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김동전'과 '도라이버'의 출연자 김숙. / 사진=텐아시아DB
'홍김동전'과 '도라이버'의 출연자 김숙. / 사진=텐아시아DB
KBS가 놓친 '도라이버' 줍줍…예능판 깐 넷플릭스, 성적은 강보합[TEN스타필드]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오리지널 콘텐츠 시리즈에 집중해왔던 넷플릭스가 올해 예능 라인업을 대폭 늘렸다. '볼 게 떨어졌다'는 소리가 쏙 들어가게끔 말이다. 덩치 큰 시리즈를 공개한 뒤 다음 시리즈를 공개하기 전에 예능을 편성해 가입자 이탈을 막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넷플릭스는 지난달 예능 다섯 편을 내놨다. '동미새: 동호회에 미친 새내기'(월), '추라이 추라이'(수), '미친 맛집: 미식가 친구의 맛집'(목), '주관식당'(토), '도라이버: 잃어버린 열쇠를 찾아서'(일) 등 5개 예능을 첫 주 2편, 이후 1편씩 각 요일에 공개하고 있다.

각 프로그램의 주제는 요리 토크쇼, 종합 버라이어티, 동호회 체험, 게스트 탐구 토크쇼, 한일 맛집 소개 등으로 다르지만 공통점도 있다. 20~40분 분량의 미드폼 형식이라는 점이다. 지난달 열린 신작 설명회 '넥스트 온 넷플릭스 2025 코리아'에서 유기환 논픽션 부문 디렉터는 "예능 팬의 다양한 취향을 적극 반영해 매일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일일 예능'을 새롭게 시도하고 있다"며 "대세감 있는 굵직한 예능 시리즈를 균형감 있고, '이븐하게'(고르게) 선보일 예정"이라고 밝혔다.
'도라이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도라이버'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다섯 편 예능은 시청자들에게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그 중 '도라이버'의 성과가 특히 눈길을 끈다. OTT 콘텐츠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패트롤에 따르면 '도라이버'는 지난달 26~28일 넷플릭스 한국 1위를 차지했다. '도라이버'는 KBS2 '홍김동전'의 후속 격이라고 할 수 있는 예능. 두 작품이 프로그램명은 다르지만 김숙, 홍진경, 조세호, 주우재, 장우영 등 고정 출연진과 연출자가 동일하고, 분장·게임·벌칙·토크 등 다루는 내용과 형식도 유사하다. '홍김동전'은 KBS2 방영 당시 마니아층은 있었으나 대중적 인기를 얻지 못하면서 시청률 1%대를 찍고 폐지됐다. 하지만 넷플릭스에서는 공개 첫 주 '중증외상센터, '멜로무비'와 같은 드라마를 제치고 한국 1위에 오르는 대반전 성과를 거뒀다.
한일 맛집 탐방기 '미친맛집'은 넷플릭스 톱10 투둠 웹사이트 기준 지난달 24일~이달 2일 주간 한국 1위를 차지했다. 이후 주간 순위에서도 '미친맛집', '도라이버', '추라이 추라이' 등이 꾸준히 순위권에 들고 있다. 다음달 8일에는 기안84와 방탄소년단 진, 지예은이 울릉도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예능 '대환장 기안장'도 공개된다.
'대환장 기안장'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대환장 기안장' 티저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가 '일일 예능'에 공들이고 있는 건 구독자 이탈을 막기 위해서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넷플릭스 일일 예능은 일상 중 언제나 빠르게 즐길 수 있어 구독자들을 자주 접속하게 만드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유튜브 콘텐츠처럼 보게 될 수도 있다. 시리즈물, 영화 등은 새로운 작품을 내놓기까지 길게는 몇 달의 공백이 생기는데, 이때 구독자들에게 '일일 예능'이라는 볼거리를 제공함으로써 구독자 이탈을 막을 수 있다.

OTT 정기 구독이라는 라이프스타일에 익숙해진 구독자들이 구독 취소를 한다는 건 해당 OTT 플랫폼에 질렸다는 것이다. 재가입 유도는 더욱 어렵기 때문에, 신규 구독자 유치만큼 중요한 사안이 현 구독자 유지다. 넷플릭스가 일일 예능에 힘을 싣는 이유다. 구독자들이 '구독 취소'를 고민할 여지를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갈 길이 멀다는 지적도 나온다. 넷플릭스 한국 일일 예능의 글로벌 영향력은 미미하다. 김연수 대중문화평론가는 "K콘텐츠는 글로벌한 시각과 아기자기한 맛이 동시에 있다는 게 특장점"이라며 "K콘텐츠가 재미와 예술성을 모두 갖춘 데다 투입 대비 산출이 훌륭한 가성비 좋은 콘텐츠라는 점을 고려하면 K예능들의 글로벌 영향력도 점차 커질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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