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JTBC '이혼숙려캠프' 캡처
사진=JTBC '이혼숙려캠프' 캡처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남편을 실외 배변시키는 아내와 자녀 있는 이혼남이라는 사실을 숨기고 재혼한 남편. 18살 미성년자일 때 28살 교회 선생님과 교제해 임신한 아내와 성 욕구를 주체 못 하는 남편. 시어머니를 '숙주X'이라고 비하하는 아내와 막말하며 싸우는 남편. 성관계는 안 했으니 3번의 외도가 바람은 아니라는 남편과 이로 인해 우울증을 앓고 있는 아내. JTBC '이혼숙려캠프'(이하 '이숙캠')에 나온 투견 부부, 본능 부부, 걱정 부부, 바람 부부의 모습이다. MC 서장훈과 박하선, 진태현마저 매 부부들의 사연에 경악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이혼 장려가 아닌 이혼 숙려'라는 취지와 달리 '이혼 조장' 방송으로 전락해버린 '이숙캠'. 출연자 섭외 단계부터 '조장'의 정황이 포착됐다. 마구잡이식 섭외 요청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사진=하줌마 인스타그램 캡처
사진=하줌마 인스타그램 캡처
'이숙캠'은 이혼을 고민 중인 부부들이 합숙을 통해 이혼 숙려기간과 조정 과정을 가상으로 체험해보며 이혼을 현실적으로 고민해보는 부부 관찰 리얼리티다. 현재 8기 부부들까지 조정을 거쳤다.

갈수록 부부 갈등 해결보다 불화를 강조하는 연출은 '이숙캠'이 궁극적으로 추구하고자 했던 목표가 '이혼 숙려'가 맞는지 의문을 품게 한다. 출연 섭외 연락을 받았지만 최종 출연하진 않았던 후보자들 사이에서는 "섭외 단계부터 문제가 있었다"는 성토가 터져 나오고 있다.

부부 일상을 공개하는 크리에이터 하줌마는 지난달 말 '방송국에서 섭외 연락받은 부부'라는 릴스·숏츠 영상을 공개했다. 부부가 연락받은 곳은 '이숙캠'. 하줌마는 "나 지금 임신 8개월인데"라며 실소를 터트렸다. 남편인 쇼호스트 신동혁도 "임신한 와이프와 거기 나가려면 내가 뭔 X짓을 해야"라며 황당해했다. 네티즌들도 "봐가면서 연락해라", "무슨 막장 시나리오를 쓰려고", "임산부한테 섭외 연락은 선 넘는 거 같다" 등 반응을 보였다.
올해의 부부상을 받은 황영진 부부. / 사진=황영진 인스타그램 캡처
올해의 부부상을 받은 황영진 부부. / 사진=황영진 인스타그램 캡처
'사랑꾼'으로 유명한 개그맨 황영진도 섭외 연락을 받았다. 황영진이 직접 프로그램 이름을 언급하진 않았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이 프로그램이 '이숙캠'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황영진은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작가님들 섭외하기 힘든 건 알겠지만 잘 살고 있고 올해의 부부상도 받았는데 왜 자꾸 섭외 메일 보내시냐. 저희 부부는 죽을 때까지 같이 살 거다. 행복하고 재미있게 사는 가족 이야기로 섭외해달라"고 호소글을 올리기도 했다. 황영진은 제작진 측에서 받은 섭외 요청 메일도 공개했다. 캡처 이미지에는 "절대 이혼하는 프로가 아니고 이혼을 종용하는 프로도 아니다"며 "지금까지 본의 아니게 센 부부들이 나와 수위가 세다 보니 그렇게 느끼는 분들이 많아 미리 말씀드린다"라는 설명이 담겨 있다.

하줌마와 황영진뿐만 아니다. 그들의 글에 달린 댓글에서도 '이숙캠'의 마구잡이식 섭외에 대한 '증언'이 나왔다. 비연예인인 한 네티즌도 "잉꼬 부부인데 나도 연락 받았다"고 했고, 개그맨 김완기 역시 "나도 왔었다"라고 댓글을 남겼다.
'이혼숙려캠프' 진태현, 김민종 CP, 박하선, 서장훈. / 사진제공=JTBC
'이혼숙려캠프' 진태현, 김민종 CP, 박하선, 서장훈. / 사진제공=JTBC
제작발표회 당시 김민종 CP는 "프로그램을 기획하다 리서치를 하고 전문가를 만나던 중 법원에서 진행하는 부부 캠프가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실제 이혼 소송 중이거나 협의 이혼을 진행하는 분들이 상담을 받고 관계 회복에 도움을 받는 것"이라며 "예능으로 제작하면 감동이 있을 것 같았다. 좋은 취지의 프로그램이 될 것 같아서 기획하게 됐다"고 밝혔다. 또한 "제목에 이혼이 들어가서 자극적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는데 위기에 처한 부부의 사연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이라기보다는 솔루션을 줘서 관계 회복을 주는 것에 방점을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숙캠'에 솔루션이 없는 것은 아니다. 다만 상담 과정보다 부부의 갈등 장면을 더 부각하면서 시청자들의 기억 속엔 '고자극'만 남는다는 지적이 많다.
사진=JTBC '이혼숙려캠프' 캡처
사진=JTBC '이혼숙려캠프' 캡처
'이숙캠'은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서 최근 주의 처분을 받기도 했다. 방심위는 "음주 상태에서 아내에게 폭언하는 남편의 행동을 그대로 내보내거나 성관계에 집착하는 모습 등을 지나치게 선정적으로 방송해 시청자의 불쾌감을 유발했다"고 이유를 밝혔다. 또한 "의료 전문가가 출연해 객관적 근거 없이 남성의 성욕 등에 대해 일반화해서 설명하는 등 성 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조장할 수 있는 내용을 담았다"고 지적했다.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나 고자극 콘텐츠화된 '이숙캠'은 행복하게 잘사는 부부들에게까지 '얻어걸려라'식 섭외 요청을 하고 있다. 출연자들에게 솔루션을 제안하기 전에 선 넘은 섭외 방식부터 자신들을 먼저 돌아봐야하지 않을까.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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