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1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에 출연한 배우 신현준을 만났다. 신현준은 인터뷰 자리에 혼자 나왔다. 그는 고(故) 김수미와 실제 혈연관계가 아니지만 김수미를 줄곧 어머니라고 불렀다. 김수미도 생전에 그를 양아들이라고 불렀다. 신현준은 인터뷰에서 김수미 얘기를 하다가 아직도 남은 얘기가 많은지 "이게 엄마 얘기라서 되게 길다"며 양해를 구하기도 했다. 김수미에 대한 진한 애정이 묻어났다.
오는 24일 개봉하는 '귀신경찰'은 날벼락을 맞은 이후 '하찮은 능력'이 생긴 경찰이 그의 가족과 예기치 못한 사건에 얽히며 벌어지는 사건을 그린 패밀리 코미디 영화다. 지난해 10월에 세상을 떠난 배우 김수미의 유작으로 신현준과 김수미가 이 작품에서 세 번째 모자 연기를 선보인다. 신현준은 벼락을 맞은 경찰 민현준 역을 맡았다.
신현준은 '귀신경찰'에 대해 '따숩고 귀여운 영화'라고 강조했다. 김수미가 생전에 자신에게 "따숩고 귀여운 영화에 네가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는 게 신현준의 얘기다. 신현준이 이 말을 평소 친하게 지내던 김영준 감독에게 전달했고, 김 감독이 그의 바람대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신현준은 "저희 모자가 어느 순간 브랜드가 됐고 그 브랜드가 이 영화에 잘 어울린다"며 "시청자들이 어머니와 저를 보고 딱 떠올리는 코드가 있다. 그 코드와 잘 어울리는 영화"라고 말했다.


김수미는 생전에 음식 예능까지 맡았을 정도로 손맛이 좋기로 유명했다. 신현준은 춘천 촬영 일화를 떠올리며 김수미의 손맛을 그리워했다. 그는 "항상 밥차의 남은 자리에 수미 엄마가 반찬을 놔뒀다. 스태프들이 밥차 음식보다 어머니의 음식을 많이 먹었다"고 말했다.
그는 김수미가 구수한 입담으로 젊은 스태프들과 친밀하게 어울렸던 일도 떠올렸다. 신현준은 "한번은 한 스태프가 '어머니 저 오늘 여자 친구와 헤어져서 기분 되게 안 좋은데 욕 한번 시원하게 해달라'고 했다. 그러자 어머니가 걸쭉하게 '이 ××× 같은 ×××야!'라며 한 번 질러주셨고 현장에서는 폭소가 터졌다"고 했다. 그는 "범접할 수 없는 엄마만의 캐릭터가 있었다"고 전했다.
"영화 장면 중 제가 딸아이 때문에 우는 롱테이크(길게 지속해서 촬영하는 것)가 있었어요. 투자사에서는 그걸 빼자고 했어요. 이 영화가 코미디 영화인 만큼 이런 슬픈 장면은 없는 게 좋다는 거였죠. 어머니 생각은 달랐습니다. 어머니는 "이 영화는 가족 영화다. 자꾸 코미디로 몰고 가면 안 된다. 이런 장면을 넣어야 이 영화에서 가족애가 느껴진다"고 했습니다."
결국 김수미의 뜻대로 영화에서 이 장면은 삭제되지 않았다. 역시 김수미의 뜻은 옳았다. 신현준은 "시사회에 참석한 사람 중 이 장면을 인상 깊게 봤다는 사람이 많았다"고 했다.

"제가 엄마랑 수없이 많은 통화를 했는데, 당시 그런 목소리는 처음 들었습니다. 너무 힘들어 보였어요. 제가 '엄마 괜찮아요?' 그랬더니 '그래, 현준아. 나 괜찮아. 곧 보자. 사랑해 아들. 사랑한다'라고 말해 주셨어요. 그게 마지막 통화였습니다."
신현준은 마음 아픈 일화도 하나 전했다. 그는 평소 김수미의 생일에 색이 화려한 리시안셔스 꽃을 선물했다. 그런데 이번 생일에는 하얀색을 보냈다. 꽃을 받고 기뻐하던 김수미와의 통화가 마지막이 됐다고 한다.
"어머니의 마지막 선물 같은 영화를 많은 분이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윤하 텐아시아 기자 you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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