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심폐소생송
심폐소생송
2015년 9월 26일 토요일 오후 10시 40분 SBS ‘심폐소생송’ 1회

다섯줄 요약
네 명의 의뢰인들이 죽은 노래 살리기를 요청했다. 가수 정인, 린, 이영현, 김태우가 심폐소생사로 나서, 의뢰인의 노래를 재해석했다. 이들 모두 판정단의 지지를 받으며 노래 소생에 성공했다. 의뢰인들의 정체는 박경림, 이정&하동균, 부활, 클릭비. 각 팀은 노래에 얽힌 사연을 소개하며 뭉클한 감동을 전했다.

리뷰
바야흐로 음악 예능 범람의 시대다. 과거 ‘나는 가수다’가 필요 이상의 결연함으로 피로를 안겼다면, 이제는 놀라움과 감동이 새로운 자극제가 됐다. 약간의 긴장감 또한 적절한 조미료 역할을 한다. ‘복면가왕’이 그러하고 ‘히든싱어’가 그러하다. 분명, 어느 지점에서인가 피로감이 올 것이다.

‘심폐소생술’의 무기도 별반 다를 바 없다. ‘숨은 명곡’으로 차별화를 두긴 했지만, 이는 놀라움과 감동을 주기 위한 밑밥으로 사용된다. 판정단들의 존재도 긴장감 조성을 위한 장치. “과연 소생이 가능할까”와 같은 자막이 손에 땀을 쥐게(만들려고) 하지만, 의뢰곡들의 99%는 소생될 것이다. 국내 톱 보컬리스트들이 노래를 부르는데 누가 ‘NO’를 외치겠는가. 결국 포인트는 이거다. 가수의 유명세에 놀랄 것. 그리고 그의 숨겨진 이야기에 감동할 것. 성공 공식은 나름 다 갖춘 모양새다.

그러나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이러한 것들이 어디까지나 프로그램의 구조물이라는 점이다. 내용물을 채우는 것은 출연자들의 몫. 빤한 이야기지만, 콘텐츠가 중요하고 진정성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 점에서 ‘심폐소생술’은 소정의 성과를 거두었다. 무대는 훌륭했고, 뮤지션들의 이야기도 흥미로웠다. “노래에 몰두한 사이, 둘째 아이가 자폐아로 태어났다”던 김태원의 고백은, 덤덤해서 더 먹먹했다. 완전체 클릭비의 모습도 무척 반가웠고 “박경림에게서 에디트 피에프가 연상된다”는 이현우의 칭찬도 훈훈했다. 무엇보다, 고(故)서재호를 기억하던 이정의 말소리는, 그의 노래만큼이나 진한 뭉클함을 안겼다.

“다시 이 노래를 부르게 될 줄은 몰랐다. 하늘에 있는 재호도 기뻐할 것 같다.” 눈물이 괸 것을 봤지만, 이정과 하동균은 틀림없이 미소 짓고 있었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하면서도 두 사람은 슬픔이나 감동을 강요하지 않았다. 노래를 불렀고, 이야기를 했다. 그뿐이다. 누군가는 서재호를 추억했고, 누군가는 세븐시즌스를 새로 알았다. 사연과 상관없이 음악만을 즐긴 이도 분명 있을 테다. 관객들과 시청자들이 스스로 제 감정을 누릴 수 있게끔, 이들은 여백을 마련해주었다.

‘사연 팔이’는 피곤하다. 하지만 진실한 이야기는 음악만큼이나 깊은 울림을 남긴다. ‘심폐소생송’은 과연 적절한 균형점을 찾고 정규편성을 이뤄낼 수 있을까.

수다포인트
-윤종신은 본인의 노래도 소생하라! 소생하라!
-하동균이 나올 때 여성 관객들의 반응, 200% 이해됩니다.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SBS ‘심폐소생송’ 방송화면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