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A4 진영과 트와이스 다현이 주연으로 나오는 영화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그소녀)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소녀는 2011년 개봉한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가 원작이다. 최근 대만 로맨스 영화의 리메이크작이 잇따라 흥행 부진을 겪은 가운데 그소녀가 흐름을 뒤집을지 관심이 쏠린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포스터. / 사진제공=(주)영화사테이크
그소녀는 선아(다현 분)에게 고백하기까지 수많은 날을 보낸 철없던 진우(진영 분)의 열여덟 첫사랑을 담은 영화다. 지난해 열린 제29회 부산국제영화제(BIFF) '한국 영화의 오늘 - 파노라마' 부문에서 월드 프리미어로 최초 공개됐다. 당시 진영은 GV(관객과의 대화)에서 "원작 영화를 5번이나 봤다"고 말했다. 그소녀는 다현의 첫 연기 도전작으로도 화제를 모은 바 있다.
그소녀 측은 지난 4일 "아시아 34개국에서 영화를 순차 개봉하겠다"고 일정을 알렸다. 오는 21일 한국과 인도네시아에서 처음 개봉한다. 오는 8~11일에는 주연배우인 진영과 다현이 인도네시아 자카르타를 방문해 현지 팬들과 만날 예정이다.
'청설' 티저포스터, '말할 수 없는 비밀' 포스터. / 사진제공=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미디어코프
대만 로맨스 영화가 최근 국내에서 리메이크된 사례는 더 있다. 지난해 11월 개봉한 영화 '청설'과 지난달 개봉한 영화 '말할 수 없는 비밀'(이하 '말없비') 역시 각각 동명의 대만 로맨스 영화가 원작이다. 원작 영화들은 모두 대만에서 큰 인기를 얻은 것은 물론 아시아 전역에서 사랑받았다.
대만 로맨스 영화가 연이어 국내에서 리메이크되는 이유는 한국과 대만이 비슷한 정서와 문화를 공유하기 때문이다. 서구권은 즉흥적이고 솔직한 걸 선호하는 편이지만, 한국과 대만이 속한 동아시아권에서는 감정을 서서히 쌓아가는 연애 방식을 좋아하는 사람도 많다. '나의 소녀시대', '말할 수 없는 비밀', '상견니' 등 대만 로맨스 영화가 한국에서도 통하는 이유다. 이들 작품은 흥행한 대만 로맨스 영화를 시대적·문화적 특색에 맞게 각색해 한국 관객이 공감할 수 있도록 제작됐다.
또 다른 이유로는 한국 영화계의 청춘 로맨스 부재가 꼽힌다. 2000년대 초반만 해도 국내에서 '봄날은 간다', '번지점프를 하다', '클래식' 등 다양한 로맨스 영화가 제작됐다. 그러나 최근에는 로맨스보다는 범죄, 액션, 역사 등 장르물이 많다. 청춘 로맨스는 저예산 독립영화, 단편영화, 드라마 등에서 주로 소비되며 그마저도 로맨틱코미디로 한정된다. 대만 로맨스 영화가 정통 청춘 로맨스 영화에 대한 국내 관객의 갈증을 해소해주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청설', '말할 수 없는 비밀'. / 사진=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하이브미디어코프
그러나 리메이크가 성공을 보장하지는 않는다. 세 작품 중 가장 먼저 관객을 만난 '청설'은 아쉬운 흥행 성적을 거뒀다. '청설'은 원작의 감성을 그대로 살린 세 주연배우(홍경·노윤서·김민주)의 풋풋한 모습에 관객의 호평을 받았다. 개봉 한 달 후에는 대만 영화 리메이크작 중 처음으로 대만으로 역수출되기도 했다. 그러나 80만 관객을 모으는 데 그치며 손익분기점(120만명) 돌파에 실패했다.
도경수, 원진아, 신예은 주연의 말없비는 지난달 27일 개봉 후 현재 상영 중이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말없비는 개봉 9일 차인 지난 4일 누적 관객 수 39만 3882명을 기록했다. 손익분기점(80만명) 달성까지 두 배 이상의 관객을 모아야 하는 것. 아직은 아쉬운 성적이다.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녀'. / 사진=(주)영화사테이크
개봉을 앞둔 그소녀로서는 아쉬운 대목이다. 앞서 개봉한 대만 로맨스 영화 리메이크작 두 편이 연달아 흥행에 실패하며 독자적인 흥행 노선을 뚫어야 하는 상황. 게다가 그소녀의 흥행 여부가 앞으로 다른 대만 로맨스 영화 리메이크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 그소녀가 손익분기점을 웃돌며 대만 로맨스 영화 리메이크작 성공기를 새로 쓸지 영화 팬들이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