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에스파, 블랙핑크 로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더블랙레이블
그룹 에스파, 블랙핑크 로제/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더블랙레이블
《이민경의 사이렌》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급속도로 발전하는 연예 산업에 사이렌을 울리겠습니다. 보이지 않는 문제를 지적하고, 연예계를 둘러싼 위협과 변화를 알리겠습니다.


'K팝 정점론'이 무색하게 K엔터가 정체기를 지나 다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그룹 에스파를 필두로 '뻔한 K팝'을 벗어나려는 시도가 이어지면서 팬들이 이런 변신에 호응하고 있기 때문이다. 엔터 업계에서는 "음원 스트리밍이 줄어든 대신 공연·콘텐츠 수익이 급증하면서 매출 총액은 더 늘고 있다"며 "K엔터의 대세 성장기가 시작됐다"는 관측이 나온다.
뻔한 K팝, 이제는 옛말
그룹 에스파/사진제공=에스엠엔터테인먼트
그룹 에스파/사진제공=에스엠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에스파의 'Supernova'(수퍼노바), 'Whiplash'(위플래시), 로제의 'APT.'를 계기로 기존 K팝의 한계가 깨지고 있다고 봤다. 대중의 취향에 맞춰가며 인기를 얻은 아이돌 그룹이 반대로 낯선 음악을 가져다가 대중을 납득시키기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또한, '신비주의'를 벗어던지고 사적인 이야기를 음악에 담는 용기를 내기 시작했다.

한 엔터 업계 관계자는 "대중음악의 특성상, K팝 음악은 지금까지 굉장히 보수적인 움직임을 보였다. 자기복제에 가까울 정도다. 그런데 최근 들어서는 이런 공식이 깨졌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에스파의 'Supernova' 이후로 요즘 대형 엔터사는 '남들이 안 하는 음악'을 찾고 있다. 해외에서 떠오르고 있지만 국내에 아직 들어오지 않은 장르를 물색하는 식"이라고 말했다.

그는 "에스파가 유명하지 않은 그룹이었다면 'Supernova'는 이렇게 유명해지지 않았을 낯선 노래"라며 "이미 인기가 좋은 에스파가 내놓은 새로운 음악이기 때문에 대박이 터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파의 'Supernova'는 빌보드 선정 '2024년 베스트 25 K팝 음악' 1위에 오르고 빌보드 글로벌 200 차트에서 25주간 차트인하는 등 세계적 주목을 받고 있다.

로제 역시 'APT.'로 빌보드 HOT 100 차트 3위 기록을 세우며 팝스타 반열에 올라섰다. 이 노래는 "국내 아이돌은 팝 아티스트와는 달리 사생활을 노래로 만들지 않는다"는 한계를 깬 긍정적 사례다.
사진=2025 그래미 어워드 홈페이지
사진=2025 그래미 어워드 홈페이지
그간 K팝은 "음악에 다양성이 없다"며 비판받았다. 일각에서는 "지난 3일 열린 '제67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에서 K팝이 소외당했다"며 "음악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대중은 "K팝은 새로운 걸 내놓지 않는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제2의 방탄소년단이나 블랙핑크가 나오지 않는다면서 "더 이상 K팝에 발전은 없다"는 주장도 나왔다. 앞서 방탄소년단은 아이돌로서는 처음으로 우울 등 내밀한 감정을 다루기 시작했고 블랙핑크는 독특하고 강렬한 비트로 주체성을 노래했다. 이후 그룹들은 이들을 따라가기 바빴다는 게 K팝 팬들의 관측이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지금까지 일부 한계는 있었지만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관측이 많아졌다.
트와이스 미사모/ 사진 제공=JYP
트와이스 미사모/ 사진 제공=JYP
소비 방식이 바뀌었을 뿐'K팝 정점론'을 주장하는 목소리는 최근까지도 나왔다. 멜론, 벅스, 지니 등 음원 사이트 소비가 줄어들고 지난해 K엔터사가 연이어 어닝쇼크를 겪으면서다. 그러나 최근 흐름을 봤을 때 K팝 산업의 수익성에 당분간 문제가 없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음원 스트리밍에서 유튜브, 숏폼, 공연 등으로 변화했을 뿐 K엔터 시장이 작아진 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인 2019년과 종식 이후인 2023년 공연 수익은 큰 차이를 보인다. 하이브·SM엔터테인먼트(이하 SM)·JYP엔터테인먼트(이하 JYP) 3사의 2019년 대비 2023년 공연 매출은 평균 2.7배 올랐다. YG엔터테인먼트(이하 YG)는 블랙핑크의 2023년 월드투어로 이 기간 매출이 53.9배 늘었다.

한국음악저작권협회에 따르면 2023년 국내에서 정산된 영상(포털) 전송료 액수가 2019년 대비 396% 증가한 852억9000만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에는 전체 저작권료 4345억원을 징수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K팝 정점론, 에스파·로제가 깨부순다…"제2의 전성기 이제 시작" [TEN스타필드]
대형 엔터사의 올해 매출은 전년 대비 10~20%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국내 증권사 컨센서스(추정치 평균)에 따르면 하이브의 매출은 이 기간 20.7%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SM과 JYP의 매출도 같은 기간 각각 14.7%, 17.8% 늘어날 것으로 증권가는 추정하고 있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엔터사가 월드 투어를 통해 매출을 키울 수 있을 것"이라는 시각이 주를 이룬다. 올 하반기 방탄소년단 멤버들이 모두 전역하는 데다, 블랙핑크 완전체 그룹 활동 등이 예고됐기 때문이다. 오는 24일 데뷔하는 SM 걸그룹 하츠투하츠, 지난달 20일 데뷔한 JYP 보이그룹 킥플립 등 신인에 대한 기대감도 높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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