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은 안 했으면"…맨몸 벌꿀 채집→독한 유황 가스, 가족 위해 위험 감수('화산, 인간')

사진제공=KBS

화산과 인간의 ‘세상에서 가장 뜨거운 이야기', KBS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이 세계에서 가장 화산 활동이 잦은 곳, 인도네시아를 찾았다.

5일 오후 10시 방송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 ‘화산, 인간’의 2부 ‘위대한 신들의 산’에서는 인도네시아 자바섬에 있는 세 개의 화산 스메루산, 이젠산, 브로모산과의 공존을 운명적으로 받아들인 사람들을 조명했다.

자바섬에서 가장 높은 활화산인 스메루산을 오를 때마다 슬라맛 씨는 신에게 기도한다. 그는 스메루산의 화산 숲에서 최상급 벌꿀을 채집하고 있다.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맨몸으로 꿀벌과 사투를 벌이는 슬라맛 씨. 하지만 최근엔 벌꿀 채집이 어려워졌다. 2021년 스메루 화산이 폭발해 꿀벌이 줄어든 탓이다. 당시, 화산재 기둥이 12km까지 치솟았고, 화산 쇄설류가 시속 100km 속도로 마을을 덮쳐 많은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용암까지 밀려와 슬라맛 씨 가족은 빈손으로 탈출했다. 이들은 언제 다시 터질지 모르는 화산 곁의 임대 주택촌에서 불안한 동거를 이어가고 있다.

자바섬의 이젠 화산은 에메랄드빛 아름다운 칼데라호와 고온의 유황 가스에서 피어오르는 푸른 불꽃의 비경으로 많은 관광객의 사랑을 받는 장소다. 그러나 이곳은 방독면이 있어도 숨쉬기 어려울 정도로 유독한 유황 가스가 가득하다. 이 유독가스를 마시며 유황을 캐는 사리요노 씨. 그는 분화구 속 가파른 절벽을 오르내리며 유황을 캐 나른다. 위험한 환경 때문에 많은 동료들이 이미 떠나갔고, 건강이 악화되는 사리요노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직감하고 있다. 하지만 그는 8개월 된 막내딸을 비롯해 5남매의 아버지로서 유황 캐는 일을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사리요노는 “유황 채굴은 아들이 안 했으면 좋겠다. 이 일은 저까지만 했으면…”이라며 자식들의 미래는 거칠고 위험한 삶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신께 기도했다.

사진제공=KBS

직경 10km에 달하는 초대형 분화구 안에서 탄생한 브로모 화산은 이 일대에 터전을 잡은 소수민족 텡게르족에게 신과 같은 존재다. 텡게르족은 브로모산에 불과 창조의 신 ‘브라마’가 산다고 믿었고, 안녕과 평화를 위해 화산에 공물을 바치는 ‘카사다 의식’을 치른다.

천연 비료가 되는 화산재로 농사를 짓는 아니타와 여행객들에게 브로모산을 설명하는 가이드 웬디는 브로모산의 축복으로 부부의 연을 맺고 화산의 곁에서 살아간다. 그러나 두 사람에겐 아이가 생기지 않아 고민이 많다. 2세를 기원하며 카사다 의식에 참여한 부부. 카사다 의식에 참여하는 많은 이들은 브로모산의 분화구까지 공물을 챙겨 새벽부터 산에 오른다.

가족을 위해 위험을 감수하며 화산 곁에서 살아가는 사람들. 언제 터질지 모르는 화산을 매일 오르며 벌집을 찾고, 화산의 유독가스 속에서도 유황을 캐는 아버지들의 모습이 큰 감동을 주었다.

3부작 ‘화산, 인간’은 28일 1부 ‘야수르 할아버지’를 시작으로, 12월 5일 2부 ‘위대한 신들의 산’, 12월 12일 3부 ‘잠들지 않는 불의 거인’을 오후 10시 KBS 1TV에서 선보인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