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보고타: 마지막 기회의 땅'은 김성제 감독이 전작 '소수의견' 이후 약 10년 만에 선보이는 작품이다. 2020년 촬영을 시작했는데, 코로나 팬데믹 등으로 개봉까지도 약 4년의 시간이 걸렸다. 감회가 남달랐던 김 감독은 개봉 전 열린 시사회에서 '창고 영화'가 아니라 '작업 기간이 오래 걸린 작품'이라는 취지로 해명했다. 인터뷰 자리에서 만난 김 감독은 "그때 나오면서 송중기를 붙잡고 '나 너무 발끈했냐'고 그랬다. 화난 건 아니었다"며 머쓱해했다.
'보고타'는 IMF 여파로 한국을 떠난 국희(송중기 분)네 가족이 콜롬비아 보고타에 정착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김 감독이 '보고타'에 담고 싶었던 건 '멀리 떠나간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이 이야기를 하려는 이유를 가보지 않고는 찾을 수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큰 세계를 향해 떠나갔지만 더 작은 공동체에 갇힌 사람들. (콜롬비아 현지에서) 이 정도 테마를 찾았죠."

"카페에서 송중기, 소속사 대표, 제작사 대표, 저, 이렇게 넷이 만났어요. 얘기하다가 제가 잠깐 밖에 나갔는데 중기 씨가 따라나왔죠. '하겠다'고 툭 얘기하더라고요. 우리가 다시 들어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 자리를 파했어요. 중기 씨는 한다는 얘길 했는데 주변에 목격자가 없었어요. 그 말을 나만 들은 상황이 된 거죠. 중기 씨와 작업했던 한 감독님에게 연락해서 '중기 씨가 한다고 했는데 하는 게 맞겠냐'라고 물었어요. 그 감독님이 '송중기가 그랬다면 하는 거'라고 하더라고요. 당시 중기 씨가 '승리호'를 찍기 전이었는데, '하고 싶은데 약속해놓은 다른 작업이 있다. 기다리라고 말씀드리기 죄송하다'고 하더라고요. 제가 '무슨 말이냐, 기다리겠다'고 했죠. 하하."

극 중 국희가 트럭으로 밀수품 운반을 하는 장면을 두고 "중기 씨가 어마어마하게 큰 트럭을 운전한다. 촬영을 위해 한국에서 대형 면허를 따고 갔다. 실제로 본인이 운전한 거다"라며 "요청하려고 했는데 본인이 먼저 (면허를 따겠다고) 한 것"이라고 말했다. 송중기의 극 중 짧은 머리 스타일에 대해서도 김 감독은 "반삭도 중기 씨가 먼저 제안했다. 저는 땡큐였다. 앞뒤 연결 때문에 무리일 수도 있는 반삭 스타일인데도, 본인이 많이 애써줬다"라며 고마워했다.
평소 액세서리 착용을 잘 하지 않는다는 송중기는 이번 작품을 위해 현지에서 귀도 뚫었다고 한다. 김 감독은 "국희가 폭주하는 장면이 있다. 상황에 몰입해서 액션 촬영을 하다가 귀가 찢어졌다. 아픈 와중에도 연기하더라"며 미안한 마음을 표했다.

"아버지가 28살이던 때 제가 태어났어요. 나의 35살과 아버지의 35살. 기억해보면 나의 35살은 사춘기가 얼마 지나지 않은 느낌인데, 내가 본 아버지의 35살은 '그냥 어른'이었죠. 후반부 국희의 나이와 비슷해요. 아버지는 나와 내 동생들이 있어서 그러셨던 걸까요. '일찍 어른이 되셨겠구나', 각본을 쓰면서 아버지를 떠올렸어요. 영화 마지막의 국희는 서른의 나보다 서른의 아버지를 닮았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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