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한혜리 기자]
장영실
장영실
KBS1 ‘장영실’ 1회 2016년 1월 2일 토요일 오후 9시 40분

다섯줄 요약
전 서운관 판사 장성휘(김명수)와 동래현 관기 은월(김애란)사이에서 출생한 아들 은복(정윤석)은 영특한 기지를 가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노비의 신분으로 순탄치 못한 어린 시절을 보내고 있었다. 천문학 공부를 위해 떠돌아다니던 아버지가 돌아오자 은복의 인생은 180도 바뀌어버린다. 아버지는 은복에게 ‘꽃 뿌리 영(英), 열매 실(實), 장영실’이라는 새로운 이름을 전한다. 이후 천문학에 관심이 많던 영실은 아버지를 따라 일월식 추보를 꿈꾸게 된다.

리뷰
서사 속 영웅의 어린 시절은 늘 비범하다. 조선 천재 과학자인 장영실이란 영웅의 어린 시절 역시 비범했다. 순탄치 않고, 또 순탄치 않았다. 장영실의 어린 시절인 은복은 양반들에 치여 흙바닥에서 구르고 억울한 멍석말이까지 당했다. 고난 뒤에 행복이 찾아온 것일까. 힘겨운 나날을 보내던 와중 만나게 된 아버지는 장영실 인생에 있어 한줄기 빛과 같은 존재가 됐다. 아버지는 영실의 비범함을 일찍이 알아봤고 누구보다 든든한 조력자가 돼 주었다.

영실의 뒤집어진 운명처럼, 태종(김영철)의 운명 역시 격변했다. 일식으로 자신의 추문을 씻고 하늘의 기운을 얻으려 했던 태종은 일식은커녕 비를 맞게 된다. ‘운명의 장난’이 아닐 수 없었다. 태종이 전날 아들들과 함께 달떡에 빈 간절한 소원이 무색할 만큼, 하늘은 태종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았다. 천하를 호령하던 태종의 말이 통하지 않는 곳이 있다면 그것이 바로 ‘하늘’이란 걸 입증한 셈이었다. 시작이었다. 태종은 앞으로도 ‘하늘’과 무수히 많은 갈등을 겪을 것이며 반대로 장영실은 천문학적 접근을 통해 하늘과의 갈등을 좁혀나갈 것으로 보인다. 태종과 장영실, 대조되는 두 사람의 운명이 얼마큼 역동적인 역사를 그려나갈지 기대가 높아진다.

이날 단연 눈길을 끈 건 태종의 색다른 모습이었다. 형제들을 죽이고 왕위에 오른 비정한 왕이 아닌 ‘장영실’ 속 태종은 따뜻한 아버지 그 자체였다. ‘장영실’은 태종의 냉혈한 모습을 조명하지 않고, 숨겨진 인간적인 면모를 이끌어냈다. 태종이 아들과 함께 다정하게 달떡에 소원을 빌다니, 태종이 아들의 눈물에 칼을 내려놓다니. 굉장히 신선한 충격이었다. 그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태종과는 전혀 달랐기 때문이다. 역사를 바꿀 순 없겠지만 역사를 바라보는 시선은 얼마든지 바꿀 수 있다. 왜곡되지 않는 선에서 역사를 조명하는 포인트를 달리 한다면 그것이 바로 새로운 역사의 기록이 될 것이다. ‘장영실’은 ‘늘 그랬던’ 시선이 아닌 새로운 시선을 택했다.

장영실 서사의 막은 올랐다. 다시 말하지만 역사는 이미 모두가 알고 있고, 반전은 있을 수 없다. 사극이 할 수 있는 건 충실한 고증과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는 것뿐이었다. 이를 가지고 얼마나 역사를 역동적으로 그려내느냐가 관건이다. 이러한 점에서 ‘장영실’의 첫 회는 꽤나 성공적이었다. 장영실의 어린 시절과 태종의 과거는 충분히 역동적이었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호기심을 일게 만들었다. 신선한 충격을 선사한 ‘장영실’이 앞으로도 ‘뻔’한 사극이 아닌 ‘정도전’, ‘징비록’을 잇는 명품사극으로 남길 기대해본다.

수다포인트
– 과학영재들에게 차세대 교육방송으로 떠오를 것 같네요.
– 갑자기 별자리 운세를 보고 싶은 드라마.
– 어린 장영실에게서 ‘장금이’가 보이는 듯 하군요.

한혜리 기자 hyeri@
사진. KBS1 ‘장영실’ 방송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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