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훈 / 사진제공=CJ ENM
박훈 / 사진제공=CJ ENM
박훈이 영화 '하얼빈' 속 등장인물들의 상징성을 이야기했다.

26일 서울 소격동의 한 카페에서 영화 '하얼빈'에 출연한 배우 박훈을 만났다.

'하얼빈'은 1909년 하나의 목적을 위해 하얼빈으로 향하는 이들과 이를 쫓는 자들 사이의 추적과 의심을 그린 작품. 박훈은 일본군 육군소좌 모리 다쓰오 역을 맡았다.


박훈은 이번 영화에서 "작은 한 걸음이 느껴졌다"며 남다른 의미를 되짚었다. 안중근 의사가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저격한 하얼빈 의거에 대해 박훈은 "그 일로 말미암아 다른 행동들이 일어났다"라며 "힘겹게 시작점에 내딛는 작은 한걸음. 멋진 작품이다. 그 인간적인 작은 한걸음이 좋았다"라고 말했다. 또한 "영웅으로 태어난 사람이 아닌 영웅이 되어진 사람이다. 대본을 받았을 때 힘겹게 한발짝을 걸어간다는 첫 줄부터 좋았다"고 전했다.

극 중 모리 다쓰오는 일본 제국주의에 심취한 인물. 신아산 전투에서 패배 후 전쟁포로로 붙잡히지만 안중근의 선의로 풀려난다. 하지만 그로 인해 오히려 모멸감에 휩싸여 안중근을 맹목적으로 쫓는다. 박훈은 "그렇지 않았던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꿨다. 보통은 빌런이 세서 무언가를 압도하고, 주인공은 산전수전 겪으며 빌런을 물리친다. 모리 다쓰오는 이미 초반에 잡힌다. 통상 오락영화에서 다루는 빌런과는 다른 구조의 빌런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역할이 어떤 역할이냐를 고민했을 때, 그 당시의 일본이라는 상징적 역할을 해야한다고 생각했다. 안중근을 원초적으로 쫓아야 한다고 생각했다. 안중근의 마음속에 있던 정신, 혼은 어딨는가, 내 연기를 통해 관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싶었다. 그래서 대사도 '안중근은 어딨나'고 바꿔달라고 한 것이다. 안중근에 집착하는 모리 다쓰오의 행동에서 대륙에 집착하는 일본의 행태를 보여주려고 했다"고 강조했다.

박훈은 캐릭터마다 가진 상징성에 대한 자신의 해석도 이야기했다. 그는 "안중근(현빈 분)은 조선의 혼, 이창섭(이동욱 분)은 조선의 투쟁, 공부인(전여빈 분)은 조선의 한, 김상현(조우진 분)은 조선의 과오를 상징하는 느낌이었다"라며 "내가 어떤 걸 위해 달려갈 것이냐 생각했다. 저는 단순화하는 걸 좋아한다. 이 인물들이 무엇을 대변할지 생각해봤다"고 말했다.

'하얼빈'은 지난 24일 개봉했다. 크리스마스 하루 동안 84만 7844명의 관객을 동원, 개봉 2일 만에 누적 관객 수 125만 4068명을 기록했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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