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오로라 공주〉, 공감이 빠진 자리에 들어선 푸석한 현실
방송화면 캡처" />MBC <오로라 공주> 방송화면 캡처

MBC 일일드라마 〈오로라 공주〉 5월 20일 오후 7시 15분

다섯 줄 요약
대기업 일가의 고명딸 오로라(전소민)는 목소리가 좋고 존경할 수 있는 신랑감을 찾으려 애쓰는 스물다섯 처녀다. 그러던 어느 날 주리(신주아)와 불륜에 빠진 로라의 둘째 오빠 금성(손창민)은 이혼을 결심하고 아내 강숙(이아현)에게 이야기를 꺼낸다. 금성은 두 형제 오왕성(박영규), 오수성(오대규)과의 식사자리에서 이혼의 내막을 공개하며 그들에게 힘을 보탤 것을 부탁한다. 결국 세 형제는 이혼 문제를 들고 모친 사임당(서우림) 앞에 서게 되고, 오빠 금성이 이혼을 결심한 이유를 들은 오로라는 다른 이유가 있을 거라 짐작하고 강숙에게 차량을 뒤져볼 것을 제안한다.

리뷰
“사랑하면 모든 걸 감수할 수 있어야 하는 거 아냐?” 극의 초반 5분이 전체적인 분위기와 앞으로 전개될 내용의 방향성을 담고 있다는 사실은 불변의 진리다. 그것이 영화든 드라마든 간에 말이다. 그런 측면에서 〈오로라 공주〉의 5분은 정말 뛰어났다. 아, 물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막장 드라마’의 전개를 답습하는 이야기가 그렇다는 얘기다. 유부남에게 사랑을 갈구하는 주리도 그렇지만 또 그걸 곧이곧대로 “한 달만 기다려. 정리하고 올게. 약속해”라고 정직하게 되받아치는 금성도, 뭔가 ‘욕하면서도 보게 된다’는 막장 드라마의 힘을 너무 과신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그래서일까. 진부한 소재와 익숙한 막장 알고리즘을 안고 가는 〈오로라 공주〉에겐 시청자에게 어필할 수 있는 색다른 무엇인가가 필요했을 터. 〈오로라 공주〉는 그 해결책으로 ‘유머‘를 택한 듯하다. 그런데 막장으로 갈 법하면 들려오는 익숙한 멜로디가 귀에 거슬릴 즈음, 나름 심각한 상황을 연기하는 배우들의 대사는 꽤나 오묘하다. 금성의 “사랑 없이 사는 건 이제 질렸어”라는 대사나, 이를 들은 왕성이 “바람아니야, 사랑이라니까. 남자로서 솔직히 부럽다”고 말하는 장면은 이질감을 느끼게 할 정도로 극의 분위기와 동떨어져 있다. 이혼을 종용하며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성적인 측면으로 제한하는 대사들도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날 봐, 이게 마흔의 몸매야? 감사한줄 알아야지”하며 남들 앞에서 맨몸을 드러내는 강숙이나, 토끼니 사발면이니 하는 민망한 단어들이 그것이다. 금성과 강숙의 이야기에서는 결혼생활의 현실감보단, 사랑으로 포장된 성적욕망이 남긴 푸석한 현실의 껍데기만 눈에 들어온다.

제작진은 “사랑을 달성하는 순수한 여자의 이야기를 담겠다”고 공언했지만, 외모·학력·배경 등 필요한 요소는 다 갖춘 오로라에게 공감하긴 쉽지 않다. 되레 ‘정말 공주구나’하는 씁쓸한 뒷맛만 남겼다. 가사도우미에게 안마를 받으며 사랑을 운운하는 스물다섯 공주님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느껴야 하는 걸까. 화려한 상류층의 이야기는 항상 흥미로운 소재였음이 분명하다. 그러나 배고픈 시대가 지나고 타인의 풍요에 배 아픈 시대가 왔기에, 〈오로라 공주〉가 공감의 영역까지 발 뻗기엔 쉽지 않아 보인다. 물론 속단하긴 이르다. 하지만 오로라를 지켜보는 대중이 “오호라!”하고 뭔가를 느끼기엔 아직 2% 부족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수다포인트

- 토끼? 사발면? 이거 15세 이상 관람가 맞나요?
- “전부 다 출생의 비밀 있잖아요? 애기씨도 혹시 주워온 자식?”이란 대사는 SBS 디스 하는 건가요? 아직 그럴 때는 아닌 거 같은데….
- 황마마 정체가 뭔가요. 머릿속에 〈왕꽃선녀님〉이 스쳐가는데 혹시 셀프 표절하시는 건 아니겠죠?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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