을 알기에 더 슬프고, 더 아름답게 빛나고 있었다.

이번 회를 이끌어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 방원의 변화는, 그 안에서 감정을 자유자재로 실어내고 있는 그의 얼굴을 통해 제대로 보여준다. 정도전의 뜻을 알고 절망하던 얼굴은, 강단 있는 청년의 얼굴로 변화했다. 이성계 앞에서 ‘아버지는 아실까.’라는 생각에 잠긴 안타까운 표정은 장인 앞에서는 사병을 갖겠다는 단호한 얼굴이 되었다가, 하륜(조희봉) 앞에서는 하륜이 모시고 싶은 확신에 찬 얼굴을 보여준다. 그리고 분이 앞에서 보여준 해사한 웃음과 이별의 눈물까지. 변화무쌍한 방원의 감정을 완벽히 공감하게 하여, 앞으로 보여줄 방원의 선택과 변화, 미래를 알고 있는 시청자들을 납득시키고 있었다.

수다포인트
– 연희(정유미) 낭자 어디니, 내 말이 들리니.
– 이방지(변요한), 척사광(한예리)이 꽂은 나뭇가지 못 뽑아… 의문의 1패
– 고려 바보 정몽주, 안타깝지만 그 선택은 멋지십니다.

김지연 객원기자
사진. SBS ‘육룡이 나르샤’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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