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찬원-지코-카리나/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이찬원-지코-카리나/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연예인의 활동 영역의 경계가 허물어진지 오래다. 가수가 연기를 하고 배우가 예능을 하고 개그맨이 노래하는 모습은 전혀 낯설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방송 3사의 '연예대상'은 개그맨 위주의 행사가 아니다. 가수, 배우, 개그맨을 막론하고 시청자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을 준 연예인들의 축제다. 개그맨 변기수가 제기한 개그맨 홀대 논란이 대중의 공감을 사지 못하고 있다.

변기수가 '2024 KBS 연예대상'을 작심 비판했다. 이번 시상식에서 개그맨의 수상이 극히 적었던 것에 대한 아쉬움이다. 그는 자신의 SNS를 통해 "그래도 코미디언 한 명은 줄 수 있지 않나? 가수들만 챙기는 연예대상"이라고 적고 신인상을 받은 가수 지코와 그룹 에스파 카리나의 화면을 캡처해 올렸다. 생애 단 한 번만 받을 수 있다는 신인상을 후배 개그맨이 받지 못해 아쉬운 마음을 토로한 것이다.

이번 'KBS 연예대상'에서 개그맨의 수상이 적었던 것이 사실이다. 쇼버라이어티 부문 신인상은 지코('더 시즌즈')와 에스파 카리나('싱크로유')가 받았고, 리얼리티 부문 신인상 수상자 역시 배우 이상우('신상출시 편스토랑'), 가수 박서진('살림하는 남자들')이 차지했다.

이밖에도 가수 장민호('신상출시 편스토랑')가 최우수상을 탔으며, 그룹 엠블랙 출신 이준('1박2일')과 가수 이영지('더 시즌즈) 역시 우수상을 받았다. 나아가 영예의 대상 역시 가수 이찬원의 몫으로 돌아갔다.

반면, 단 2개 부문에서만 개그맨이 트로피를 획득했다. 신승윤('개그콘서트')이 최우수상, 정태호와 남현승이('개그콘서트') '베스트 커플상'에 낙점됐다. 부활한 '개그콘서트'의 '심곡 파출소' 코너가 베스트 아이디어상을 받아 겨우 체면치레했다.

아쉽다. 변기수는 개그맨들이 수상을 하지 못해 아쉬움을 토로했지만, 시청자들로서는 개그맨의 개그와 입담을 보며 웃지 못한 것이 아쉽다.

시청자들은 개그맨과 개그 프로그램의 해묵은 부진을 모르지 않는다. 올해 KBS에서 활약한 개그맨은 아무리 생각해도 좀처럼 떠오르지 않는다. 방송 생태계가 개그맨에게 어렵고 불리하게 바뀌었다고 하는 것은 변명에 불과하다. 시청자에게 웃음을 줄 방법을 찾는 것은 그들의 몫이다.

시청자 민심 읽기에 예민한 방송사들은 개그맨보다 보장된 팬덤을 보유한 가수들 섭외에 열을 올렸다. 전형적이지 않고 톡톡 튀는 예능감과 진행 실력을 비롯해 진정성 있는 모습이 시청자들이 개그맨들과 비교해 매력적으로 소구된 것도 사실이다.

'KBS 연예대상'은 한해를 마감하며 채널 내 두드러진 활약을 보여주고 성과를 낸 이들에게 상을 주는 자리였다. 나아가 누구에게 상을 줄지는 전적으로 KBS의 소관이다.

이번에 상을 받은 이찬원과 지코, 카리나 등의 수상은 납득이 된다. 이찬원은 성실하고 재기발랄하게 '불후의 명곡'을 지켰고, 지코는 '더 시즌즈'를 맡아 게스트들의 좋은 무대를 함께 했다. 카리나 역시 '싱크로유'를 통해 의외의 예능감을 보여주며 시청자들에게 다가섰다.
이찬원·카리나가 무슨 죄…변기수, 반성은 못 할 망정 애꿎은 KBS 탓 [TEN피플]
변기수는 애꿎은 KBS 탓을 할 게 아니라 왜 개그맨들이 올해 KBS에서 활약하지 못하고 부진했는지를 반성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대중에게 통하는 개그를 하고, 새로운 감각의 개그맨 후배들을 잘 양성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한 때다.

나아가, 변기수는 이찬원, 지코, 카리나 등에게도 일말의 미안한 마음을 가질 필요가 있다. 한 해 최선을 다해 시청자에게 웃음을 전한 이들의 노력을 "가수들만 챙긴다"는 말로 퇴색시켰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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