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준호 감독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 / 사진제공=워너브러더스 코리아
봉준호 감독이 영화 작업을 오래하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냈다.

최근 서울 여의도동 콘래드 서울 호텔에서 영화 '미키17'의 봉준호 감독을 만났다.

'미키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익스펜더블(소모품) 미키17이 죽은 줄 알고 미키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 작품. 봉 감독은 연출과 각본 작업을 했다. 배우 로버트 패틴슨, 나오미 애키, 스티븐 연, 토니 콜렛 그리고 마크 러팔로가 출연한다.

봉 감독은 '기생충' 오스카 수상 이후인 이번 작품의 "캐스팅이 수월했다"며 웃었다. 이어 "제 생활이나 작업 방식이 달라진 건 없지만 미국 배우들에게 제 전작이 뭔지 등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쫙 캐스팅됐다"고 밝혔다.

'기생충'으로 세계를 제패했지 않냐는 이야기에 "그 표현은 민망하다"라며 웃었다. 이어 "실제로 세계를 제패한 분이 누가 있을까 위대한 차범근 선수,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을 했던 손흥민 선수, BTS나 로제 아닐까"라며 민망해했다.

봉 감독은 "저는 이상한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계속 기억되고 싶다. 어떤 조건에서도 끊임없이 이상한 톤을 유지한 사람으로 기억되고 싶다. 할리우드 사람들도 제 작업을 보면 여전히 이상하다고 한다. 그걸 존중해주더라"고 전했다. 이어 "'미키17'도 따뜻하고 밝은 영화지만 동시에 이상한 구석도 많다. 나의 '행보'라는 건 보는 분들이 정리해줄 요소 같다. 지금도 애니메이션 작품을 만들고 있는데, 2019년 '기생충' 개봉 전부터 준히하고 있었던 거다. 전작의 결과에 따라 차기작을 준비하는 게 아닌 현재 작품이 개봉하기 전부터 다음 작품을 준비한다. 지금도 계속 하고 있다. '미키17'은 10번째이고 다음은 애니메이션이다. 이걸 유지하고 싶다"고 털어놨다.

'거장'으로 꼽히는 여러 영화 감독들은 최근 시리즈물에 도전해 선보이고 있다. 봉 감독은 "매력적인 시리즈가 많더라. 저도 해보고 싶은데 제 작업 스타일과 맞을지 모르겠다. 많이 찍어야 하더라. 아무리 계산해봐도 제가 평소 찍던 속도의 2배는 나와야 하더라. 산술적으로 계산해보면 답이 안 나온다"고 털어놨다. 이어 "시리즈 제안은 많이 받았다. 에이전트들이 특히 좋아한다. 돈을 많이 벌 수 있기 때문이다. 제 에이전트도 '넌 왜 시리즈를 안 하냐"고 한다. '난 잘릴 것 같다'고 하면 '너한테는 회차를 많이 줄 수도 있다'더라. 전 자신이 없다"며 웃었다.

원작이 먼 미래였던 것과 달리 봉 감독은 영화의 시대적 배경을 2054년인 근미래로 설정했다. 봉 감독은 "현실적으로 닥쳐올 일처럼 느껴지길 바랐다"고 말했다.

2054년이면 "85살이다. 아직 안 죽었을 수도 있겠다"라고 너스레를 떤 봉 감독. 실제 2054년엔 뭘 하고 있을 것 같냐는 물음에 "기계 몸이 된 채로 계속 시나리오 작업을 하고 있을 것 같다. 184번째 영화까지"라며 웃음을 자아냈다.

'미키17'은 국내에서는 오는 28일, 북미에서는 다음달 7일 개봉한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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