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뭐 봤어?]〈칼과 꽃〉, “저를 믿어 보시겠습니까?”
방송화면 캡쳐. 최민수(위), 엄태웅(아래 왼쪽), 김옥빈(아래 오른쪽)" />KBS2 <칼과 꽃> 방송화면 캡쳐. 최민수(위), 엄태웅(아래 왼쪽), 김옥빈(아래 오른쪽)

KBS2 <칼과 꽃> 1회 2013년 7월 3일 오후 10시

다섯 줄 요약
고구려 영류왕(김영철)과 연개소문(최민수)은 당나라와 관련된 대외정책과 세자책봉의 문제를 놓고 대립각을 세운다. 원수지간인 선대의 어긋난 운명 속에서도 사랑에 빠지게 되는 공주 무영(김옥빈)과 연충(엄태웅). 졸본성에 다녀오던 무영의 마차를 연개소문의 사주를 받은 자객이 습격하고 연개소문을 만나고 싶은 연충은 청탁을 받아 체포된 자객을 비밀리에 살해한다. 하지만 이러한 사실은 모르는 무영은 연충과의 잦은 마주침에 연모의 정을 품게 되는데…

리뷰
분명히 KBS2 <칼과 꽃>은 첫 방송만으로도 자신만의 색깔을 드러내는 데는 일정부분 성과를 거뒀다. 굵직굵직한 작품에서 호연을 펼쳤던 배우들, 영상미, 음악 등의 요소들은 일반 사극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하지만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의 반응은 신통치 않다. 한 폭의 수묵화처럼 잘 그려진 이야기가 대중의 마음에 가 닿지 못한 까닭은 무엇일까.

문제는 <칼과 꽃>이 메시지를 전달하기보다 화려한 영상미에만 치중했다는 것이다. 기존의 사극과 다른 느낌의 영상은 시선을 잡아끌기엔 충분했을지 모르나, 사극의 기본 공식들을 진부하지 않게 녹여내는 영리함이 부족했다는 인상을 남겼다. 역사를 다룬 이야기를 하기 위해선 대중이 극에 몰입할 수 있도록 충분한 바탕을 깔아주는 것이 필수적이다. 그러나 배우들의 연기력에 너무 많은 기대를 건 탓일까. <칼과 꽃>은 극의 설득력의 근거가 되는 사실들을 배우들의 표정과 음악, 그리고 거의 없다시피 한 짧은 대사로 처리한다.

“칼은 운명이고, 꽃은 사랑이다.” 초장부터 들이미는 로맨스가 극의 분위기와 묘한 부조화를 이루는 것도 이 때문. 영류왕과 연개소문의 대립각을 세우는 부분에선 탄탄한 연기력을 바탕으로 한 극적 긴장감이 최고조에 이르지만, 무영과 연충의 때 아닌 로맨스는 시대적 배경만 옮겨 놓은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리게 한다. 연개소문의 서자 연충의 무영을 향한 의도적인 접근이 훗날 맞이하게 될 비극적인 상황의 복선으로 느껴지지 않는 까닭이기도 하다.

영상미 또한 참신하다고 말할 수 있는 수준에서 그쳤다. 물론 기존의 사극들과 비교할 때만 해당되는 이야기다. 종종 등장 하는 부감샷(High Angle, 높은 위치에서 피사체를 내려다보며 촬영하는 기법), 지면에서부터 원거리를 잡아내는 장면, 익숙한 형식의 액션신 등에선 ‘어디선가 한 번은 본 듯한 기시감’이 느껴진다. 주요 역사물 드라마, 영화의 트렌디한 촬영기법을 가져왔을 땐 ‘원작보다 잘 찍었다’는 느낌을 들게 해야 함에도 어색한 CG, 상황에 맞지 않는 배경음악, 저급 와이어 액션은 되레 극의 몰입을 방해하는 요소로 작용했다.

그럼에도 <칼과 꽃>에 대한 기대의 끈을 놓아버릴 수 없는 이유는 주연들의 연기에서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 캐릭터 연기에 능숙한 김영철, 최민수를 비롯해 KBS2 <적도의 남자>로 시청률 반전을 이뤘던 엄태웅도 눈에 띈다. 첫 방송의 아쉬움에도 훗날 꽃피울 <칼과 꽃>의 새싹을 봤다면 과장된 표현일까. “저를 믿어 보시겠습니까?” 무영에게 던지는 연충의 대사에 묘한 울림이 느껴지는 이유다.

수다 포인트
- 어색한 CG에 정신이 혼미합니다. CG는 역시 MBC인가요?
- 거꾸로 매달린 무영에게선 <스파이더 맨>의 향기가, 침묵으로 긴장감을 선사하는 영류왕과 연개소문에게선 <적벽대전>의 잔상이…
- 고구려로 옮겨간 ‘로미오와 줄리엣’의 이야기도 결국 비극일까요? 그래도 아직은 보는 내내 훈훈한 미소를 짓게 됩니다.



글. 김광국 realjuki@tenasia.co.kr

사진제공. KBS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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