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9일 방송된 채널A 토일드라마 '마녀' 8회에서는 고등학교 시절 미정(노정의)의 시점으로 포문을 열었다. 당시 미정의 시선 끝에도 동진(박진영)이 있었다. 미정에게 마음을 고백한 정환(배윤규)이 벼락에 맞아 죽었을 때, 다들 모여서 잡담만 나눌 뿐 아무도 진심으로 슬퍼하지 않았다. 그때, 미정은 그를 위해 묵념하는 동진을 보았고, 애도하는 이가 한 명쯤은 있다는 사실에 안도했다.

하지만 그게 마지막이었다. 자신 때문에 남학생 한 명이 또 죽자, 미정이 학교를 떠났기 때문. 눈이 많이 내리던 날, 혼자 운동장을 빠져나간 미정은 그때도 누군가 반 창문을 통해 자신을 바라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멀리서만 봤던 동진의 얼굴을 제대로 본 건 다은(권한솔)이 두고 간 미동고 졸업 앨범에서였다. 오랜 시간 눈을 마주쳤던 것 같은 순간순간의 느낌들이 조각처럼 그 얼굴에 맞춰졌다. 그 후 십 년이 훌쩍 지나 한강 다리 위에서 몸을 던진 동진을 다시 봤다.
'죽음의 법칙'을 피해 다리 위에서 뛰어내렸던 동진은 마지막 퍼즐을 맞추는 데 매진했다. 미정을 조금이라도 사랑했던 사람들은 다 다치거나 죽었는데, 반대로 미정이 사랑했던 사람은 어떠했는지 의문이 든 것. 이를 파헤치는 과정에서 '미정의 마음'이 변수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 증거는 바로 그의 첫사랑 익종(주종혁)이었다. 그는 미정과 10m 이내에서 10분 이상 함께 있고, 열 마디 이상의 대화를 주고받았으며, 미정에게 고백까지 했다. '죽음의 법칙'의 모든 조건을 충족했지만, 아무런 사고 없이 지금껏 살아 있었다. 과거 말벌에 쏘였던 사고는 사실 간질을 콤플렉스라고 여기는 그를 위해 미정이 거짓말로 감싸줬던 것이었다. 미정의 감정이야말로 '죽음의 법칙'을 깰 수 있는 결정적 변수였다.

그 하나의 가능성에 모든 것을 건 동진은 어디론가 떠날 준비를 했다. 그 전에, 미정의 옥탑에 들러 헬멧을 벗고 처음으로 '이동진'으로 그 앞에 섰다. 그리고 "네가 잘못해서 일어난 일은 아니다. 이제 네가 하고 싶은 걸 해. 그래도 괜찮아"라며 오랫동안 마음에만 담아왔던 진심을 전했다. 열 마디를 넘지 않기 위해 손가락을 접으며 세던 것도 소용없어졌지만, '죽음의 법칙'이 자신을 또 덮쳐오더라도 미정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이었다.

이소정 텐아시아 기자 forusojung@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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