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봤어?] 상어, 미세한 진동도 놓치지 않으려는 집요한 멜로의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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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2 <상어> 1회 2013년 5월 27일 오후 10시

다섯줄요약
어린 해우(경수진)는 어린 이수(연준석)에게 “만약 내가 사라지면 어떡할 거야?”라고 묻는다. 이수는 “반드시 찾을 수 있어. 죽을 때까지 널 찾을 거니까”라는 답으로 방황 중인 해우의 마음을 다독인다. 애틋한 둘의 회상신은 검사로 자란 해우(손예진)의 결혼식 신으로 급격하게 전환된다. 그런데 이수가 아닌 다른 남자와의 결혼식이다. 행복에 겨운 미소를 띠던 해우의 시선이 결혼식장에 들어선 한 낯선 남자에게로 향하는 순간, 모든 것이 멈추고 만다. 그 남자의 시선은 해우의 두 남자, 해우의 아버지 그리고 해우의 남편이 될 이(하석진)에게 머문다. 남자의 손끝은 미세하게 떨린다. 그러나 이내 고통스런 기억을 돌이키게 되고 눈빛에는 원한이 서린다.

리뷰
멜로만큼 배우의 역할이 지대한 장르도 없다. 그런 면에서 27일 첫 방송된 <상어>는 웰메이드 멜로의 탄생을 알리기 충분한 시작을 보여줬다. 카메라는 배우의 모든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었다. 그 속에 담긴 주연배우 손예진과 김남길은 짧은 등장에도 불구하고 꽤 많은 것을 이야기해냈다. 미세하게 떨리는 손끝, 교차하는 둘의 눈빛, 흔들리는 동공과 그것을 다잡는 가쁜 호흡은 이들이 연기하는 해우와 이수의 관계가 향후 어떤 긴장감을 안고 뻗어나갈지를 충분히 설명해줬다.

1회에서 주요 서사를 담당한 것은 그러나 이들의 아역배우인 경수진과 연준석이었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랐지만, 안하무인에 앵커와의 불륜으로 매일 스포츠지를 장식하기 바쁜 아버지, 불행한 어머니를 보고 자라 방황하게 되는 해우는 어느 날 자신의 집, 전용 기사의 아들로 이사 온 이수를 만난다. 세상에서 가장 불행한 이의 표정으로 하루하루를 견디던 해우에게 어쩌면 자신보다 더 고단한 삶을 버텨나가는 이수의 어른스러움은 큰 버팀목이 된다. 그렇게 우정과 사랑을 쌓아가는 소년 소녀의 모습은 마치 이루어질 수 없는 슬픈 사랑이야기, 소설 <소나기>를 떠올리게 만든다.

카메라는 아역배우들의 미세한 떨림도 집요하게 훑어나갔다. 그들의 사소한 움직임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는 카메라의 시선을 쫓아가다 보면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운 사랑이야기도 촉각을 곤두세우며 바라보게 된다. 결국은 바스락거리며 흩어지고 말 아픈 사랑이야기는 그런 집요함이 낳은 긴장 속에서 그려지기 시작했다.

수다포인트
-그런데 해우는 1회부터 결국 준영과 결혼에 골인하고 마네요. 그렇다면 이 멜로 불륜이 되는 건가요?
-손예진과 아역배우 경수진의 싱크로율은 상당히 높군요. 리틀 손예진이라는 별명이 괜히 붙여진 게 아닌가 봅니다. 그런데 31세 손예진의 고등학생 시절을 연기한 경수진의 실제 나이는 20대 중반이라는 사실! 또 한 명의 극강 동안 스타 탄생입니다.
-이수는 어?서 부레가 없어 잠자는 순간까지도 움직여야만 살아남는 고독한 상어의 운명에 자신을 대입시키게 된걸까요?

글. 배선영 sypov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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