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선영, 권유리, 이설. / 사진=텐아시아DB
곽선영, 권유리, 이설. / 사진=텐아시아DB
영화 '침범'은 모성과 인간성을 탐색하려는 작품이다. 하지만 결말이 모호하다. 모성은 잘못된 살의까지 품을 수 있는 감정이라고 오인할 소지가 있다. 주의가 필요했던 대목이다.

평범한 아이들과 달리 기이한 행동을 하는 딸 소현(기소유 분). 엄마 영은(곽선영 분)의 일상은 무너지고 있다. 동물을 죽이고 식칼로 엄마에게 상해를 입히기도 하는 소현. 또래 친구 괴롭히기를 즐기기도 한다. 그런 딸일지라도 영은은 딸이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다. 견디다 못한 영은은 특단의 결심을 하게 된다.
'침범' 포스터.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침범' 포스터.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침범'은 전후반으로 나눠 전개된다. 전반부는 사이코패스 기질의 딸로 인해 괴로운 영은 모녀의 모습을 주로 묘사한다. 사이코패스 성향의 딸이 정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길 바라며 분투하고 딜레마를 겪는 영은의 모습은 보는 사람을 안타깝게 한다.

20년이 흐른 시점의 후반부는 '사이코패스 딸 소현이 누구인가'를 관객이 추리하게 한다. 이때 등장하는 인물이 민(권유리 분)과 해영(이설 분)이다. 민은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로, 자신을 자식처럼 챙겨준 현경(신동미 분)과 함께 고독사 현장 청소를 하는 특수 청소 업체에서 일한다. 민은 현경과 산 지 수년째지만, 여전히 '아줌마'라고 부르며 거리를 두고 쉽게 마음을 열지 않는다.

반면 '굴러들어 온 돌' 해영은 금세 현경을 '이모'라 부르며 살갑게 대한다. 해영 역시 보육원에서 자란 인물. 해맑은 얼굴로 사람들을 대하지만 음흉한 면모가 있다. 민도 묘하게 해영이 거슬린다. 영화는 민과 해영을 모두 의뭉스럽게 묘사해 관객들에게 둘 중 누가 사이코패스인지 추리하게 한다.
'침범' 스틸.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침범' 스틸.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침범' 스틸.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침범' 스틸. / 사진제공=스튜디오 산타클로스엔터테인먼트
결말로 갈수록 어떤 메시지를 담고 싶었는지 감독의 의도를 파악하기 어려워진다. 일련의 과정을 통해 모성은 위대하다는 걸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모성에 사로잡혀 괴로운 인물을 표현하고 싶었던 건지, 애매해진다. 모성이 자식의 살의마저 품을 만큼 초월적 본능이라는 왜곡된 해석으로 이어질 위험성도 있다.

영화의 주요 인물인 곽선영, 권유리, 이설, 기소유의 연기는 안정적이고 탄탄하다. 4명의 배우가 영화 내내 긴장감이 들게 한다. 데뷔 20년 차에 첫 영화에 도전한 곽선영은 관록의 미를 보여준다. 권유리는 어느덧 아이돌 출신이라는 사실이 떠오르지 않을 만큼 스릴러 장르에 잘 어울리는 연기를 보여준다. 이설은 개성 있는 얼굴로 인물의 기묘한 분위기를 만들어낸다. 아역 기소유는 귀여운 외모와 반전되는 섬뜩한 연기를 보여줘 놀라움을 자아낸다.

'침범'은 오는 12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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