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든싱어
히든싱어

JTBC ‘히든싱어4’ 11회 2015년 12월 12일 토요일 오후 11시

다섯줄 요약
‘히든싱어4’ 11회의 원조가수는 R&B 여왕 거미였다. ‘그대 돌아오면’,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어른아이’, ‘기억상실’로 이어지는 4번의 라운드에서 거미는 역대급 모창능력자들의 등장에 고군분투하였다. 결승라운드에서 42표를 얻은 거미가 우승을 차지하였고, 준우승자는 31표를 얻은 ‘듣기평가 거미’ 이은아로 결정되었다. 모든 모창능력자와 거미가 함께 부르는 앙코르 곡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로 ‘히든싱어’ 거미 편의 막이 내렸다.

리뷰
이번 시즌 ‘히든싱어’에서 심혈을 기울이지 않았던 방송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그 가운데서도 거미 편은 가장 기대를 모으는 방송 중 하나였다.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R&B 여왕이자, ‘복면가왕’에서 여제로 군림하기도 하였던 ‘코스모스’ 거미의 출연이니 시청자들은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히든싱어4’ 거미 편의 뚜껑이 열렸다. 방송을 확인한 시청자들은 역대급 방송으로 기억되는 휘성 편에 견줄만한 ‘여자 휘성 편’이 될 것이라고 자신하였던 제작진의 말이 결코 빈말이 아니었음을 알 수 있었다.

거미 편에 지원한 모창능력자들의 놀라운 싱크로율은 본격적인 시즌이 시작되기 전, 특집에서 공개되었던 미리듣기에서 이미 증명된 바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미리듣기 목소리의 주인공이었던 ‘듣기평가 거미’ 이은아만이 뛰어난 모창실력을 가진 것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 중에서는 거미와 목소리 자체가 흡사한 이가 있는가 하면 예전 창법을 완벽히 소화하여 CD의 목소리를 그대로 재현해내는 이도 있었다.

이 때문에 원조가수인 거미는 매 라운드 고전해야 했다. 특히 2라운드 ‘친구라도 될 걸 그랬어’ 무대는 그야말로 압권이었다. 통 안의 다섯 사람이 모두 거미 한 사람인 것 마냥 노래를 불러 청중들을 곤혹스럽게 하였는데, 거미의 오랜 친구이자 음악적 소울메이트라 할 수 있는 휘성마저도 당황하여 “내가 거미 목소리를 이렇게 몰랐던가 싶다”라고 할 정도였다. 결승라운드인 ‘기억상실’ 무대 역시 거미가 3위를 각오할 정도로 어려웠는데, 우승을 한 거미가 전체 표의 절반이 되지 않는 42표만을 얻었고 준우승자인 이은아가 31표, 3위를 차지한 ‘쌍둥이엄마 거미’ 홍혜진이 27표라는 꽤 높은 득표수를 얻었으니, 모창능력자들이 얼마나 평가단을 혼란스럽게 했는지 알 수 있다.

그러나 ‘히든싱어4’ 거미 편이 ‘여자 휘성 편이다’라고 할 만한 방송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단순히 원조가수인 거미와 목소리나 창법이 비슷한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이라기보다는, 거미와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들이 거미의 명곡을 뛰어난 가창력으로 완벽하게 소화해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최고의 디바인 거미를 좋아하여 그녀의 노래를 열심히 따라 불렀기 때문일까? ‘히든싱어4’ 거미 편의 모창능력자들은 ‘그 원조가수의 그 모창능력자’라 할 수 있을 만큼 가창력이 뛰어났다. 다섯 명의 모창능력자들 가운데 거미의 목소리와 덜 비슷한 사람은 있을지언정 거미의 노래를 소화할 수 없는 이는 없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여기에 원조가수인 거미는 명불허전의 가창력을 보여주면서도 애써 과하게 자신을 드러내려 하지 않고 모창능력자들을 배려하여 그들이 마음껏 실력을 뽐낼 수 있도록 유도하였다. 이렇게 해서 여섯 명의 거미들은 네 번의 라운드에서 완벽한 라이브를 선보이게 되었다.

‘히든싱어4’ 거미 편은 모창능력자들의 높은 싱크로율 덕분에 적당한 긴장감은 있었지만 그렇다고 대단히 감동적인 사연이 있는 것도, 큰 웃음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이번 방송이 시청자들에게 꽤 오래도록 기억될 수 있으리라 생각되는 것은 오로지 노래 덕분이다. 여섯 명의 거미가 선보인 소름끼치는 라이브 무대, 바로 그것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충분했던 것이다.

수다포인트
– 스태프가 문을 안 열어준다고 힘으로 열고 나온 가수는 거미가 최초 아닐까요?
– 휘성 모창능력자 김진호와 거미 모창능력자 이은아를 배출한 중학교. 그 중학교 대체 정체가 뭡니까?
– 소울메이트 거미와 휘성, 두 사람의 우정이 부럽습니다.

김하늬 객원기자
사진제공. JTBC ‘히든싱어4’ 방송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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