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를 부탁해
냉장고를 부탁해
JTBC ‘냉장고를 부탁해’ 52회 2015년 11월 9일 월요일 오후 9시 30분

다섯 줄 요약
1주년 특집방송답게 화려했고 볼거리가 풍성했다. 지난 1년간 방송을 빛낸 명장면들을 추억하게 하는 특유의 시상식과, 정장을 갖춰 입고 자리한 셰프들도 눈길을 끌었다. 오늘의 냉장고 주인은 최현석 셰프. 요리는 미카엘-홍석천, 오세득-이원일의 대결이었는데 게스트와 셰프가 티격태격하는 모습 등 다른 회와 다른 재미를 주었다. 마지막 ‘스페셜 매치’는 두 진행자의 15분 요리였는데, 눈을 뗄 수 없는 특별한 대결이었다.

리뷰
방송초반에는 마치 ‘비정상회담’을 보는 듯했다. 정장을 갖춰 입은 셰프들은 색다른 느낌을 주었고, 늘 ‘작업복’만 입던 이들의 진정한 외모와 분위기가 엿보여 신선했다. 1년을 자축하는 각종 상의 이름도 이 프로그램 특유의 추억과 진면목이 담긴 것이어서, 사실 모든 셰프들이 탐낼 만했다. 모두에게 골고루 주고 싶은 상이었다.

최현석의 냉장고는 알찼다. 살림꾼의 냉장고였는데, 실은 부인의 냉장고였다. 요리사의 냉장고를 턴다는 게 상상만 해도 흥미로웠는데, 알고 보니 본인은 집에서 거의 얻어먹는 게 없는(?) 잘 모르는 냉장고여서 털면 털수록 진행자들의 농담이 짓궂어졌다. 최현석은 갈수록 얼이 빠진 듯 “아 이런 느낌이구나”하면서 ‘방어’에 온힘을 다했고, 요리할 때와는 또 다른 모습으로 진땀을 뺐다.

최현석이 좋아하는 ‘참외&굴비’만 빼고 다 있는 냉장고는, 맛있는 재료가 골고루 갖춰져 있었다. 너무 일만 하는 거 아니냐는 진행자들의 핀잔과, 집에 그런 게 있는지도 몰랐다는 최현석의 쓴웃음이 폭소를 터지게 했다. 자기 집 냉장고를 여는 순간부터 멘붕이 온 것 같은 낯선 표정의 허세 셰프는 1주년 특집의 보너스였다.

최현석이 주문한 ‘미친 면발 요리’는 면 좋아하는 사람들에겐 시선을 고정하게 했다. 미카엘의 ‘맛있소면’은 우즈베키스탄에서 고려인이 해먹는다는 요리로 간장국물에 토마토를 갈아넣은 국물맛이 궁금했다. 오늘 ‘신 스틸러’ 상을 받은 미카엘은 요리 내내 화려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다. 달걀 지단을 손으로 마는 장면은 인상적이었다. 면 요리 달인 최현석이 ‘처음 먹어보는 맛’이라며 신기해했는데, ‘외국의 한국식 잔치국수 맛’이라는 중평이었고, 보기만 해도 먹음직스러웠다. 뜻밖에도 승리는 홍석천의 ‘단칼국수’. 선택의 이유는 참으로 냉장고 주인의 개인적 사유였다. 소면을 안 좋아한다는 최현석은 홍석천의 칼국수의 어우러진 맛에 점수를 주었고, 오늘 정말 조용히 요리한 홍석천이 별을 달았다.

이원일과 오세득은 ‘따라올 테면 따라해 봐!’에서 맞붙었는데, 요리 자체보다 ‘허세 퍼포먼스’를 연달아 선보이느라 정신없이 바빴다. 보는 이들은 계속 웃고, 허세 퍼포먼스 하랴 요리하랴, 셰프와 게스트의 신경전 펼치랴, 정신없이 지나간 15분 요리였다. 오세득의 ‘허세우’와 이원일의 ‘이런 돈장’은 모양만으로도 기대만발. 맥 짚는 남자 VS 맥 빠진 남자의 대결은, 감자가 타는 오세득의 실수로 인해 좀 아쉬운 평가전이 되고 말았다. ‘삼합’의 맛을 제대로 낸 이원일이 승리.

1주년의 진정한 재미 혹은 성과는 두 진행자의 요리 도전에 있었다. 이 방송의 의미와 가치를 되새기게 했고, 늘 요리를 하느라 바빴던 셰프들에게 두 진행자가 음식을 대접한다는 게 보기 좋았다. 셰프들은 오늘 웃느라 바빴다. 김성주는 미카엘의 ‘가슴이 콩닥콩닥’을 응용한 ‘가슴이 심쿵해’, 정형돈은 김풍의 ‘토달토달’을 응용한 ‘돈달돈달’에 더해 샘킴의 ‘아란치니’를 응용한 ‘여보 밥 안 안치니?’까지 하며 주방을 난장판으로 만들었다. 셰프들은 내내 일어서서 박장대소하며 환호성을 지르고 너무나 즐거워했다. 10초 카운트에 두 진행자는 완전히 넋이 나간 듯 허둥지둥의 끝판을 보여주었다. 1주년 스페셜 매치의 결과는 의외로 엉망진창으로 만든 듯한 정형돈의 야매 요리가 승리했다. 앞으로 1년간 도니의 별 자랑이 볼 만하겠다.

수다 포인트
-베스트커플은 진행자 마음대로?
-최현석 셰프는 그러니까 ‘워낭소리’였던 거예요?
-제2의 김풍으로 탄생한 정형돈 ‘셰프’, 실수도 신이 내린 맛이 되는 재주를 가졌을 줄이야!

김원 객원기자
사진. JTBC ‘냉장고를 부탁해’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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