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텐아시아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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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선의의 거짓말도 결국 거짓말이다. 가짜를 찾는 tvN 예능 '식스센스: 시티투어'(연출 정철민, 신소영)가 마케팅까지 하며 '가짜 메뉴'를 '진짜 메뉴'로 둔갑시켰다. 가게는 진짜인데, 메뉴는 제작진이 전문가의 컨설팅을 받아 만든 것. 이 메뉴를 단순히 가짜라고 할 수 없는 것은 실제 이 메뉴로 두 달간 영업을 했기 때문. 제작진은 바이럴 마케팅으로 이 메뉴들을 '인기 메뉴'처럼 임의로 연출하기도 했다. '식스센스'의 치밀하고 오랜 '가짜 준비' 과정에 출연자들도 깜짝 놀랄 정도였다. 죽어가는 상권을 살리겠다는 제작진의 취지는 좋지만 가짜와 진짜에 대한 모호한 기준은 시청자들을 혼란스럽게 한다.

'식스센스: 시티투어'는 도심 속 '가짜'를 찾는 프로그램. 유재석, 송은이, 고경표, 미미가 SNS를 점령한 핫플레이스와 트렌디한 이슈 중 가짜를 판별하는 콘셉트의 예능이다. 시즌3까지 진행된 시리즈의 외전이며, 지난 13일 시작해 2회까지 방영됐다.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1회에서 유재석, 송은이, 고경표, 미미는 서울 중구에 있는 가게 세 곳을 찾았다. 각각 버터 삼겹살집,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메뉴가 많은 요리주점, 한국 정서가 가득한 퓨전 바였다. 이 중 가짜는 아이스크림을 활용한 메뉴가 많은 요리주점이었다. 노포 감성의 가게에서 출연자 네 사람은 아이스크림 떡볶이, 아이스크림 딸기 샐러드, 아이스크림 들깨 우동을 먹었다.

하지만 이 메뉴들은 모두 가짜였다. 식사를 마친 미미는 "진짜일 것 같다. SNS에서 본 것 같다"며 고개를 갸우뚱했다. 최종 결과 발표 후에도 "SNS에서 아이스크림 떡볶이 본 것 같다. 보면서 '뭐 이런 게 있나' 그랬다"고 말했다. '가짜 메뉴를 어떻게 SNS에서 봤을까' 의문이 생기는 대목이었다.

알고 보니 제작진은 이 메뉴로 이미 두 달 전부터 실제 장사를 했다. 더욱이 이곳은 실제 운영 중인 요리주점이었다. 해당 가짜 메뉴들은 '청년 백종원'이라 불리는 요식업계 종사자 김훈 셰프가 컨설팅을 해준 것들이었다. 제작진의 '작전'에 유재석은 "실제 있다", "검색하면 나온다", "소름 돋는다" 등 경악했다. 미미도 "일상적인 삶까지 지배하는 거냐"며 놀랐다.

제작진은 벽면에 '아이스크림 메뉴가 맛있다'는 식의 낙서도 써놨다. 뿐만아니라 가짜 메뉴가 팔리지 않을까봐 해당 메뉴들이 '인기 메뉴'인 것처럼 SNS 바이럴 마케팅도 했다. 두 달 영업 동안 실제 손님들이 남긴 리뷰도 있다. 포털사이트에는 "아이스크림 메뉴가 킥", "궁금해서 시켜봤는데 생각보다 맛있어서 놀랐다" 등 리뷰가 남아있다. 방송 전인 지난해 12월에 해당 업장은 인스타그램에 "신메뉴"라고 공식적으로 안내 글을 올리기도 했다. 가짜 메뉴라고 할 수 있을지 의아한 여러 이유다.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2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2회에서는 김치가 가득 올려진 통닭이 가짜 메뉴였다. 이번 요리는 '흑백요리사'로 유명세를 탄 '장사천재 조사장' 조서형이 개발에 도움을 준 것. 이번에도 식당은 실제 운영되는 통닭집이었다.

제작진은 그럴듯한 인테리어를 위해 아침 방송 콘셉트로 영상을 찍고 캡처 이미지들을 액자에 걸었다. 제작진은 미미의 스태프들을 시켜 미미가 없는 사이 해당 메뉴를 외치게도 했다. SNS 알고리즘을 노리고 음성 데이터를 심기 위한 작업이었던 것. 앞서 미미가 SNS에서 아이스크림 가짜 메뉴들을 봤던 것에서 착안한 것이다.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사진=tvN '식스센스: 시티투어' 캡처
제작진은 시즌 1, 2, 3과 달리 이번 시즌은 "멤버들만 속이는 게 아니다. 시청자도 속인다"고 방송을 통해 공표했다. 제작진이 '가짜 만들기'에 진심인 건 죽어가는 상권, 손님의 발길이 끊긴 식당들을 돕는다는 취지다. 100일 한정이라고 했지만 방송 후 해당 메뉴들은 계속 판매 중이며, 이를 맛보기 위해 식당을 찾은 손님들의 리뷰도 찾을 수 있다. 제작진의 선의는 통한 셈이다.

하지만 제작진의 '사전작업'을 모르고 식당을 방문한 손님들은 제대로 속았다. 가짜 메뉴로 진짜 장사에 마케팅까지 해놓고 가짜라고 주장하는 '식스센스' 제작진. 소상공인을 살리겠다는 선의를 위해서라면 일부 조작이 허용돼도 괜찮은 걸까. 적어도 '가짜'가 아닌 '제작진이 계획한 메뉴'라고 정정할 필요성이 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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