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야심 차게 재개한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의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원조 요리 예능'이었던 힘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미 다 아는 포맷, 애매한 웃음 포인트 때문에 시청자들은 벌써 지겨워하고 있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시작 당시 많은 시청자의 기대감을 모았다. 2014년 시작한 '냉부해'가 2019년 종영 후 5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초 방영 당시 '원조 요리 예능'로 꼽히며 수많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배출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돌아온 '냉부해'는 유명 셰프들의 '15분 냉털(냉장고 털이)'이라는 과거 포맷을 그대로 따랐다. MC가 김성주, 안정환이라는 점과 세트장 구조까지 동일했다. 이런 설정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면은 있다. 그 시절 '냉부해'를 즐겨봤던 시청자들은 변함없는 이 프로그램의 모습에 반가워했다.

'냉부해 원조 vs 흑백요리사 셰프'의 구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청자를 지겹게 하는 대목이다. '흑백요리사'는 한때 크게 흥행했지만 지금은 인기 거품이 사그라든 상태. 매주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게 인기가 이어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방송 팬은 "이 프로그램 1~4회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진부한 부분을 다 뒤로 몰아서 그런 거였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새로 합류한 셰프들을 위해 마련된 '1분 베네핏'도 매번 허무하게 사용되고 있다. '1분 베네핏'은 '냉부해 경력자' 셰프들과 '냉부해 신입' 셰프들 간 형평성을 위해 도입된 규칙. 신입 셰프들이 상대 셰프보다 1분 먼저 조리 시작하기 혹은 상대 셰프의 동작을 1분간 중단시키기 중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방영분에서는 1분간 보조 셰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니셰프' 규칙도 적용됐다. 하지만 1분이라는 시간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일까. 대부분 셰프들이 1분을 아깝게 허비했다. '중식 여신' 박은영은 김치를 채썰어달라고 최강록에게 요청했고, 최강록은 도마와 칼 세팅에의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급식 대가' 이미영은 '냉부해' 녹화에 서툴렀는지, 요리를 1분 일찍 시작했지만 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버렸다. 웃음도 감동도 찾지 못한 '1분 베네핏' 사용은 오히려 대결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약 10년이 흐르는 동안 시청자들의 미식 기준이 높아진 것도 '냉부해'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SNS 플랫폼을 통해 맛집, 식재료, 간편 요리법에 대한 정보를 무수히 접했다.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들의 15분 요리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희귀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청자의 큰 기대감에 상응하지 못한 '냉부해'. 익숙한 맛에만 기대 신선한 맛이라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대로 인기가 곤두박질칠지도 모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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