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지드래곤 정규1집 'Hreatbreaker' 앨범 재킷, 가수 지드래곤, 'POWER' 선공개 라이브/사진=앨범재킷 캡처, 텐아시아 사진DB, 지드래곤 라이브 방송 캡처
가수 지드래곤 정규1집 'Hreatbreaker' 앨범 재킷, 가수 지드래곤, 'POWER' 선공개 라이브/사진=앨범재킷 캡처, 텐아시아 사진DB, 지드래곤 라이브 방송 캡처
그룹 빅뱅의 지드래곤(G-DRAGON)이 'POWER'(파워)를 통해 7년 전 외로움을 내려놓고 단단해진 모습으로 돌아왔다. 2009년 솔로로 데뷔한 이후 그는 15년에 걸쳐 자신의 감정과 이야기를 음악에 솔직히 털어놨다. 과거 우울한 가사로 팬들의 걱정을 사기도 했던 그는 'POWER'로 그간 걱정을 모두 떨칠 만큼 건강해진 모습을 보여줬다.

지드래곤이 88개월 만에 돌아왔다. 'POWER'(파워)를 발매한 그는 발매와 동시에 멜론 HOT100을 비롯한 국내 주요 음원사이트 실시간 차트 1위에 올랐다. 'POWER'가 이토록 사랑받은 데에는 곡의 가사가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드래곤은 이번 신곡으로 미디어가 그에게 쥐여주는 힘과 온갖 비난을 받더라도 그 스스로를 사랑하게 된 지금의 모습을 노래했다.

지드래곤은 2009년부터 2017년 발매한 '권지용'까지 '외로움'을 노래했다. 그는 과거 느꼈던 외로움에 대해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뤘지만, 막상 연예인 지드래곤이 아닌 인간 권지용(지드래곤 본명)을 잃어버린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의 외로움은 2009년 그의 솔로 데뷔 앨범인 정규 1집 'Heartbreaker'(하트브레이커)에 수록된 '소년이여'에서부터 드러난다. 그는 '소년이여'에서 "시간이 흘러가면서 외로움만 커져갔어 / 뭣 모르는 의무감 내겐 가장 큰 부담이었어"라며 무거운 마음을 노래했다. 또한, 그는 "열세 살 나이에 와서 쉴 틈 없이 달려왔어 / 뭣 모르는 자신감 내겐 가장 큰 무기였어"라며 어릴 적부터 연예계에서 쉼 없이 활동한 자기 삶을 그리기도 했다.

2012년 발매된 빅뱅의 'Still Alive'에서 지드래곤은 자신을 향한 악성 루머와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그는 "난 죽어가는 듯 보이지만 죽지 않아 / 남들의 시선을 피해 결코 숨지 않아 / 그 손가락질은 내가 아직 이슈라는 증거 / 실망과 기대 이유와 근거"라며 세상을 향해 당당하게 소리쳤다.

2017년 30대에 접어든 지드래곤은 여전히 채우지 못한 외로움을 이겨내고자 노력하는 모습을 앨범으로 엮어 발매한다. 바로 EP 앨범 '권지용'이다. 앨범의 인트로 곡인 'INTRO. 권지용 Middle Fingers-Up'에서부터 "Talk 알림 lock SNS도 비공개 / 점점 줄어드는 개인 대인관계"라며 자신을 지키기 위해 사람과의 만남을 줄인다고 고백했다.

지드래곤은 같은 앨범 수록곡인 'SUPER STAR'(슈퍼 스타)에서도 2009년의 자신과 당시 그의 상태가 크게 달라지지 않았음을 시사했다. 그는 이 곡에서 "어린 시절 나의 소원 / TV 속에 그들처럼 지금 살고 있는데도 / 왠지 슬퍼 외로운 건 여전해 / 마음 한구석이 허전해"라며 호소했다.
가수 지드래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가수 지드래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지드래곤이 묘사한 외로움은 그럴듯한 가사를 위해 꺼낸 거짓 감정이 아니었다. 그가 오랜 시간 겪어온 아픔이었다. 지드래곤은 한 방송을 통해 그가 겪었던 심적 고충을 털어놓은 바 있다. 그는 지난 30일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20년 넘게 연습생 아니면 지드래곤으로 살았더라. 권지용으로 산 건 4~5년뿐이었다. 제가 누군지 모르겠더라"라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너무 좋아서 시작한 일이고 사랑받고 있고 부족함이 없는데 행복하지 않았다"며 "잘 되고 있으니 위로를 구하기도 어려웠다. 배부른 소리처럼 들릴 것 같았다. 당시 속이 정말 곪아 있었다. 정신이 멀쩡하기 힘든 환경이었던 것 같기도 하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가수 지드래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가수 지드래곤/사진=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캡처


이처럼 자신이 누군지 모르겠다며 외로워하던 지드래곤은 7년의 공백기를 가진 뒤인 2024년 권지용(지드래곤 본명)이 누군지 스스로 찾아낸 듯 보인다.

31일 오후 6시 발매한 싱글 'POWER' 가사에는 "난 자유로워 / 중략 / 나는 나다워서 아름다워"라는 가사가 적혀있다. 미디어에서 자신을 어떠한 시선으로 바라보더라도 '나'라는 중심을 잘 지킬 수 있다는 단단한 심지가 엿보이는 가사다. 이전의 혼란스러운 감정은 'POWER'에서 찾아볼 수 없었다.

지드래곤은 자신이 작사에 참여한 이 곡에 대해 "제게 힘은 음악이다. 이 곡에는 미디어의 힘에 대한 여러 가지 의미들을 담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과거에는 혼란스러웠다. 그런 시기는 지났다"며 "이제 건강을 챙기다 보니 얼굴도 인상도 말투도 예전과 바뀐 부분이 있을 거다. 더 이상 날카로운 모습은 아니지만, 개인적으로는 좋다"라며 현재 자기 삶에 만족스러움을 드러냈다.
지드래곤과 반려견./ 키디비 트위터 캡처
지드래곤과 반려견./ 키디비 트위터 캡처
지드래곤은 이번 노래처럼 강렬한 이미지의 힙합을 꾸준히 해 온 것은 아니다. 솔로 데뷔 앨범부터 7년 전 마지막으로 발매했던 '권지용'까지 곡에 R&B 스타일을 가미해 부드럽게 본인의 우울을 노래하곤 했다. 이번에는 한층 자신의 목소리를 당당하고 강렬하게 소리쳤다. 디스토션(왜곡)이 강하게 들어간 베이스 소스에 키치한 리프로 음률보다 강한 발성의 랩으로 음악을 구성했다. 솔로 데뷔 후 15년간 이어진 음악이 진화하고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지드래곤은 데뷔 18년 차에도 트렌드에 뒤처짐 없이 다른 아이돌 못지않은 화제성을 지니고 있다. 선공개된 음원을 들은 한 누리꾼은 "어떻게 7년 만에 나오는 곡인데 폼이 안 죽냐"며 "왜 트렌디하느냐"고 감탄했다. 다른 누리꾼은 "왕의 귀환"이라며 칭찬하기도 했다.

지드래곤이 자칫 잘못하면 올드하다고도 느껴질 힙합 장르의 음원을 트렌디하게 소화할 수 있었던 이유는 간단하다. 그의 솔직 담백한 이야기를 지드래곤만의 방식으로 표현했기 때문이다. 국내 시장에서 음악적으로 비교할 만한 대상이 없다. 이렇게 지드래곤의 서사와 독보적인 스타일은 2000년대부터 2020년대까지 이어지는 대중적 관심과 사랑의 근간이 됐다.

이민경 텐아시아 기자 2min_ror@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