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을_걷는_선비 9회
밤을_걷는_선비 9회




MBC ‘밤을 걷는 선비’ 9회 2015년 8월 5일 수요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조양선(이유비)은 아버지 조생(정규수)과 음란서생이라는 누명을 쓴 채, 현조(이순재)와 세손(심창민)이 함께 한 국문에서 고문과 허위자백으로 피투성이가 된다. 귀(이수혁)는 지하궁에서 세손과 처음으로 마주하게 된다. 김성열(이준기)은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갖은 비책을 다 동원하지만, 조생은 양선을 구하고 목숨을 잃는다. 음란서생의 무리로 지목 받고 끌려온 자들은 자결을 빙자한 집단 몰살을 당한다.

리뷰
양선은 모진 고문 끝에 허위자백을 하기에 이른다. 고문도 고문이지만, 서로를 살리기 위한 안타까운 마음으로 아버지와 딸은 서로 자신이 음란서생이라고 우겨댄다. 나를 죽이고 다른 이들은 살려달라는 비명이다. 진짜 음란서생인 세손 앞에서 자기가 음란서생이라고 진지하게 얘기하는 양선의 표정은 비장하다. 세손은 차마 아무 말도 못하고 양선의 입만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제가 음란서생이옵니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살기도 힘들도, 꿈도 희망도 없는 데 지쳐서 제가 다 꾸민 일이옵니다.”

허위자백 후 조생과 양선은 감옥에 다시 갇히는데, 귀가 진짜 음란서생인지 확인하겠다며 감옥으로 찾아온다. 귀가 양선의 향을 맡으려 할 때, 그토록 끈질기게 찾던 바랑 주인인 양선의 운명이 어찌될지 바짝 긴장할 수밖에 없었다. 이제 꼼짝없이 죽게 생긴 양선. 음란서생으로 처형되기도 전에, 귀에게 목덜미를 물리는 것은 아닐까? 그때 놀라운 반전이 일어난다. 양선에게는 향이 맡아지지 않는 것이다. 김성열이 직전에 산사나무 향으로 차단한 것이다. “향이 없다”며 ‘살아있는 사람’으로 간주하지 않고 옥을 떠나려던 귀는, 문득 중얼거린다. “사내에겐 사내의 향취가 여인에겐 여인의 향취가 있을 터인데, 어찌 저 여인만 향이 없을까?” 그냥 옥에서 나가려던 귀는 이상한 예감에 주의를 집중하고, 서까래 귀퉁이에서 산사나무 가루를 발견한다. 양선이 누구인지는 알아채지 못하지만, 양선 곁에는 김성열이 맴돌고 있음을 귀도 알게 된다.

세손은 자기가 아끼던 사람들이 모두 “제가 음란서생”이라며 앞 다퉈 자백하는 국문에서, 형언 못할 괴로움을 느낀다. 그는 아버지가 죽어간 우물 감옥 앞에서 고개를 떨군 채 과거와 현재를 반추한다. 그는 또다시 사람들의 죽음의 행렬을 지켜봐야만 하는 것인가. 심지어 이번에는 이 모든 죽음이 자기 때문이지 않은가. “아바마마, 소자 참으로 부끄럽습니다. 십년 전 아바마마를 살려 달라 애원하던 그 때와 한 치도 다를 바 없이 무력하옵니다.”

현조와 세손은 비로소 속내를 터놓고 얘기한다. 할아버지가 오랫동안 귀와 싸울 준비를 해왔다는 사실을 세손은 비로소 알게 된다. 그러나 현조는 지금, 오로지 세손 하나를 살리기 위해 백성들의 집단 몰살까지도 어쩔 수 없다는 태도다. 사동세자의 책쾌를 십년이나 했던 조생은, 김성열이 십년 전에도 양선을 구해준 적이 있다는 기억을 떠올린다. 그리고 그 얘기를 김성열에게 한다. 조생은 양선에게 김선비를 만나 정현세자 비망록이 어디 있는지를 알려주라고 당부하고는 귀의 궁에 제물로 들어간다.

조생은 좌의정 대감과 양선만은 살려달라며 스스로 제물이 되겠다는 약조를 한 상태였다. 그는 왕과 세손, 귀가 처음으로 한 자리에서 대면한 초긴장의 지하궁으로 들어간다. 귀 앞에서도 자신이 음란서생이라며 왕을 향해 “당신이 섬기는 흡혈귀로 인해 당하는 백성의 고통”을 꾸짖고, 귀에게도 맞서는 의연함을 보인다. 정현세자와 사동세자의 영혼이라도 빙의된 듯, 정말 ‘음란서생’이 된 듯한 모습이었다. “못난 애비 만나 고생 많았다”며 그렁그렁한 눈물 속에 양선을 돌아보는 마지막 인사도 가슴 저리게 했다. 소망을 못다 이루고 먼저 간 선비들의 한과 조생의 충성심, 그리고 딸로 거두고 키워온 양선에 대한 사랑이 한꺼번에 느껴지는 장면이었다.

김성열은 귀를 유인하기 위한 비책으로 숙빈을 활용한다. 죽은 숙빈이 잠시 좀비처럼 궁을 활보하게 함으로써 결국 귀를 움직이게 한다. 김성열은 최선을 다해 방책을 쓰고, 귀는 갈수록 제가 이 나라의 주인인 듯 활개를 치고 다닌다. 그런데 성열의 도술이 아무리 대단하다한들 허탈할 뿐이다. 조생의 안타까운 죽음도, 옥에 갇힌 이들의 집단 몰살도 막지 못했다. 사람들이 의미도 없이 너무 많이 죽어나가고 있다.

수다 포인트
-선비님이 도포 자락 휘날리며 활보하는 장면은 언제 봐도 멋집니다.
-정치꾼들은 일이 터지면 뭇 백성을 죽여서라도 사건을 덮으려고만 하는군요. 세손의 준비되지 않은 ‘거사’의 결과가 너무 비참하네요.
-세손은 결국 할아버지 손바닥 안의 아이였나요.

김원 객원기자
사진. MBC ‘밤을 걷는 선비’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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