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브 장원영 / 사진=텐아시아DB
아이브 장원영 / 사진=텐아시아DB
《김지원의 까까오톡》
까놓고, 까칠하게 하는 오늘의 이야기.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이슈를 까다로운 시선으로 비평합니다.



야심 차게 재개한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해')의 시청률이 반토막 났다. '원조 요리 예능'이었던 힘으로 근근이 버티고 있지만 이미 다 아는 포맷, 애매한 웃음 포인트 때문에 시청자들은 벌써 지겨워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냉장고를 부탁해' 포스터. / 사진제공=JTBC
지난 2일 방송된 '냉부해' 7회는 시청률 3.0%(닐슨코리아)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 15일에 방영한 1회 시청률(5.2%)의 거의 절반이다. 화제성 분석 기관인 굿데이터코퍼레이션 펀덱스에 따르면 '냉부해'는 12월 3주차에 1위에 올랐지만, 1월 4주차에는 10위로 떨어졌다. 고정 출연진과 셰프가 아닌 게스트의 인기에 의존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1월 4주차 예능 출연자 화제성 순위에서 '냉부해' 게스트 장원영이 1위에 오른 게 대표적 사례다.

앞서 이 프로그램은 시작 당시 많은 시청자의 기대감을 모았다. 2014년 시작한 '냉부해'가 2019년 종영 후 5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이 프로그램은 최초 방영 당시 '원조 요리 예능'로 꼽히며 수많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배출한 인기 프로그램이었다.

돌아온 '냉부해'는 유명 셰프들의 '15분 냉털(냉장고 털이)'이라는 과거 포맷을 그대로 따랐다. MC가 김성주, 안정환이라는 점과 세트장 구조까지 동일했다. 이런 설정이 시청자들의 향수를 자극했던 면은 있다. 그 시절 '냉부해'를 즐겨봤던 시청자들은 변함없는 이 프로그램의 모습에 반가워했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영상 캡처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영상 캡처
하지만 '냉부해'의 한계는 금세 드러났다. 반가움은 잠시였던 것. 새로운 것 없는 프로그램의 전개에 시청자들은 금세 지루해했다. 유명 셰프들이 냉장고 속 식재료와 남은 음식을 또 다른 요리로 만들어내는 모습이 더 이상 획기적이지 않고 식상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 네티즌은 인터넷 커뮤니티에 "옛날에 했던 프로그램을 재방송하는 느낌"이라며 "이렇게 올드하고 진부한데 화제가 되지 않는 게 당연하다"고 썼다.

'냉부해 원조 vs 흑백요리사 셰프'의 구도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시청자를 지겹게 하는 대목이다. '흑백요리사'는 한때 크게 흥행했지만 지금은 인기 거품이 사그라든 상태. 매주 비슷한 장면이 반복되는 게 인기가 이어지지 않는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 방송 팬은 "이 프로그램 1~4회에서 느꼈던 신선함은 진부한 부분을 다 뒤로 몰아서 그런 거였나 싶을 정도"라고 했다.

새로 합류한 셰프들을 위해 마련된 '1분 베네핏'도 매번 허무하게 사용되고 있다. '1분 베네핏'은 '냉부해 경력자' 셰프들과 '냉부해 신입' 셰프들 간 형평성을 위해 도입된 규칙. 신입 셰프들이 상대 셰프보다 1분 먼저 조리 시작하기 혹은 상대 셰프의 동작을 1분간 중단시키기 중 선택할 수 있다. 최근 방영분에서는 1분간 보조 셰프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유니셰프' 규칙도 적용됐다. 하지만 1분이라는 시간 계산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일까. 대부분 셰프들이 1분을 아깝게 허비했다. '중식 여신' 박은영은 김치를 채썰어달라고 최강록에게 요청했고, 최강록은 도마와 칼 세팅에의 대부분 시간을 보냈다. '급식 대가' 이미영은 '냉부해' 녹화에 서툴렀는지, 요리를 1분 일찍 시작했지만 이 시간을 어영부영 보내버렸다. 웃음도 감동도 찾지 못한 '1분 베네핏' 사용은 오히려 대결의 긴장감을 떨어뜨렸다.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영상 캡처
사진=JTBC '냉장고를 부탁해' 영상 캡처
냉장고 속 재료들도 과거 방송 때보다 '정갈'해졌다. 장원영의 냉장고에서는 피스타치오 페이스트가, 송중기의 냉장고에서는 국내에서 쉽게 구하기 어려운 이탈리안 식재료가 발견된다. 검정 비닐에 쌓인 정체불명의 식재료, 깊숙이 박혀있어 냉장고 주인도 몰랐던 냉동 음식, 언제 먹었는지도 모를 남은 음식 등 '날 것'의 매력이 있었던 과거 '냉부해'와 비교하면 현재 '냉부해'는 비교적 '깔끔'하다. 이는 예능적 재미를 반감시킨다. 트러플, 캐비아, 푸아그라 등 최고급 식재료가 등장하면서 시청자들이 거리감을 느끼게 했던 과거 '냉부해'가 떠오른다.

약 10년이 흐르는 동안 시청자들의 미식 기준이 높아진 것도 '냉부해'의 재미를 떨어뜨리고 있다. 사람들은 그동안 인스타그램, 유튜브 등 여러 SNS 플랫폼을 통해 맛집, 식재료, 간편 요리법에 대한 정보를 무수히 접했다. 파인다이닝을 운영하는 유명 셰프들의 15분 요리가 더 이상 시청자들에게 희귀한 모습이 아니라는 것이다.

시청자의 큰 기대감에 상응하지 못한 '냉부해'. 익숙한 맛에만 기대 신선한 맛이라는 돌파구를 찾지 못한다면 이대로 인기가 곤두박질칠지도 모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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