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 기자회견에 나선 그룹 뉴진스가 어도어를 향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 뉴진스는 작심한 듯 단호했다. "어도어는 뉴진스를 보호할 의지도 능력도 없습니다. 뉴진스와 어도어의 전속계약은 29일 자정부터 해지될 것을 말씀드립니다"고 외쳤다.
뉴진스는 어도어와 신뢰 관계 파탄의 이유로 경영진 교체, 감독 변경 등의 이유를 들었다. 나아가 수천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위약금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는 그룹명 역시 그대로 쓰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민희진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했다.
뉴진스는 노트북에 정리해 온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이고 반복해서 피력했을 뿐, 법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후 취재진들이 법적인 사안에 대해 질문하며 의문을 가졌지만, 뉴진스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 없이 "하이브와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그 내용대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법적인 사안과 관련된 질문이 줄을 이었지만, 뉴진스는 난감하고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홍보 담당자는 "법률 검토 관련 부분은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대신 답했다. "인생을 걸었다"는 중차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뉴진스는 간단한 법률 검토나 확인도 없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법조계는 이번 뉴진스 기자회견의 패착은 법률적 판단이 없었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로지 뉴진스 멤버들의 바람과 주장만 있을 뿐 법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 전속계약 해지라는 법적인 통보를 전할 때는 법적인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뉴진스는 법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입장을 목놓아 외치는데 그쳤다. 기자회견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임에도 그들은 철저히 감성적인 대응만 펼쳤다.
무엇보다 뉴진스가 주장한 경영진 교체나 감독 변경은 어도어가 뉴진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를 주장하려면 뉴진스는 어도어가 어떤 지점에서 전속계약 사항을 위반했는지 법적인 근거를 따져 제시해야 하는데, 뉴진스는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것을 근거 삼고 있다. 나아가 뉴진스는 법적인 절차를 파괴하고 무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아직 내용증명 시한이 지나지 않은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법적인 절차에도 다툼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내용증명 발송이 적법한 전속계약 해지의 충분 요건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 가능하다. 그 사이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필요하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야 어도어를 떠나 활동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 새롭게 계약서도 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뉴진스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계약이 해지되면 전속계약의 효력은 없어지므로 앞으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 소송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계약 해지가 아닌 일방적 계약 파기에 가까운 선언이다.
계약은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뉴진스는 자본주의의 바로 그 계약 덕분에 1년에 수십억원씩 정산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다. 어떤 계약이든 계약을 쉽게 깰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뉴진스는 계약 해지의 이유가 하이브와 어도어에게 있다고 하지만 그건 뉴진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 민사법정의 존재 이유다. 마음이 상했다고 계약을 마음대로 깰 수 있다면, 신뢰와 약속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 뉴진스는 어른들 싸움으로 피해입은 소녀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분쟁 당사자가 됐다. 뉴진스와 그들의 부모들은 어도어와 기나긴 법적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법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그동안 감정의 영역에서 시비를 가려왔다면 이젠 철저히 이성적인 법적 싸움을 시작할 때다. 그들을 둘러싼 환상의 세계는 깨졌다. 뉴진스는 모험과 도전이란 표현을 여러 번 썼다. 현실은 도전과 모험으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차갑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뉴진스는 어도어와 신뢰 관계 파탄의 이유로 경영진 교체, 감독 변경 등의 이유를 들었다. 나아가 수천억에 달하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위약금에 대해서도 "우리는 전속계약을 위반한 적이 없기 때문에 책임을 어도어와 하이브에게 있다"고 주장했다. 뉴진스는 그룹명 역시 그대로 쓰고 싶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나아가 "가능하다면 민희진 대표님과 함께 일하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했다.
뉴진스는 노트북에 정리해 온 자신들의 입장을 일방적이고 반복해서 피력했을 뿐, 법적인 내용과 관련해서는 제대로 된 대답을 전혀 하지 못했다. 이후 취재진들이 법적인 사안에 대해 질문하며 의문을 가졌지만, 뉴진스는 아무런 법적인 근거 없이 "하이브와 어도어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이라며 "우리는 내용증명을 보냈고, 그 내용대로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라는 말만 되풀이 했다.
법적인 사안과 관련된 질문이 줄을 이었지만, 뉴진스는 난감하고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으며 답하지 못했다. 이를 보다 못한 홍보 담당자는 "법률 검토 관련 부분은 아직 논의 중인 사안"이라고 대신 답했다. "인생을 걸었다"는 중차대한 기자회견에 앞서 뉴진스는 간단한 법률 검토나 확인도 없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했다는 것을 확인한 셈이다.
법조계는 이번 뉴진스 기자회견의 패착은 법률적 판단이 없었던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오로지 뉴진스 멤버들의 바람과 주장만 있을 뿐 법적인 기준이 없다는 것. 전속계약 해지라는 법적인 통보를 전할 때는 법적인 근거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뉴진스는 법과는 별개로 자신들의 입장을 목놓아 외치는데 그쳤다. 기자회견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라 이성의 영역임에도 그들은 철저히 감성적인 대응만 펼쳤다.
무엇보다 뉴진스가 주장한 경영진 교체나 감독 변경은 어도어가 뉴진스의 신뢰를 저버렸다고 보기에는 설득력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이를 주장하려면 뉴진스는 어도어가 어떤 지점에서 전속계약 사항을 위반했는지 법적인 근거를 따져 제시해야 하는데, 뉴진스는 추상적이고 불분명한 것을 근거 삼고 있다. 나아가 뉴진스는 법적인 절차를 파괴하고 무시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아직 내용증명 시한이 지나지 않은 28일 오후 긴급 기자회견을 진행해 전속계약 해지를 통보한 것은 법적인 절차에도 다툼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내용증명 발송이 적법한 전속계약 해지의 충분 요건이 아니라는 점도 지적 가능하다. 그 사이에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이 필요하다. 가처분 신청을 통해 법원의 인용을 받아야 어도어를 떠나 활동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 새롭게 계약서도 쓸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뉴진스는 "어도어와 하이브가 계약을 위반했기 때문에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고 계약이 해지되면 전속계약의 효력은 없어지므로 앞으로 저희 활동에는 장애가 없을 것"이라며 "저희는 앞으로 꾸준히 활동할 수 있기 때문에 가처분 소송할 필요가 없을 거라고 생각한다"고 주장을 펼쳤다. 계약 해지가 아닌 일방적 계약 파기에 가까운 선언이다.
계약은 자본주의의 근간이다. 뉴진스는 자본주의의 바로 그 계약 덕분에 1년에 수십억원씩 정산을 받으며 활동할 수 있었다. 어떤 계약이든 계약을 쉽게 깰 수 없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뉴진스는 계약 해지의 이유가 하이브와 어도어에게 있다고 하지만 그건 뉴진스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계약의 유효성을 판단하는 것이 민사법정의 존재 이유다. 마음이 상했다고 계약을 마음대로 깰 수 있다면, 신뢰와 약속을 기반으로 하는 사회의 근간은 흔들리게 된다.
그동안 뉴진스는 어른들 싸움으로 피해입은 소녀들의 입장이었다. 하지만 스스로 기자회견을 자처하고 분쟁 당사자가 됐다. 뉴진스와 그들의 부모들은 어도어와 기나긴 법적 싸움을 피할 수 없다. 법은 감정의 영역이 아니다. 그동안 감정의 영역에서 시비를 가려왔다면 이젠 철저히 이성적인 법적 싸움을 시작할 때다. 그들을 둘러싼 환상의 세계는 깨졌다. 뉴진스는 모험과 도전이란 표현을 여러 번 썼다. 현실은 도전과 모험으로 설명하기엔 너무나 차갑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