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민현준(신현준 분)은 딸과 함께 엄마(김수미 분)한테 얹혀사는 경찰이다. 신현준과 김수미는 오랜 시간 모자 관계를 연기한 덕인지 찰떡 호흡을 자랑한다. 자고 있는 현준을 때리고 잔소리하는 수미의 모습과 친아들 같은 현준의 반응에 웃음이 터져 나온다. 신현준은 언론시사회에서도 김수미를 계속 어머니라고 칭하며 돈독한 관계를 드러냈다. 실제보다 더 실제 같은 모자지간의 모습은 영화가 진행되는 내내 웃음을 담당했다. 급작스럽게 세상을 떠난 김수미는 마지막까지 우리에게 웃음을 선물한다.

어느 밤 현준이 엄마의 순댓국집에서 혼자 술잔을 기울이며 심정을 털어놓는 장면이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다. 롱테이크로 진행되는 독백에서 신현준은 압도적인 연기력을 보였다. 신현준은 차분한 목소리와 붉어진 눈시울로 우리네 아버지들이 느끼는 삶의 무게감과 쓸쓸함을 훌륭히 표현했다. 뒤에서 그의 독백을 듣고 있던 엄마가 등장했다. 엄마에게 현준이 밝게 웃으며 본인에게 생긴 능력에 관해 얘기하는 모습은 외려 마음을 시리게 했다.
마지막에는 신현준의 힘 있는 액션 연기까지 볼 수 있었다. 신현준의 오랜 친구인 배우 정준호가 민현준의 정적인 변준호 역으로 특별 출연했다. 준호의 무리와 현준이 대치하는 액션신은 빠르고 화려하진 않다. 그러나 타인의 속마음을 읽는 현준의 능력을 잘 드러낼 수 있게 구성한 합이 돋보였다. 준호를 향한 마지막 한 방에는 코믹함까지 더해 너무 무겁지 않게 장면을 풀어냈다.

'귀신경찰'은 웃음에는 성공했지만 빈약한 개연성이 작품 중간중간 드러난다. '귀신경찰'의 스토리 전개에는 수많은 우연이 필요하다. 민현준이 우연히 벼락을 맞는 것이 가장 대표적인 예시이다. 벼락을 맞은 후 개화한 능력은 우연히도 타인의 속마음을 듣는 능력이다. 마치 경찰인 그에게 사건을 해결하라고 의도적으로 선물해 준 능력 같다. 우연히 동료의 고민과 비리를 듣게 되고, 우연히 변준호와 다시 얽히게 되는 등 서사가 엉성하다. 초능력이라는 설정 자체가 판타지적이고 반드시 우연이 필요한 일이다. 그렇기에 엉성한 서사로도 작품을 즐겁게 감상하는 데는 별다른 문제가 없다. 다만, 웃음 타율이 높은 만큼 서사도 탄탄하게 짜였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을 뿐이다.

'귀신경찰'은 오는 24일 개봉.
김자윤 텐아시아 기자 kjy@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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