뮤지컬 '오지게 재밌는 가시나들' 27일까지

극적인 인간 승리의 스토리도, 영웅의 서사시도 아니다. 까막눈이었던 평범한 시골 할머니 네 명이 동네 문해학교에서 난생처음 글을 배운 뒤 시(詩)를 쓰는 얘기다. 이들은 왁자지껄 좌충우돌하며 공부하는 평범한 할머니처럼 보인다. 하지만 그 시에는 평범하지 않은 삶의 굴곡과 지혜가 담겨 있다. 할머니들은 "시가 뭐꼬? 난 그런 거 모른다"고 하지만, 그들의 시는 이미 삶의 정수를 담고 있다.

이 뮤지컬은 한 젊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할머니들의 문해학교 생활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칠곡을 방문하며 시작된다. 할머니들은 부끄러워하면서도 카메라 앞에 서서 시를 낭송한다. 이들이 시를 통해 한 많은 지난 세월을 풀어내는 모습은 관객을 때로 슬프게 하고, 때로는 웃게 한다. 할머니들의 시를 가사로 엮은 넘버(뮤지컬에 삽입된 노래)가 이 작품의 백미다. 할머니들은 "좋으면서 눈물이 난다 / 열다섯에 입는 교복을 / 구십이 되어서 입는다 / 울었던 시간들 싹 가신다"고 노래한다.

이 뮤지컬 제목의 '가시나'는 "가장 시작하기 좋은 나이", "가장 시를 쓰기 좋은 나이"의 머릿글자다. 이 뮤지컬을 만든 ㈜라이브의 강병원 대표는 "젊은 층에는 부모님 세대에 대한 이해를, 노년층에게는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며 "가족 모두가 함께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기획했다"고 말했다.
양병훈 기자 h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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