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 사진=텐아시아DB
영화, 드라마에 이어 예능까지 넷플릭스가 K콘텐츠 전반을 빠르게 장악하는 모습이다. 국민MC로 꼽히는 이경규·신동엽·유재석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에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있다. 오랜 시간 JTBC를 통해 시청자들을 만나온 예능 '크라임씬' 마저 넷플릭스로 둥지를 옮겼다. 방송 업계에서는 이제 강호동만 넷플릭스로 가면 된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솔로지옥4' 포스터, '크라임씬 리턴즈'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티빙
'오징어게임'과 같은 K-드라마를 앞세워 성장해온 넷플릭스는 한국 예능 제작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과 기획력을 바탕으로, 기존의 방송국들이 하지 못하는 스케일의 방송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흑백요리사: 요리 계급 전쟁'(이하 '흑백요리사')의 대성공을 이을 '흑백요리사2'를 필두로 기존 흥행작들의 시리즈물이 줄줄이 나올 예정이다. '솔로지옥4', '데블스 플랜2'의 경우 출연자 라인업을 공개했으며, '피지컬100' 시즌3 역시 제작 소식을 알렸다. '대환장 기안장', '도라이버 : 잃어버린 나사를 찾아서' 등 새로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도 제작 중이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 라인업에는 타 플랫폼에서 제작되던 예능 '크라임씬'도 이름을 올렸다. JTBC IP '크라임씬'은 지난해 2월 티빙 오리지널로 7년 만에 '크라임씬 리턴즈'를 공개한 바 있다. '크라임씬 리턴즈'는 공개 첫 주를 기준으로 티빙 유료 가입자 기여자 수 역대 2위를 기록하기도 했다. 티빙에 공헌한 바가 큰 '크라임씬'이 돌연 넷플릭스에서 시리즈를 이어가게 됐다. 제작진은 글로벌 팬에게 '크라임씬'의 재미를 공유하고 싶다고 이유를 밝혔다.
'성+인물' 포스터, '코미디 로얄' 포스터, '범인은 바로 너'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공격적인 오리지널 예능 확장은 국민 MC들의 이동을 보면 더욱 뚜렷히 보인다. 유재석, 신동엽, 이경규 등 기존 방송을 이끌던 예능인들이 모두 넷플릭스에 발을 담갔다.
유재석은 국민MC들 중 가장 먼저 넷플릭스 오리지널 예능에 출연한 인물이다. 2018년 '범인은 바로 너' 시즌1에 이름을 올렸다. '범인은 바로 너'는 2021년까지 총 3개의 시즌이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됐다. 2022년에는 '코리아 넘버원'에 출연하기도 했다.
신동엽은 성시경과 함께 '성+인물' 시리즈를 넷플릭스에서 진행 중이다. '성+인물' 시리즈는 2023년을 일본 편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3개의 시즌이 공개됐다. '성+인물' 시리즈 제작진이 시즌4를 하고 싶다는 마음을 내비친 만큼 신동엽을 계속해서 넷플릭스에서 볼 수 있을 듯하다.
이경규 역시 2년 연속으로 넷플릭스에 출연했다. 그는 2023년 '코미디 로얄'에서 저력을 드러내며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다. 지난해에는 다수의 코미디언과 함께 '코미디 리벤지'로 넷플릭스와 연을 이어갔다.
'흑백요리사' 포스터. / 사진제공=넷플릭스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예능이 증가하는 데는 다양한 이유가 있다. 그중 가장 중요한 이유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막대한 제작비에 있다. 예능 관계자들은 넷플릭스 블록버스터급 예능 제작비가 50억원에서 100억원 사이로 예상한다. '흑백요리사'는 스튜디오 대관 비용만 수십억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TV 예능이 회당 1억 내외의 제작비를 투입하는 것에 비교하면 넷플릭스는 어마어마한 제작비를 지출하는 것이다.
또한 넷플릭스는 제작사에 높은 자유도를 보장해준다. 2023년 '넷플릭스 예능 마실' 행사에서 넷플릭스 콘텐츠팀 유기환 매니저는 "창작자분들의 의도를 충분히 존중하면서 지원을 하는 게 첫 번째 원칙"이라며 "개입하는 게 아닌, 작품에 있어 많은 분께 도움을 주고, 상의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제작사는 넷플릭스가 제공하는 제작비를 기반으로 원하는 바를 마음껏 펼칠 수 있는 것이다.
편성 역시 자유롭다. 매주 1편씩 정해진 시간에 공개되는 TV 예능과 달리 넷플릭스는 전편 공개, 파트별 공개, 주차별 공개 등 다양한 공개 방식 중 결정할 수 있다. 공개 시간도 자유롭게 선정할 수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라 시청률 압박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강호동. / 사진=텐아시아DB
다만 방송업계에서는 넷플릭스 예능의 비중이 높아지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강호동만 가면 다 가는 것이란 말이 나올 정도다. 넷플릭스가 막대한 초기 투자를 감행한 뒤에는 콘텐츠 생산 효율화란 명목하에 비용을 통제한 사례가 잦았다. 출연진들의 출연비 등을 과도하게 높여서 방송국이나 다른 OTT들의 과다 비용 경쟁을 야기한다는 지적도 있다. 단기적으로는 시청자들에게 즐거운 예능을 보여줄 수 있지만, 중장기적으로는 넷플릭스 의존형 제작 환경을 만들어갈 수 있단 우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